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타행자의 편지/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잘못 빌고 참회하는 날 백중

【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잘못 빌고 참회하는 날 ‘백중’

 

 

 음력 7월 보름은 불교의 큰 행사가 있는 날입니다.

‘우란분회’라고도 하며 ‘백중날’이라고도 하여 석가모니 부처님의 4대 명절 다음으로 크게 의의있는 날입니다.

그런데 옛부터 백중에 대한 해석이 구구 하였습니다.

우리 민속풍속으로는 백종百腫이라 하여 오곡이 무르익고 갖가지 과일이 결실하는 계절이기에 백가지 공양을 올리는 날이라 하기도 하고,

농사짓는 곳에서는 이때쯤이면 벼농사일이 다 끝나고 추수하는 일만 남았기에 그동안 진흙 논바닥에서 일을 끝내고 발 뒤꿈치를 씻는 날이라 하여 백종(白踵)이라 해석하기도 하며,

절에서는 조상을 천도 하는 날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불교적인 참뜻은 우란분이라 하여 거꾸로 매달려 살아온 중생의 업을 바로 세우는 날이란 뜻이요.

그 방법으로는 대중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참회하여야 한다하여 백중白衆이라고 합니다.

부처님의 안목으로 보면 우리 범부중생의 삶은 진리에 어긋나는 거꾸로 사는 인생입니다.

정말 전도몽상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겨우 눈앞에 닥치는 현실에만 얽매이어 지엽적인 일에 끄달리며 근본을 알지 못하고 괴로움을 자초하여 한탄하고 남의 탓을 하면서 추리하고 추측하고 상상하며 자기 안목으로 판단하고 결정합니다.

한갓 일장춘몽 같은 인생을 살면서 그것이 현실이요 사실이며 별수 없다하고 자기 합리화하고 자포자기 하기도 하고 스스로 자위하기도 합니다.

“허물은 덮을수록 싹이 나고 공덕은 덮을수록 증장한다.”

경전(우란 분경 목련경)의 이야기는 나복이라는 어린애가 부처님께 귀의하여 신통제일인 십대제자가 되었는데 악업을 많이 저지른 어머니를 구제하고자 하였으나 할 수 없어 부처님께 사뢰니 “너의 신통이 아무리 좋다 하여도 신통만으로는 구제할 수 없느니라. 7월 보름날에 대중공양을 올리고 대중에게 고백하여 참회를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목련존자는 부끄럽고 창피한 어머니의 악업을 고백하고 참회하여 지옥고통을 면하게 해드렸다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세상에 살면서 참으로 하기 어려운 일이 많은 가운데 자기나 자기 식구가 저지른 실수나 허물을 드러내어 고백하는 일이 제일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든 남의 탓으로 돌리고 변명하고 이유를 부치고 합리화시키려 합니다. 곧 바로 체면과 자존심 때문입니다.

내 실수요 내 부족한 탓이라고 인정할 줄 알고 잘못을 뉘우쳐 다시는 저지르지 않겠다는 참회의 마음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웃집 애들과 우리집 애가 싸웠을 때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먼저 자기 자식을 나무라며 이웃에게 사과 하였습니다. 내가 잘못 가르친 탓이요 내가 부족하여 잘못 키운 탓이라고 아는 미풍양속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세상에서는 애를 기죽이면 안 된다고 맞기보다 때려주라고 가르칩니다.

스스로의 부족함과 실수나 허물 단점을 드러내어 미안해하는 겸손의 덕은 사라지고 너무나 자존심 부추기어 어떻게 하든 잘난 것만 내세우는 자기 피알 시대가 되었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십니다.

“허물은 덮을수록 싹이 나고 공덕은 덮을수록 증장한다 잘못은 드러내어 고백하고 참회하여 씨앗을 말려 다시 싹이 돋지 않게 할 것이며 공덕은 자꾸 덮어서 더욱더 증장시켜라.”

 

 

출처 : LA중앙일보

2005년 8월 25일

 

'미타행자의 편지 > 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쉼 없이 나아가는 길  (0) 2011.03.12
참고 견뎌야 하는 세상  (0) 2011.03.05
지녀야할 도리  (0) 2011.02.19
행복의 가치기준  (0) 2011.02.12
욕심과 원력  (0) 2011.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