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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초기경전/2. 잡아함경

104. 염마경(焰摩經) 105. 선니경(仙尼經)

잡아함경 104. 염마경(焰摩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염마가(焰摩迦)라는 어떤 비구는 잘못된 소견을 일으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이해하기로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다시는 아무 것도 없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그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염마가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내가 부처님께서 말씀하는 법을 이해하기로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다시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여러분."

 

그 때 모든 비구들은 염마가 비구에게 말하였다.

"세존을 비방하지 마시오. 세존을 비방하는 것은 좋지 못합니다. 세존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대는 마땅히 그런 잘못된 소견을 다 버려야 합니다."

모든 비구들이 이렇게 말했지만 염마가 비구는 그래도 그 잘못된 소견을 고집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오직 이것만이 진실이요, 다른 것은 다 허망합니다."

이렇게 세 번을 말하였다. 이 때 모든 비구들은 염마가 비구를 조복시킬 수 없자 곧 그를 버리고 떠났다. 그들은 존자 사리불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에게 말하였다.

"존자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저 염마가 비구는 이러한 잘못된 소견을 일으켜 '내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이해하기로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다시는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저희가 그 말을 듣고 일부러 염마가 비구를 찾아가 '그대가 그런 소견을 말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고 물었더니, 그는 저희들에게 '여러분, 사실입니다. 다른 말은 다 어리석은 말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곧 그에게 '그대는 세존을 비방하지 마시오. 세존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대는 마땅히 그 잘못된 소견을 버려야 합니다'고 재삼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래도 그 잘못된 소견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지금 존자께 찾아온 것입니다. 원컨대 존자께서는 저 염마가 비구를 가엾이 여겨 그로 하여금 그 잘못된 소견을 버리게 해 주십시오."

 

사리불은 말하였다.

"그렇게 하지요. 내가 꼭 그로 하여금 그 잘못된 소견을 버리게 하리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은 사리불의 말을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자기 처소로 돌아갔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걸식한 뒤에는 성을 나와 다시 정사로 돌아왔고 가사와 발우를 챙겨서는 염마가 비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 때 염마가 비구는 멀리서 존자 사리불이 오는 것을 보고는 자리를 펴고 발을 씻고 발을 얻는 궤를 바로 놓았고, 나가 맞이하면서 가사와 발우를 받고 자리에 앉기를 권하였다. 존자 사리불은 자리로 나아가 발을 씻은 뒤에 염마가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내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이해하기로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다시는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염마가 비구는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사실입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사리불은 말하였다.

"내가 이제 그대에게 물으리니 그대는 마음대로 대답하라. 어떤가 염마가야, 색은 항상한가, 무상한가?"

"존자 사리불이여, 그것은 무상합니다."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이 과연 그런 것에 대해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겠는가?"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수·상·행·식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사리불은 다시 물었다.

"어떤가 염마가야, 색(色)이 여래(如來)인가?"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수(受)·상(想)·행(行)·식(識)이 여래인가?"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어떤가 염마가야, 색을 떠나서 여래가 있는가? 수·상·행·식을 떠나서 여래가 있는가?"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다시 물었다.

"색 안에 여래가 있는가? 수·상·행·식 안에 여래가 있는가?"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다시 물었다.

"여래 안에 색이 있는가? 여래 안에 수·상·행·식이 있는가?"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다시 물었다.

"색·수·상·행·식을 떠나서 여래가 있는가?"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그와 같이 염마가야, 여래께서는 법의 진실을 보고 이처럼 아무 얻을 것 없는 데에 머물러 주장하는 것이 없으시다. 그런데 너는 왜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을 내가 이해하기로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였는가? 그것을 알맞은 말이라 생각하는가?"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다시 물었다.

"염마가야, 아까는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을 내가 이해하기로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라고 말하더니, 지금은 어째서 아니라고 말하는가?"

"존자 사리불이여, 저는 아까 알지 못하고 어두웠기 때문에 그렇게 잘못된 소견으로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존자 사리불의 말씀을 듣고 나선 알지 못하던 것과 무명(無明)이 모두 끊어졌습니다."

다시 물었다.

"염마가야, 만일 다시 '비구야, 먼저는 그렇게 잘못된 소견으로 말하였는데, 지금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보았기에 그것을 다 멀리 떠날 수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너는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존자 사리불이여, 만일 누가 와서 그렇게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색이 무상하고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인 줄을 압니다. 그러므로 괴로운 것을 지극히 고요하고 맑고 시원하게 하며 아주 없어지게 합니다. 수·상·행·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만일 누가 와서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염마가 비구야, 너는 마땅히 그렇게 대답해야 한다. 왜냐 하면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색은 무상한 것이요,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이며,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면 그것은 나고 멸하는 법인 줄을 알기 때문이다. 수·상·행·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존자 사리불이 이 법을 말했을 때, 염마가 비구는 티끌과 때를 멀리 떠나고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존자 사리불은 염마가 비구에게 말하였다.

