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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초기경전/2. 잡아함경

잡아함경 103. 차마경(差摩經)

잡아함경 103. 차마경(差摩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많은 상좌 비구들은 구사미국(拘舍彌國) 구사라원(瞿師羅園)에 있었다.

그 때 차마(差摩) 비구는 구사미국의 발다리원(跋陀梨園)에서 지내며 심한 병을 앓고 있었는데, 다사(陀娑)라는 비구가 병자를 보살피고 있었다. 그 때 다사 비구는 여러 상좌 비구들에게 나아가 상좌 비구들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여러 상좌 비구들은 다사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차마 비구에게 가서 '여러 상좌 비구들이 묻나니, 그대 몸은 좀 나아 안온합니까, 고통이 더 심해지진 않았습니까'라고 물어보시오."

이 때 다사 비구는 여러 상좌 비구들의 분부를 받고 차마 비구에게 가 말하였다.

"여러 상좌 비구들께서 '병환은 좀 차도가 있습니까, 고통이 더하지는 않습니까' 하고 안부를 물었습니다."

 

차마 비구는 다사 비구에게 말하였다.

"내 병은 차도가 없어 몸이 안온하지 않으며, 여러 가지 고통은 갈수록 더해 나을 길이 없습니다. 만일 힘센 역사가 연약한 사람을 붙잡아 노끈으로 머리를 동여매고 두 손으로 세게 조른다면 매우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헌데 지금 내가 겪는 고통은 그보다 더합니다. 또 만일 백정이 예리한 칼로 소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끄집어낸다면 그 소의 고통이 어떻겠습니까? 그러나 지금 내 복통은 그 소보다 더합니다. 또 마치 두 역사가 연약한 한 사람을 붙들어 불 위에 매달아 놓고 두 발을 태우는 것과 같은데, 지금 내 두 발의 열은 그보다 더합니다."

이 때 다사 비구는 여러 상좌 비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차마 비구가 말한 병세를 여러 상좌들에게 자세히 말씀드렸다. 여러 상좌 비구들은 다시 다사 비구를 차마 비구에게 보내며 "세존께서는 5수음(受陰)을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색수음(色受陰)·수수음(受受陰)·상수음(想受陰)·행수음(行受陰)·식수음(識受陰)입니다. 그대 차마는 이 5수음에 대해 '나[我]도 아니요, 내 것[我所]도 아니다'라고 조금이라도 관찰해 보았습니까" 하고 말하게 하였다.

 

그 때 다사 비구는 여러 상좌 비구들의 분부를 받고 차마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여러 상좌 비구들께서 당신께 '세존께서는 5수음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는 조금이라도 (그것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다)라고 관찰해 보았습니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차마 비구는 다사 비구에게 말하였다.

"나는 그 5수음에 대해 '그것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다'라고 관찰할 수 있습니다."

다사 비구는 여러 상좌 비구들에게 돌아가 아뢰었다.

"차마 비구는 '나는 5수음에 대해서 (그것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다)라고 관찰할 수 있습니다'고 말하였습니다."

여러 상좌 비구들은 다시 다사 비구를 보내어 차마 비구에게 묻게 하였다.

"그대가 5수음에 대해서 '그것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다'라고 관찰할 수 있다면, 그대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과 같습니까?"

 

이 때 다사 비구는 여러 상좌 비구들의 분부를 받고 차마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비구여, 5수음에 대해 그와 같이 관찰할 수 있다면 당신은 번뇌가 다한 아라한과 같습니까?"

차마 비구는 다사 비구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5수음에 대해 '그것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다'라고 관찰하지만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아닙니다."

이 때 다사 비구는 여러 상좌 비구들에게 돌아가 아뢰었다.

"차마 비구는 '나는 5수음에 대해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하지만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아닙니다'고 말하였습니다."

이 때 여러 상좌 비구들이 다사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다시 차마 비구에게 가서 '그대가 (나는 5수음에 대해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하지만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고 말하시오."

다사 비구는 여러 상좌 비구들의 분부를 받고 차마 비구에게 가 말하였다.

"당신께서 '나는 5수음에 대해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하지만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아니다'고 말씀하신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차마 비구는 다사 비구에게 말하였다.

"내가 5수음에 대해 '그것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다'라고 관찰하지만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아니라고 말한 것은, 내가 아직은 나라는 교만[我慢]과 나라는 탐욕[我欲]과 나라는 번뇌[我使]를 끊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떠나지도 못하고, 뱉어 버리지도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다사 비구는 여러 상좌 비구들에게 돌아가 아뢰었다.

"차마 비구는 '내가 5수음에 대해 그것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하지만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아니라고 말한 것은, 5수음에 대해서 나라는 교만과 나라는 탐욕과 나라는 번뇌를 아직 끊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떠나지도 못하고, 뱉어 버리지도 못하였기 때문입니다'고 말하였습니다."

 

여러 상좌 비구들은 다시 다사 비구를 보내 차마 비구에게 말하게 하였다.

