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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초기경전/2. 잡아함경

잡아함경 110. 살차경(薩遮經)

잡아함경 110. 살차경(薩遮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毘舍離)의 미후지(獼猴池) 곁에 계셨다.

그 때 비사리국에는 총명하고 지혜로워 모든 이론을 잘 이해하고, 그래서 스스로 총명함을 자부하는 교만스러운 니건자(尼揵子)가 있었다. 그는 널리 모든 이론을 섭렵하였고, 묘한 지혜는 빈틈이 없었으며, 대중을 위해 설법하면 모든 논사들을 뛰어넘었다. 그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를 당적할 어떤 사문 바라문도 없다. 나아가 여래와도 능히 함께 논의할 수 있다. 모든 논사들은 내 이름만 들어도 이마에 진땀이 흐르고, 겨드랑에서 땀이 나며, 털구멍에서는 물이 흐를 것이다. 내 이론의 바람은 능히 풀을 쓰러뜨리고 나무를 꺾으며, 쇠나 돌을 부수고 모든 용이나 코끼리까지도 항복받거늘 하물며 인간인 논사들이 어찌 나를 당할 수 있겠는가.'

이 때 아습파서(阿濕波誓)라는 비구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위엄스런 태도로 조용하고 상냥하며 단정한 눈길과 편안한 걸음으로 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이 때 살차니건자(薩遮尼揵子)는 작은 볼 일이 있어 여러 마을을 둘러 성문을 나오다가 멀리서 아습파서 비구를 보고는 곧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사문 구담은 제자들을 위해 어떻게 설법하며 어떤 법으로 제자들을 가르쳐 닦고 익히게 합니까?"

 

아습파서는 말하였다.

"화종(火種) 거사18)여,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설법하시어 모든 제자들을 가르쳐 공부하게 하십니다. 즉 '모든 비구들아, 색에는 나가 없다고 관찰하고, 수·상·행·식에도 나는 없다고 관찰하라. 그래서 부지런히 방편을 써서 이 5수음은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가시와 같고, 살기와 같으며, 무상하고, 괴로우며, 공이요, 나가 아니라고 관찰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살차니건자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불쾌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아습파서여, 분명 당신이 잘못 들은 것입니다. 사문 구담은 끝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일 사문 구담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것은 삿된 소견입니다. 내가 이제 그를 찾아가 힐난하여 그 소견을 그만두게 하리다."

 

그 때 살차니건자는 마을의 여러 리차(離車)19)들이 모이는 곳으로 가서 여러 리차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오늘 사문 구담의 제일가는 제자인 아습파서라는 사람을 만나 가볍게 논의하였다. 만일 그가 말한 것과 같다면, 나는 저 사문 구담을 찾아가 논의하여 그를 앞뒤로 잡아 흔들고 빙빙 돌려 반드시 내 생각을 따르게 하리라. 마치 장부가 풀을 베고는 그 줄기를 쥐고 공중에 흔들어 지저분한 잡티를 떨어버리는 것처럼, 나도 또한 그와 같이 사문 구담과 논의하고 힐난하여 그 핵심을 잡아 앞뒤로 흔들고 빙빙 돌려 그의 생각을 따르면서 그 삿된 말을 버리게 하리라. 또 마치 술집에서 술 주머니를 쥐어짜 맑은 술을 거르고 그 술찌끼를 버리는 것처럼, 나도 또한 그와 같이 사문 구담을 찾아가 논의하고 힐난하여 앞뒤로 잡아 흔들고 빙빙 돌려 그 맑은 진수를 취하고 그 삿된 말은 버리게 하리라. 또 마치 자리 장수가 자리에 더러운 물건을 담았다가 시장에 팔려고 할 때는 물로 자리를 씻어 모든 고약한 냄새를 없애는 것처럼, 나도 또한 그와 같이 사문 구담을 찾아가 논의하고 힐난하여 앞뒤로 잡아 흔들고 빙빙 돌려 그 핵심을 잡고 온갖 더러운 말을 버리게 하리라. 또 마치 왕가의 코끼리를 다루는 사람이 술에 취한 큰 코끼리를 끌고 깊은 물에 들어가 그 몸을 씻고 사지와 귀와 코를 두루 목욕시켜 모든 더러운 티끌을 닦는 것처럼, 나도 또한 그와 같이 사문 구담을 찾아가 논의하고 힐난하여 앞뒤로 잡아 흔들고 빙빙 돌리기를 내 마음대로 하고, 그 핵심을 잡고 온갖 더러운 말은 버리게 하리라. 그대들 모든 리차 사람들도 또한 함께 가서 그 승부를 보아야 하리라."