 

"이제 비유로 설명하리라. 대개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로써 이해하게 된다. 마치 어떤 장자의 아들과 같다. 그는 큰 부자로서 재물이 많아 널리 종을 구해 재물을 잘 보호하게 하였다. 이 때 그의 원수인 어떤 악한 사람이 거짓으로 찾아와 친한 척 붙어서는 그의 종이 되어 늘 기회를 노렸다. 그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며 그 곁에서 모시면서 일에는 조심하고 말은 공손히 하여 그 주인의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 그래서 그 주인은 그를 친한 벗처럼 생각하고 자식처럼 생각하면서 철저히 믿고 의심하지 않아 자기 몸 지키기를 예사로 하였다. 그래서 그 뒤 그 종은 칼을 가지고 그의 목숨을 끊었다.

염마가 비구야,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그 악한 원수가 그의 친구가 되었던 것은 처음부터 방편으로 해칠 마음을 가지고 그 기회를 노리다가 결국 그렇게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데도 그 장자는 그런 줄을 깨닫지 못하다가 이제 와서 해침을 당한 것이 아닌가?"

"실로 그렇습니다. 존자시여."

사리불이 염마가 비구에게 물었다.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그 장자가 처음부터 그 사람이 거짓으로 친한척하며 해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을 잘 보호했더라면 해침을 당하지 않았겠는가?"

"그렇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그와 같이 염마가 비구야,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5수음에 대해 그것은 항상하다는 생각, 안온하다는 생각, 병들지 않는다는 생각, 나라는 생각,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이 5수음을 보호하고 아끼다가 마침내 원수인 이 5수음의 해침을 당한다. 이것은 마치 저 장자가 거짓으로 친한척하는 원수를 해침을 받을 때까지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과 같다.

 

그러나 염마가야,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이 5수음에 대해 '그것은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가시와 같고, 살기와 같으며, 무상하고, 괴로우며, 공하고, 나가 아니며, 내 것도 아니다'라고 관찰한다. 그래서 그 5수음에 집착하지도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집착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열반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느니라."

존자 사리불이 이 법을 말하자 염마가 비구는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였다. 존자 사리불은 염마가 비구를 위해 설법하여 가르치고 기쁘게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잡아함경 105. 선니경(仙尼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외도 출가자 선니(仙尼)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 공손히 인사드리고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예전 언제가 사문 바라문, 혹은 차라가(遮羅迦),5) 혹은 출가한 이들은 희유강당(希有講堂)에 모여 이런 이치를 이야기하였습니다.

'부란나가섭(富蘭那迦葉)6)은 대중의 주인이 되어 500제자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제자들 가운데는 지극히 지혜로운 사람도 있었고 지극히 미련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죽음에 다다랐을 때, 그 스승은 그들이 어디로 가서 태어날지를 예언하지 않았다.

 

또 말가리구사리자(末迦梨瞿舍利子)도 대중의 주인이 되어 500제자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제자들 가운데는 지혜로운 사람도 있었고 미련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죽음에 다다랐을 때, 그 스승은 그들이 어디로 가서 태어날지를 예언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선사나비라지자(先闍那毘羅子)·아기다시사흠바라(阿耆多翅舍欽婆羅)·가라구다가전연(迦羅拘陀迦栴延)·니건타야제자(尼揵陀若提子) 등도 각각 500제자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들 역시 앞의 사람들과 같았다.'

그런데 사문 구담이시여, 그 때 그 사람들 중에 이런 말을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문 구담은 대중의 주인이 되어 그의 여러 제자들 중에 목숨을 마치는 사람이 있으면 곧 아무개는 저기에 태어나고 아무개는 여기에 태어난다고 예언한다.'

저는 그 말을 듣고 먼저 의심이 생겼습니다. 사문 구담께서는 어떻게 그러한 법을 얻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 선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의심하지 말라. 미혹이 있으면 그는 곧 의심을 일으키게 된다. 선니야, 마땅히 알라. 세 종류의 스승이 있으니,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어떤 스승은 '현세에서 진실로 이것이 나[我]다'라고 하며 제가 아는 대로 말하지만 목숨을 마친 뒤의 일은 능히 알지 못한다. 이런 이를 세간에 출현하는 첫 번째 스승이라 한다. 또 선니야, 어떤 스승은 '현세에서 진실로 이것이 나다'라고 보고 '목숨을 마친 뒤에도 또한 이것이 나다'라고 보아 제가 아는 대로 말한다. 또 선니야, 어떤 스승은 '현세에서 진실로 이것이 나다'라고 보지도 않고 '목숨을 마친 뒤에 진실로 이것이 나다'라고 보지도 않는다.

