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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광전스님의 염불선 이야기

염불선이야기12-초기불교의 선④ 구차제정(2)

염불선이야기12-초기불교의 선④ 구차제정(2)


구차제정(九次第定) 중 사무색정(四無色定)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사무색정 중 공무변처정(空無邊處定)은 무색계 선정 중 첫 번째 선정으로써 물질이 무상하고 실체가 없는 공(空)이라는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물질이 존재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난 경지이다. 공무변처정은 외부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고 오직 끝없는 공간만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의식이 머물러 있는 상태이다.


식무변처정(識無邊處定)은 공무변처정에서 외부를 무한한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은 물질이 존재하지 않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공간(空間)은 물질(色)을 인식하던 식(識)이 물질이 사라질 때 공간이라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물질이 본래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것이 사라진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공간도 외부에 실재하는 존재가 아니라, 물질의 없음이 마음에 의해 존재화된 표상일 뿐인 것이다. 공간을 인식하는 식(識)에 이러한 표상이 없다면 공간은 존재로 인식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식무변처정에서는 물질이 없을 뿐 아니라 공간도 없음을 알고, 존재하는 것은 사물을 인식하는 식(識) 뿐이라는 생각에 의식이 머물러 있는 상태이다.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은 인식의 대상이 되는 물질과 공간의 실상(實相)이 공(空)으로 드러남으로써 대상을 의지하여 나타나는 의식은 대상을 상실하게 된다. 즉 식(識)이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자각을 통해 식(識)이 존재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의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의식이 머물러 있는 상태이다.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은 무소유처정에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의식이 머물고 있는 것을 자각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생각하는 존재인 상(想)이 있기 때문이라는 자각을 통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상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의식이 머물러 있는 상태이다.


멸진정(滅盡定)은 중생들의 모든 세계(三界)가 심리현상(行)에 의해 조작된 유위(有爲), 즉 집(集)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것을 멸(滅)한 경지이다. 곧 연기법이라는 진리를 깨달아 성취한 것이 멸진정인 것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구차제정은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단계는 색계사선을 닦아 제일처(第一處: 四禪天)에서 물질적 존재(色有)를 관찰함으로써 색유의 실상이 허망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색계에서 벗어나 무색계로 가게 되고, 둘째 단계는 무색계에서 사무색정을 차례로 닦아 제이처(第二處: 非有想非無想處天)에서 일체의 모든 법이 허망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깨달음으로 마지막 단계인 멸진정을 성취하는 것이다.


즉 우리의 생사문제는 존재가 실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존재가 없기 때문에 생사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멸진정을 통해 존재와 생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