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타행자의 편지/광전스님의 염불선 이야기

염불선이야기14-중국의 선② - 달마

염불선이야기14-중국의 선② - 달마


갈댓잎을 타고 양자강을 건너고, 신발 한 짝을 무덤에 남기고 총령고개를 넘어가는 신비한 인물로 묘사되는 달마는 참선하면 험상궂은 그의 얼굴을 떠올릴 정도로 선(禪)의 영역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 달마가 언급되고 있는 가장 오래된 문헌은 양현지가 지은 <낙양가람기(洛陽伽藍記)>이다. 여기에 서술된 내용으로 “달마가 150세이며 파사국(波斯國)에서 태어났고 중국에 와 유행하던 중 낙양 영녕사의 9층탑의 장엄함을 찬탄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 담림(曇林)의 <이입사행론서(二入四行論序)>에는 “달마는 남천축국 사람으로 대바라문 국왕의 셋째 아들로써 도육과 혜가 등의 제자가 있으며 그의 가르침을 기록한 책이 <이입사행론>”이라는 것 등이 언급되어 있다.


달마의 선사상을 그의 유일한 친설로 간주되고 있는 이입사행론(二入四行論)을 통해 살펴보면 이입(二入)이란 이입(理入)과 행입(行入)을 말한다. 이입(理入)이란 이치로 해서 먼저 깨닫는 것을 의미하고, 행입(行入)은 이입(理入)에 대한 구체적인 네 가지의 실천덕목을 말한다. 이입(理入)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자교오종(藉敎悟宗) 즉 경전의 가르침에 의거하여 모든 중생에게 내재(內在)되어 있는 진성(眞性)을 덮어 가리는 번뇌의 티끌을 벽관(壁觀)을 통해 제거하여 불교의 대의를 깨닫는 것이다. 여기에서 거론되고 있는 벽관이란 단순히 면벽(面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번뇌망상이 들어갈 수 없는 내면적인 마음의 집중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실천덕목으로 거론된 사행(四行)을 살펴보면 첫 번째로 보원행(報怨行)은 수도자가 괴로움을 당할 때, 과거 전생에 지은 과보를 받는 것이므로 달게 받아들여 그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로 수연행(隨緣行)은 금생에 좋은 과보를 받거나 영예를 얻더라도 모두가 다 과거 숙세에 지은 바 인연이 있어서 지금 받지만 인연이 다하면 다시 사라지는 것이니 득실(得失)에 따라 마음이 동요됨이 없으면 저절로 도에 따르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셋째로 무소구행(無所求行)은 지혜로운 자는 진리를 깨달아 항시 안온한 마음으로 동요가 없고 만유가 다 비어 있으니 바랄 것도 없고 다시 구할 것이 없는 것이 참된 도(道)에 따르는 것이라는 말이다.

넷째로 칭법행(稱法行)은 법에 들어맞는 실천이란 성품의 청정한 이치를 믿고 이해하면 응당 나(我)라는 것이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알아 법의 도리에 따라 육바라밀(六波羅蜜)을 닦되 행하는 바가 없는 것을 말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달마의 선사상은 철저히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해 모든 중생은 동일한 참된 성품을 가지고 있음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집중해 깨달음에 이르는 것이 이입(理入)이며, 일상생활 속에서 이입(理入)에 의지해 어떻게 현실을 수용(受用)할 것인가 하는 것이 사행(四行)의 구체적인 내용이라 하겠다. 이는 달마의 가르침이 우리가 보통 이해하고 있는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이라는 개념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