 

그 중 어떤 리차족 사람은 이렇게 말하였다.

"살차니건자가 사문 구담과 서로 논의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하였다.

"살차니건자는 총명하고 날카로워 능히 함께 논의할 수 있으리라."

이 때 500명의 리차족 사람들이 부처님과 논의하기 위해 살차니건자와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그 때 세존께서는 큰 숲 속의 한 나무 밑에 앉아 천주(天住)20)에 들어 계셨다. 이 때 많은 비구들은 방 밖으로 나와 숲 속을 거닐다가 멀리서 살차니건자를 보았다. 그는 차츰 비구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 모든 비구들에게 물었다.

"사문 구담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큰 숲 속 나무 밑에서 천주에 들어 계십니다."

살차니건자는 곧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공손히 인사하고 한쪽에 앉았다. 모든 리차족 장자들도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는데 개중엔 공경을 표하는 사람도 있었고, 합장하고 인사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들 인사를 마치고 한쪽에 서자, 이 때 살차니건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나는 사문 구담께서 이렇게 설법하고, 이렇게 여러 제자 비구들을 가르친다고 들었습니다. 즉 '색에는 나가 없다고 관찰하고, 수·상·행·식에도 나가 없다고 관찰하라. 부지런히 방편을 써서 이 5수음은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가시와 같고, 살기와 같으며, 무상하고 괴로우며 공이요 나가 아니라고 관찰하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친다 들었습니다. 정말 구담께서는 이렇게 가르치십니까? 아니면 전하는 사람이 구담을 비방하려고 하는 말입니까? 말씀하신 그대로 한 말입니까, 말씀하신 그대로 한 말이 아닙니까? 법다운 말입니까? 법과 법을 따라서 한 말입니까?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이 찾아와서 힐난했을 때, 지는 일은 없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살차니건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들은 바와 같습니다. 그는 내가 말한 그대로 말하였고, 법답게 말하였으며, 법과 법을 따라 말하였습니다. 나를 비방하기 위해서가 아니요, 또한 힐난하더라도 나를 지게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나는 실로 모든 제자들을 위해 그렇게 설법하였기 때문입니다. 나는 실로 모든 제자들을 가르쳐 내 법의 가르침을 따르게 하고, '색에는 나가 없고, 수·상·행·식에도 나는 없다'고 관찰하게 하며, '이 5수음은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가시와 같고, 살기와 같으며 무상하고 괴로우며 공이요 나가 아니다'라고 관찰하도록 항상 가르칩니다."

살차니건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여, 내가 이제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마음대로 하시오."

"비유하면 이 세상의 모든 피조물들이 다 땅을 의지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와 같이 색(色)이 곧 나[我人]로서 선과 악은 그것으로부터 생기며, 수·상·행·식이 곧 나로서 선과 악은 그것으로부터 생깁니다. 다시 비유하면 사람 세계나 귀신 세계나 약초나 나무들이 다 땅을 의지하여 나고 자라는 것과 같습니다. 그와 같이 색이 곧 나이고, 수·상·행·식이 곧 나입니다."

 

부처님께서는 화종 거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색이 곧 나요, 수·상·행·식이 곧 나다'라고 말했습니까?"

"그렇습니다. 구담이여, 색이 곧 나요, 수·상·행·식이 곧 나입니다. 이 여러 사람들도 다 그렇게 말합니다."

부처님께서 화종 거사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면 우선 그대의 주장을 세워 그것으로부터 여러 사람들을 이끄시겠습니까?"

살차니건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색(色)이 곧 나[我人]입니다."

부처님께서 화종 거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그대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시오. 비유하면, 국왕은 자기 나라에 죄를 지은 사람이 있으면 죽이거나 혹은 묶으며 혹은 내쫓고 혹은 때리며 손과 발을 자릅니다. 또 만일 공을 세우는 사람이 있으면 코끼리·말·수레·성·읍·재물·보배를 주나니, 이 모두를 다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구담이여."

