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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초기경전/2. 잡아함경

잡아함경 106. 아누라도경(阿?羅度經)107. 장자경(長者經)

잡아함경 106. 아누라도경(阿[少/免]羅度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아누라도(阿[少/免]羅度)9) 비구는 기사굴산(耆闍崛山)에 있었다.

이 때 많은 외도 출가자들이 아누라도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서로 인사한 뒤 한쪽에 서서 아누라도에게 여쭈었다.

 

"물어 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혹 한가하다면 해석해 주시겠습니까?"

아누라도는 여러 외도들에게 말하였다.

"마음대로 물으시오. 아는 것은 대답하리다."

"어떻습니까 존자여, 여래는 죽은 뒤에도 존재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라면 그것은 무기(無記)10)입니다."

"여래는 죽은 뒤에는 존재하지 않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라면 그것 또한 무기입니다."

"여래는 죽은 뒤에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합니까?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라면 그것 또한 무기입니다."

 

외도들은 다시 물었다.

"왜 존자께서는 '여래는 죽은 뒤에 존재합니까'라고 물어도 무기(無記)라고 대답하고, '죽은 뒤에 존재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어도 무기라고 대답하며, '죽은 뒤에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합니까, 존재하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까'라고 물어도 무기라고 말씀하십니까? 어떻습니까 존자여, 그러면 사문 구담은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것입니까?"

아누라도는 대답하였다.

"세존께서는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니요, 보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때 모든 외도들은 아누라도의 말을 불쾌하게 여겨 그를 꾸짖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 때 아누라도는 모든 외도들이 떠난 줄을 알고 부처님이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서서 모든 외도들이 물었던 것을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리고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들은 그렇게 물었고 저는 그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저의 대답은 모든 법의 말씀과 맞는 것입니까? 세존을 비방한 것이 되지는 않았습니까? 법을 따른 것입니까, 법을 어긴 것입니까? 누가 와서 힐난함으로써 그의 꾸짖음을 받지나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아누라도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묻는 대로 대답하라. 아누라도야, 색은 항상한가, 무상한가?"

"무상합니다."

"수·상·행·식은 항상한가, 무상한가?"

"무상합니다. 세존이시여."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의 염마경에서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식이 여래인가?"

"아닙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누라도에게 말씀하셨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모든 법의 말을 따랐고 여래를 비방하지 않았으며, 차례를 뛰어넘은 것이 아니다. 여래가 말한 것처럼 법을 따라서 말한 것이다. 따라서 찾아와 힐난하거나 꾸짖을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왜냐 하면 나는 색(色)을 사실 그대로 알고, 색의 발생[色集]과 색의 소멸[色滅]과 색의 소멸에 이르는 길[色滅道跡]을 사실 그대로 알기 때문이다.

아누라도야, 만일 여래가 한 일을 버리고 '아는 것도 없고 본 것도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당치도 않은 말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아누라도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107. 장자경(長者經)1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지국(婆祇國) 설수바라산(設首婆羅山)의 녹야원 깊은 숲 속에 계셨다.

그 때 120세에 나이가 많아 감각기관이 허물어지고, 파리하고 쇠약하며 병들어 괴로워하던 나구라(那拘羅) 장자라는 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존과 또 전부터 존경하며 가까이 알았던 비구들이 뵙고싶어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나이 많고 쇠약하며 병들어 괴로워하면서도 스스로 애를 써서 세존과 또 전부터 존경하고 가까이 알던 스님들을 뵈려고 왔습니다.

원하옵건대 저를 위해 설법하시어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하게 하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나구라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장자야, 너는 실로 나이 많아 감각기관이 허물어지고 쇠약하여 병으로 괴로워하면서도 스스로 애를 써서 여래와 또 다른 존경하고 가까이 알던 비구들을 찾아왔구나. 장자야, 마땅히 알라. 괴롭고 병든 몸에서 항상 괴롭지도 병들지도 않는 마음을 닦아야 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나구라 장자를 위해 가르치고 기쁘게 하신 뒤에 잠자코 계셨다. 나구라 장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따라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이때 존자 사리불은 세존에게서 멀지 않은 어떤 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나구라 장자는 존자 사리불이 있는 곳으로 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았다. 이 때 존자 사리불이 장자에게 물었다.