"그대는 나[我]가 있다고 말했는데, 어느 곳에 나가 있습니까? 색을 나라고 합니까? 나는 색과 다릅니까?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이 나입니까? 나는 식과 다릅니까?"

차마 비구는 다사 비구에게 말하였다.

"나는 '색이 나다. 나는 색과 다르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은 나다. 나는 식과 다르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5수음에 대해서 나라는 교만과 나라는 탐욕과 나라는 번뇌를 아직 끊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떠나지도 못하고, 뱉어 버리지도 못했습니다."

 

차마비구는 다시 다사 비구에게 말하였다.

"어찌 번거롭게 그대를 오가게 하겠습니까? 그대는 지팡이를 가져다 주십시오. 지팡이를 짚고 내가 직접 그 상좌들께 가보겠습니다. 지팡이를 가져다 주십시오."

차마 비구는 곧 스스로 지팡이를 짚고 여러 상좌들에게로 갔다. 이 때 여러 상좌들은 멀리서 차마 비구가 지팡이를 짚고 오는 것을 보고는 몸소 자리를 펴고 발을 얹을 궤를 바로 놓았고, 직접 나가 그를 맞이하면서 가사와 발우를 받고 자리를 권해 앉게 하고, 서로 위로한 뒤에 차마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나라는 교만[我慢]을 말했는데, 어디서 나[我]를 봅니까? 색이 나입니까? 나는 색과 다릅니까?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이 나입니까? 나는 식과 다릅니까?"

차마 비구는 아뢰었다.

"색이 나인 것도 아니요, 나는 색과 다른 것도 아닙니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이 나인 것도 아니요, 나는 식과 다른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5수음에 대해서 나라는 교만과 나라는 탐욕과 나라는 번뇌를 아직 끊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떠나지도 못하고, 뱉어 버리지도 못했습니다. 그 나[我]라는 것은 마치 우발라(優鉢羅)1)·발담마(鉢曇摩)2)·구모두(拘牟頭)3)·분다리(分陀利)4) 꽃들의 향기와 같습니다. 즉 뿌리가 곧 향기입니까? 향기는 뿌리와 다른 것입니까? 줄기·잎도 마찬가지이며, 꽃술의 정추(精?)가 곧 향기입니까? 향기는 그 정추와 다른 것입니까? 이런 등등으로 말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 상좌들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차마 비구야, 우발라·발담마·구모두·분다리 꽃들의 뿌리가 곧 향기인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향기가 뿌리와 다른 것도 아닙니다. 줄기·잎도 마찬가지이며, 꽃술의 정추가 곧 향기인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향기가 그 정추와 다른 것도 아닙니다."

차마 비구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그것은 어떤 향기입니까?"

상좌들이 대답했다.

"그것은 꽃향기입니다."

차마 비구는 말하였다.

"나[我]라는 것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색이 곧 나인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나는 색을 떠난 것도 아닙니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이 곧 나인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나는 식을 떠난 것도 아닙니다. 이처럼 저는 5수음에 대해 그것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보지만 아직 나라는 교만과 나라는 탐욕과 나라는 번뇌를 끊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떠나지도 못하고, 뱉어 버리지도 못했습니다.

 

여러 상좌들께서는 제 말을 들으십시오. 무릇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로 인해 이해하게 됩니다. 그것은 마치 유모의 옷을 세탁하는 집에 주면 여러 가지 잿물로 때를 빼고, 그래도 여전히 남는 냄새가 있을 때는 여러 가지 향 연기로 냄새를 없애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도 5수음을 떠나 '그것은 나가 아니요, 내 것도 아니다'라고 바르게 관찰하지만 그 5수음에서 아직은 나라는 교만과 나라는 탐욕과 나라는 번뇌를 끊지 못하고, 알지 못하며, 떠나지 못하고, 뱉어 버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뒤에 다시 5수음에 대해서 생각을 더욱 골똘히 해 '이것은 색이요, 이것은 색의 발생이며, 이것은 색의 소멸이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이것은 식이요, 이것은 식의 발생이며, 이것은 식의 소멸이다'라고 그 생성과 소멸을 관찰합니다. 그래서 5수음에 대해 이렇게 그 생성과 소멸을 관찰한 뒤에 나라는 교만과 나라는 탐욕과 나라는 번뇌를 모두 없앱니다. 이것을 진실한 바른 관찰이라 합니다."

차마 비구가 이 법을 설명했을 때, 모든 상좌 비구들은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그리고 차마 비구는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아 마음이 해탈하게 되었고, 법의 기쁨과 이익 때문에 몸의 병이 모두 없어졌다. 이 때 여러 상좌 비구들은 차마 비구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그대의 첫 설법을 들었을 때 이미 이해하고 이미 즐거워하였으니, 어찌 거듭 들어볼 필요가 있었겠습니까! 우리가 다시 물었던 것은 그대의 미묘한 변재를 들어보기 위함이었지 그대를 희롱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대는 과연 능히 여래·응공[應]·등정각(等正覺)의 법을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이 때 상좌 비구들은 차마 비구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