"무릇 주인이라면 다 마음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구담이여."

"그대는 '색이 곧 나요, 수·상·행·식이 곧 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마음대로 그것을 이렇게도 할 수 있고 이렇지 않게도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때 살차니건자는 잠자코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화종 거사에게 말씀하셨다.

"빨리 말하시오. 빨리 말하시오. 왜 잠자코 있습니까?"

이렇게 두 번 세 번 독촉하였으나 살차니건자는 여전히 잠자코 있었다. 이 때 금강역사 귀신이 금강저를 들고 사나운 불꽃을 일으키면서 허공에서 살차니건자의 머리 위로 내려와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두 번 세 번 물으시는데 너는 왜 대답하지 않는가? 내가 이 금강저로 네 머리통을 부수어 일곱 조각을 내리라."

그러나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살차니건자만 금강신을 보았고 다른 무리들은 보지 못하였다. 살차니건자는 크게 두려워하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구담이여."

부처님께서는 살차니건자에게 말씀하셨다.

"천천히 사유한 뒤에 대답하시오. 그대는 아까 대중 가운데서 '색이 곧 나요, 수·상·행·식이 곧 나다'라고 말하였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니, 앞뒤가 서로 어긋납니다. 그대는 이전에 늘 '색이 곧 나요, 수·상·행·식이 곧 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화종 거사여, 내가 이제 그대에게 묻겠습니다. 색은 영원합니까, 무상합니까?"

"무상합니다. 구담이여."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입니까?"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구담이여."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입니다.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이 과연 그런 것에 대해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고 보겠습니까?"

"아닙니다. 구담이여."

"수·상·행·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화종 거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잘 생각한 뒤에 말하시오."

다시 화종 거사에게 물으셨다.

"만일 색에 대해서 욕심을 여의지 못하고, 탐욕을 여의지 못하며, 생각을 여의지 못하고, 사랑을 여의지 못하며, 갈망을 여의지 못하였다면, 그 색이 변하거나 혹은 달라질 때에는 근심과 슬픔·번민·괴로움이 생기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구담이여."

"수·상·행·식에 있어서도 그와 같습니다."

다시 화종 거사에게 물으셨다.

"색에 대해서 탐욕을 여의고, 욕심을 여의며, 생각을 여의고, 사랑을 여의며, 갈망을 여의었다면, 그 색이 변하거나 혹은 달라지더라도 근심과 슬픔·번민·괴로움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구담이여,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수·상·행·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화종 거사여, 비유하면 어떤 장부가 여러 가지 고통을 몸으로 겪으며 늘 고통과 함께 지내는데, 그 고통을 끊지 않고 버리지도 않고서 과연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구담이여."

"그렇습니다. 화종 거사여, 여러 가지 고통을 몸으로 겪으며 항상 그 고통과 함께한다면 그 고통을 끊지 않고 버리지 않고서는 즐거움을 얻을 수 없습니다. 화종 거사여, 비유하면 장부가 도끼를 가지고 산에 들어가 단단한 심이 있는 재목을 찾다가, 크고 살찌고 곧은 파초를 보고는 곧 뿌리와 잎을 자르고 껍질을 모조리 벗겨 보았지만 단단한 심은 도무지 없는 것과 같습니다.

화종 거사여, 그대도 또한 그와 같아, 스스로 주장을 세웠지만 내가 이제 그 진실한 이치를 찾아보니 단단한 심이 도무지 없는 것이 마치 파초와 같습니다. 그런데도 그대는 대중 가운데서 감히 '나는 아무리 많이 아는 사문 바라문이라도, 또 많이 아는 여래·응공·등정각이라 할지라도 서로 논의했을 때 항복하지 않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또 스스로 '내 이론의 바람은 풀을 쓰러뜨리고, 나무를 꺾으며, 쇠와 돌을 부수고, 용과 코끼리를 항복받으며, 또 반드시 그들로 하여금 이마에서 진땀이 흐르고 겨드랑에서 땀이 나며 털구멍에서 물이 흐르게 하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대는 이제 자기 주장을 논의하다가 스스로 서지 못하고 앞서 오만하게 떠들었던 말이 항복되고 말았습니다. 자기 주장에 전력을 다하였지만 여래의 털 하나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대중 가운데서 울다라승(鬱多羅僧)을 헤치고 가슴을 나타내어 보이면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시험삼아 살펴보거라. 여래의 털 하나인들 움직이게 하였는가?"