"지금 그대는 모든 감각기관에 기쁨이 넘치고 얼굴빛이 선명합니다. 세존에게서 어떤 깊은 법을 들을 수 있었습니까?"

나구라 장자는 사리불에게 아뢰었다.

"오늘 세존께서는 저를 위해 설법하고 가르쳐 기쁘게 하시고, 감로법(甘露法)으로 제 몸과 마음을 적셔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모든 감각기관에 기쁨이 넘치고 얼굴빛이 선명한 것입니다."

"세존께서 그대에게 어떤 법을 말씀하시어 가르쳐 기쁘게 하시고, 감로법으로 윤택하게 하셨습니까?"

"저는 아까 세존께서 계시는 곳에 나아가 '저는 나이 많고 쇠약하여 병으로 괴로워하면서도 스스로 애를 써서 세존과 또 존경하고 가까이 알던 비구들을 뵈러 왔습니다'고 세존께 아뢰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제게 '훌륭하구나. 장자야, 너는 실로 나이 많고 쇠약하여 병으로 괴로워하면서도 능히 스스로의 힘으로 나와 또 전부터 존경하던 비구들을 보러 왔구나. 너는 지금 그 괴롭고 병든 몸에서 항상 괴롭지도 병들지도 않는 마음을 닦아야 하느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저를 위해 이러한 법을 말씀하시어 가르쳐 기쁘게 하시고 감로(甘露)로써 윤택하게 하셨습니다."

존자 사리불은 장자에게 물었다.

"그대는 왜 아까 '어떤 것이 몸도 병들어 괴롭고 마음도 병들어 괴로운 것이며, 어떤 것이 몸은 병들어 괴롭지만 마음은 병들지도 괴롭지도 않은 것입니까' 하고 세존께 거듭 여쭈지 않았습니까?"

장자는 대답하였다.

"제가 그 때문에 존자께 찾아왔습니다. 원하옵건대 저를 위해 그 법의 요긴한 점을 간략히 말씀해 주십시오."

 

존자 사리불은 장자에게 말하였다.

"훌륭합니다. 장자여, 그대는 이제 자세히 들으십시오. 그대를 위해 설명하리다.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색의 발생[色集]과 색의 소멸[色滅]과 색의 재앙[色患]과 색에 맛들임[色味]과 색에서 벗어남[色離]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합니다.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색을 사랑하고 즐거워하여 '색은 나다. 이것은 내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그것을 거두어 취하다가 만일 그 색이 무너지거나 달라지면 마음도 그 따라 움직여 고통과 번민이 생깁니다. 고통과 번민이 생긴 뒤에는 두려워하고 마음이 막히며, 돌아보고 근심하며 잊지 못합니다. 수·상·행·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나니, 이것을 몸과 마음이 괴롭고 병든 것이라 합니다.

어떤 것을 몸은 괴롭고 병들었지만 마음은 괴롭지도 병들지도 않은 것이라 하는가?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색의 발생과 색의 소멸과 색에 맛들임과 색의 재앙과 색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압니다. 사실 그대로 안 뒤에는 그것을 사랑하거나 즐거워하지 않아 '색은 나다. 이것은 내 것이다'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 색이 혹 변하거나 달라지더라도 마음이 그것을 따라 움직여 괴로움과 번민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마음이 따라 움직여 괴로움과 번민이 생기는 일이 없으면, 두려워하거나 마음이 막히거나 돌아보거나 애착하지 않습니다. 수·상·행·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나니, 이것을 몸은 괴롭고 병들었으나 마음은 괴롭지도 병들지도 않은 것이라 합니다."

 

존자 사리불이 이 법을 설명하자 나구라 장자는 법안이 깨끗해졌다. 그 때 나구라 장자는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법을 알고 법에 들어가 모든 의심을 벗어나서, 남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 바른 법 안에서 마음에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민 뒤에 공경히 합장하고 존자 사리불에게 아뢰었다.

"저는 이미 초월하였고 이미 건넜습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과 법과 승가, 삼보에 귀의하여 우바새가 되겠습니다. 저를 인증해 주십시오. 저는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삼보에 귀의하겠습니다."

그 때 나구라 장자는 존자 사리불의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