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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지녀야할 도리

【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지녀야할 도리

 

 

지난번에 인생고해를 건너서 피안에 도달하는 길로 크게 여섯 가지를 제시하셨다는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 중 첫째가 보시바라밀이요 또 하나는 지계持戒바라밀입니다. 계를 지녀야한다는 말씀입니다. 계란 무엇인가. 불교를 배워 깨달음 해탈에 이르는 길에 반드시 닦아야 할 3학三學이 있는데 이는 계에 의해서 선정을 얻고 정定에 의해서 지혜를 얻어 도의 증과를 얻는 것으로 계가 가장 바탕이 되는 것입니다.

계란 불교도덕의 총칭으로 인도말로는 시라라 하여 금제禁制의 뜻입니다. 소극적으로는 ‘방비지악防非止惡’이라 하여 그릇됨을 막고 악을 그치게 하는 것이요 적극적으로는 ‘만선萬善발생의 근본’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 삶에 있어서 지켜야 할 규범과 질서 윤리 도덕 등 인생이 지녀야할 도리를 어기고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지녀야 할 도리가 무엇인가. 부처님께서는 처음에는 지켜야할 계를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이 차츰 인간의 습성이 나와서 잘못을 범하게 되니까 그때마다 하나씩 지켜야할 계를 말씀하신 것이 늘어나서 나중에는 수없이 많아졌습니다.

6조 혜능대사는 부처님이 말씀하신 계를 한마디로 요약하여 ‘심지무비心地無非 자성계自性戒’라 하셨습니다. 내 마음바탕에 그릇됨이 없는 것이 바로 계를 지키고 지니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내 본심에 내 양심에 비추어 그릇됨을 없애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달라서 잘못을 저지르고도 잘못인줄 모르고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다고 항변합니다. 잘잘못의 판단과 선과 악의 기준은 또 무엇인가. 참으로 어려운 해석입니다.

성경에도 나오는 말씀이 있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저 여인에게 어느 누가 돌멩이를 던질 것인가” 우리는 자기 생각 자기 견해에 견주어서 상대를 평하고 비난하며 헐뜯고 욕을 하는 업을 짓고 맙니다.

불자로서 부처님이 말씀하신 계를 낱낱이 모른다 하여도 계가 지녀야할 근본 뜻을 이해하여 내 본마음에 그릇됨이 없으면 됩니다. 그러나 가장 기본이 되는 가르침은 알아야 하겠습니다. 그것은 ‘삼귀오계三歸五戒’라 합니다. 출가승려나 재가신도나 가장 기본이요 첫걸음인 것입니다. 삼귀오계란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으로 거룩하신 불법승 삼보의 본래자리에 돌아가려하고 다른 것에는 의지하지 않는다는 결심이고 다짐이며 굳게 믿는 신심인 것입니다.

그리고 오계란 좀더 항목을 나눈 것으로 소극적인 면과 적극적인 면의 해석이 있습니다. ‘살생하지 말라’는 것은 우리 마음 바탕에 잔인하고 혹독함 없이 사랑과 자비심을 잃지 말라는 것이며 남의 것을 탐하여 취하려 말고 인색함 없이 베풀며 살라는 경계의 말씀입니다. 불자뿐만이 아닌 우리 모든 인생의 지침이 되는 말씀인 것입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은 파계가 아니요 여럿을 살리기 위해 악인을 죽임은 살생의 파계가 아니라는 ‘지범개차’라 지니고 범하고 열고 닫고를 잘 알아서 해야 한다고 판단기준을 잘 세우라고 가르치십니다.

내 인생에 있어서 지녀야할 도리가 무엇인가. 세상에서 말하는 윤리 도덕 가치관을 부처님 정신에 비추어 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나와 똑같다. 내 생명이 존귀하듯 다른 생명도 소중하다. 나만 내 입장만 내세울 때 바로 죄가 되고 내 공을 잊으면 바로 복이 된다.” 근본 가르침을 음미하며 고해를 건너는 발걸음을 옮겨야겠습니다.

 

 

출처 : LA중앙일보

2005년 8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