그 때 살차니건자는 잠자코 머리를 숙이고 부끄러움으로 얼굴빛이 변하였다. 그 때 대중 가운데 있던 돌목가(突目佉)라는 리차족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민 뒤에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비유를 들어 말하도록 허락하소서."

"마음대로 하시오."

"세존이시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되를 가지고 커다란 곡식 무더기에서 두세 말 정도를 퍼낸 것과 같습니다. 지금 이 살차니건자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면 재물이 많은 큰 부자 장자가 갑자기 죄를 지어 재물 전부가 왕가에 귀속된 것처럼, 살차니건자도 또한 그와 같아서 그가 가진 말재주는 다 여래께 거두어졌습니다. 비유하면 성읍이나 마을 곁에 큰 강이 있는데 남녀노소가 그 강에 들어가 놀다가 물 속에서 게를 잡아 그 발을 다 끊고 육지에 두면 게는 발이 없기 때문에 다시 강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살차니건자도 또한 그와 같아서 그가 가진 모든 말재주는 다 여래에 의해 끊겼으니, 끝내 다시는 감히 여래께 찾아와 적대적으로 논쟁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때 살차니건자가 불꽃처럼 화를 내며 리차족 사람 돌목가를 호통쳤다.

"이 더럽고 무식한 놈아, 알지도 못하면서 무엇을 지껄이느냐. 내가 사문 구담과 논의하는데 네가 무슨 참견이냐?"

살차니건자는 돌목가를 꾸짖은 뒤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천하고 더러운 속물의 말은 일단 접어두고, 내가 이제 달리 물을 것이 있습니다."

"마음대로 물으시오. 묻는 대로 대답하리다."

"구담이여, 제자들을 위해 어떻게 설법하여 그 의혹을 떠나게 하십니까?"

"나는 모든 제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모든 색(色)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나도 아니요, 나와 다르지도 않으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사실 그대로 관찰하라. 수·상·행·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이렇게 배워서 반드시 도를 보아 무너트리지 않고 감당해 나가 성취하며, 그것을 싫어하고, 여의어야 할 것을 알고 보아서 감로문(甘露門)을 지킵니다. 그래서 비록 구경의 진리를 모두가 얻지는 못하더라도 모두들 열반으로 향하나니, 이렇게 제자들은 내가 가르치는 법을 좇아 의혹을 떠나게 됩니다."

다시 물었다.

"구담이여, 다시 어떻게 모든 제자들을 가르쳐 그들을 불법 안에서 모든 번뇌를 다하게 하여 번뇌[漏]가 없게 하시며,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하여 현세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증득해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알게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화종 거사에게 말씀하셨다.

"바로 이런 법입니다. 즉 존재하는 모든 색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나도 아니요, 나와 다르지도 않으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사실 그대로 아는 것입니다. 수·상·행·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그들은 그 때 세 가지 위없음[三種無上]을 성취하나니, 즉 지혜의 위없음[智無上]과 해탈의 위없음[解脫無上]과 해탈지견의 위없음[解脫知見無上]입니다. 그들은 이 세 가지 위없음을 성취한 뒤에 그 스승을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기를 부처님과 같이 합니다. 세존은 모든 법을 깨달아 그 법으로써 제자들을 다루어 안온을 얻게 하고, 두려움이 없게 하며, 마음을 항복받아 지극히 고요하게 하고, 열반을 완전히 이루게 합니다. 세존은 이 열반을 위하여 모든 제자들에게 설법합니다.

 

화종 거사여, 나의 모든 제자들은 이 법 안에서 모든 번뇌[漏]를 다하게 되어 심해탈(心解脫)을 얻고 혜해탈(慧解脫)을 얻습니다. 그래서 현세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증득하여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압니다."

살차니건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장부가 사납게 휘두르며 내리치는 칼날은 오히려 면할 수 있겠지만 구담의 이론의 손아귀에서는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또 지독한 독사도 오히려 피할 수 있고, 들판을 태우는 사나운 불길도 오히려 피할 수 있으며, 술 취한 흉악한 코끼리 또한 면할 수 있고, 사납고 굶주린 사자도 다 면할 수 있겠지만, 사문 구담의 이론의 손아귀에서는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저같이 어리석고 경박한 사내는 완전치 못한 이론을 가지고 논의하기 위해 구담께 찾아올 일이 아닙니다.