선니야, '현세에서만 진실로 이것이 나다'라고 하며 제가 아는 대로 말하는 첫 번째 스승의 견해를 단견(斷見)이라 한다. '현세에서나 후세에서나 진실로 이것이 나다'라고 하며 제가 아는 대로 말하는 두 번째 스승의 견해를 상견(常見)이라 한다. '현세에서 진실로 이것이 나다라고 보지 않고, 목숨을 마친 뒤의 나도 또한 보지 않는다'는 것은 곧 여래·응공·등정각의 말이다. 그는 '현세에서 애욕을 끊고 탐욕을 떠나 모든 번뇌를 없애면 열반(涅槃)을 얻는다'고 말한다."

 

선니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의 말씀을 듣고 의심만 더욱 더할 뿐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선니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의심을 더해야 할 것이다. 왜냐 하면 이것은 매우 깊은 이치로써 보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려워 모름지기 깊이 관찰해야만 미묘하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것은 지혜로운 사람만이 알 수 있고 범부 중생들은 분별해 알 수 없는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중생들은 오랜 세월 동안 잘못 보고, 잘못 참았으며, 잘못 찾고, 잘못 원하였기 때문이니라."

선니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 앞에서 마음에 깨끗한 믿음을 얻었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저를 위해 설법하시어 저로 하여금 이 자리에서 혜안(慧眼)이 청정하게 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선니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너를 위해 좋아하는 대로 설명하리라. 선니야, 색은 항상한가, 무상한가?"

"무상합니다."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니라.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이 과연 그런 것에 대해 '이것은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수·상·행·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세존께서는 다시 물으셨다.

"어떠냐 선니야, 색이 여래인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수·상·행·식이 여래인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다시 물으셨다.

"선니야, 색을 떠나서 여래가 있는가? 수·상·행·식을 떠나서 여래가 있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다시 물으셨다.

"선니야, 색 안에 여래가 있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선니야, 여래 안에 색이 있는가? 여래 안에 수·상·행·식이 있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선니야, 색도 아니고 수·상·행·식도 아닌 것이 여래인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선니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여러 제자들은 내 말을 듣고도 그 뜻을 다 이해하지 못해 교만[慢]을 일으키고 빈틈없는 한결같음[無間等]7)을 얻지 못한다. 빈틈없이 한결같지 못하기 때문에 곧 교만이 끊어지지 않고, 교만이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 음(陰)을 버린 뒤에도 다른 음과 합하여 계속해 태어나느니라. 그러므로 선니야, 나는 이런 제자들에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이러저러한 곳에 태어난다'고 예언한다. 왜냐 하면 그들에게는 남은 교만이 있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선니야, 내 말을 듣고 그 뜻을 능히 이해하는 나의 여러 제자들은 모든 교만에서 빈틈없는 한결같음을 얻는다. 빈틈없는 한결같음을 얻기 때문에 모든 교만이 끊어지고, 모든 교만이 끊어지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다시는 계속해 태어나지 않는다. 선니야, 나는 이런 제자들에겐 '이 음을 버린 뒤에 이러저러한 곳에 다시 태어난다'고 말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예언할 만한 인연이 없기 때문이니라. 만일 내가 그들에 대해서 예언해야 한다면 나는 '그들은 모든 애욕을 끊고 유결(有結)8)을 길이 떠나 바른 뜻으로 해탈하여 고통을 완전히 벗어나리라'고 예언할 것이다. 나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늘 교만의 허물[慢過]과 교만의 발생[慢集]과 교만의 생성[慢生]과 교만의 일어남[慢起]에 대하여 말하였다. 만일 그 교만에 대해서 빈틈없이 한결같이 관찰한다면 갖가지 고통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시자, 출가한 선니는 티끌과 때를 멀리 떠나고 법안이 깨끗해졌다. 그 때 출가한 선니는 법을 보고 법을 얻어 모든 의혹을 끊었다. 그래서 남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 남의 구제를 받지 않고도 바른 법 안에서 마음에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바른 법 안에서 출가하여 범행을 닦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선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바른 법 안에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얻을 수 있고 비구의 신분이 될 수 있느니라."

그 때 선니는 출가하여 홀로 고요한 곳으로 가서 방일하지 않으며 지냈고, '족성자들이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걸치고서 믿음으로 집에서 집 아닌 데로 출가한 목적대로, 위없는 범행을 완전히 이루고 현세에서 증득하여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라고 사유하고 아라한이 되었다.

선니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