 

사문 구담이시여, 이 비사리는 풍족하고 즐거운 나라로써 차파리지제(遮波梨支提)·칠암라수지제(漆菴羅樹支提)·다자지제(多子支提) 등이 있습니다. 구담께서는 구루타지제(拘樓陀支提)나 바라수지지제(婆羅受持支提), 사중담지제(捨重擔支提)나 역사보관지제(力士寶冠支提)에 머무소서. 그래서 세존이시여, 비사리국에 계시면서 모든 하늘·악마·범·사문·바라문과 모든 세간을 안락하게 하소서. 그래서 세존을 항상 공경하여 받들어 섬기고 공양함으로써 저 모든 하늘·악마·범·사문·바라문들로 하여금 오랜 세월 동안 안락을 얻게 하소서. 원하옵건대 이곳에 계시다가 내일 아침에는 대중들과 함께 변변찮은 저의 공양을 받아주십시오."

 

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이 때 살차니건자는 세존께서 잠자코 허락하신 것을 알고 대중들과 함께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갔다.

그 때 살차니건자는 가는 도중에 모든 리차족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미 사문 구담과 모든 대중들에게 음식을 공양하겠다고 청하였소. 그대들도 각기 한 솥씩 밥을 준비해 내게 보내시오."

모든 리차족 사람들은 각각 그 집으로 돌아가 밤을 세워 준비하였고 이른 아침에 살차니건자에게 보내었다. 살차니건자는 이른 아침에 깨끗이 소제하고 자리를 펴고 깨끗한 물을 준비한 뒤 사람을 보내어 부처님께 아뢰었다.

"때가 되었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살차니건자의 집으로 가서 대중 앞에 앉으셨다. 살차니건자는 손수 청정한 음식을 베풀어 대중을 만족하게 하였다. 공양이 끝나고 발우도 씻고 나자, 살차니건자는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치고 발우를 씻으신 줄을 알고 낮은 평상을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살차니건자를 위해 수희게(隨喜偈)를 말씀하셨다.

 

모든 대회 중에서는

불을 섬기는 것 제일이고

위다(?陀) 경전 중에서는

바비제(婆毘諦)가 제일이네.

 

사람 중에선 임금이 제일

물 중에선 바다가 제일

뭇 별 중에선 달이 제일

밝음 중에선 해가 제일

시방의 하늘과 사람 중에선

등정각(等正覺)이 제일이네.

 

그 때 세존께서는 살차니건자를 위해 여러 가지로 설법하시어 가르치고 기쁘게 하신 뒤에 본래 계시던 처소로 돌아가셨다. 이 때 모든 비구들은 돌아가던 길에 서로 논의하였다.

"저 500의 리차족 사람은 각기 살차니건자를 위해 음식을 마련해 주었다. 저 모든 리차족 사람들은 어떤 복을 받고, 살차니건자는 어떤 복을 받을까?"

그 때 모든 비구들은 자기 처소로 돌아가 옷과 발우를 챙겨 두고 발을 씻은 뒤에, 세존에게 나아가 머리 숙여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아까 도중에서 '저 500의 리차족 사람들은 살차니건자를 위해 음식을 마련해 세존과 모든 대중들에게 공양하였다. 저 모든 리차족 사람들은 어떤 복을 받고, 살차니건자는 어떤 복을 받을까' 하고 의논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모든 리차족 사람들은 살차니건자를 위해 음식을 마련하였으니 그들은 살차니건자를 인연하여 복을 얻을 것이요, 살차니건자는 부처님의 공덕을 복으로 얻을 것이다. 저 모든 리차족 사람들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있는 보시를 한 인연의 과보를 얻을 것이요, 살차니건자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없이 보시한 인연의 과보를 얻을 것이니라."

 

피다라십문(彼多羅十問)21)과

차마(差摩)·염마(焰摩)·선니(仙尼)와

아누라(阿[少/免]羅)와 장자(長者)와

서(西)·모단(毛端)·살차(薩遮)에 대해 설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