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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청화 큰스님 법문집/7. 보리를 깨닫는 방편문

91. 울사가경(鬱闍迦經) 92. 교만경(憍慢經)

잡아함경 91. 울사가경(鬱闍迦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울사가(鬱闍迦)라는 바라문 청년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속인(俗人)이 집에서 지내며 몇 가지 법을 행하면 현세의 편안함과 현세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네 가지 법이 있다면, 그 속인은 집에서 지내며 현세의 편안함과 현세의 즐거움을 얻는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방편을 완전히 갖추고, 살림을 잘 보호하며, 착한 벗과 사귀고, 바른 생활을 경영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방편을 완전히 갖추는 것인가? 이른바 선남자(善男子)가 여러 가지 직업으로써 스스로 생활을 경영하는 것이니, 곧 농사를 짓고 장사를 하거나 임금을 섬기거나 혹은 글씨·글·셈·그림으로써, 이런 저런 직업에서 꾸준히 힘쓰고 수행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살림을 잘 보호하는 것인가? 이른바 선남자가 방편으로 얻거나 내 손으로 일하고 법답게 얻어 소유하게 된 돈과 곡식을 잘 지켜 보호하여, 임금이나 도적에게 빼앗기거나 물에 떠내려 보내거나 불에 태우는 일이 없게 하고, 잘 지키지 못해 잃어버리거나 사랑하지 않는 자에게 빼앗기거나 여러 가지 재앙으로 없어지는 일이 없게 하는 것이니, 이것을 선남자가 살림을 잘 보호하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착한 벗과 사귀는 것인가? 만일 법도에 어긋나지 않고 방탕하지 않으며, 허망하지 않고 음흉하지 않은 선남자가 있다면, 그런 착한 벗은 나를 편안하게 한다. 곧 아직 생기지 않은 근심과 괴로움은 생기지 않게 하고, 이미 생긴 근심과 괴로움은 깨닫게 하며, 아직 생기지 않은 기쁨과 즐거움은 빨리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기쁨과 즐거움은 잘 단속해 잃어버리지 않게 하나니, 이것을 선남자가 착한 벗과 사귀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바른 생활을 경영하는 것인가? 이른바 선남자는 그가 가진 돈과 재물에서 지출과 수입을 맞춰 보며 빈틈없이 관리하여 수입이 많고 지출이 적거나 지출이 많고 수입이 적게 하지 않아야 한다. 마치 저울을 잡은 사람이 적으면 보태고 많으면 덜어 평형을 이뤄야 그만 두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선남자도 재물을 헤아려 수입과 지출을 알맞게 하여 수입이 많고 지출이 적거나, 지출이 많고 수입이 적게 하지 않아야 한다. 만일 선남자가 재물이 없는데도 마구 뿌려 쓰면서 생활한다면 사람들은 모두 그를 우담발(優曇鉢) 열매라고 부를 것이다. 그는 어리석고 탐욕이 많아 그 뒷날을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어떤 선남자가 재물이 풍부한데도 그것을 쓰지 않는다면 주위 사람들은 '이 어리석은 사람은 굶어 죽는 개와 같구나'고 말할 것이다. 그러므로 선남자는 가진 재물을 잘 헤아려 수입과 지출을 알맞게 해야 하나니, 이것이 바른 생활을 경영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바라문아, 이 네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현세에서 편안하고 현세에서 즐거우리라."

바라문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집에서 지내는 사람은 몇 가지 법이 있어야 후세에 편안하고 후세에 즐거울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집에서 지내는 사람은 네 가지 법이 있어야 후세에 편안하고 후세에 즐거울 수 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믿음을 완전히 갖추고, 계를 완전히 갖추며, 보시를 완전히 갖추고, 지혜를 완전히 갖추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믿음을 갖추는 것인가? 이른바 선남자는 여래에게서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얻어 믿음의 근본을 세운다. 그것은 모든 하늘이나 악마·범 및 그 밖의 세상 사람들에 의해 무너지는 것이 아니니, 이것을 선남자가 믿음을 완전히 갖추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계를 완전히 갖추는 것인가? 이른바 선남자는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행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술 마시지 않나니, 이것을 계를 완전히 갖추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보시를 완전히 갖추는 것인가? 이른바 선남자는 아까워하는 더러운 마음을 떠나 집에서 지내며 해탈의 보시를 행하되 항상 자기 손으로 주며, 버리는 공부를 즐거워하고 평등한 마음으로 보시를 행하나니, 이것을 선남자가 보시를 완전히 갖추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지혜를 완전히 갖추는 것인가? 이른바 선남자는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聖諦]를 사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의 발생[集]과 괴로움의 소멸[滅]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道聖諦]를 사실 그대로 아나니, 이것을 선남자가 지혜를 완전히 갖추는 것이라 하느니라.

만일 선남자가 집에서 지내며 이 네 가지 법을 행한다면 후세에 편안하고, 후세에 즐거울 수 있을 것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방편으로 여러 직업 마련하고

쌓아 두고 잘 지켜 보호하며

훌륭한 사람을 벗으로 삼고

바른 생활로 스스로 살아가라.

 

깨끗한 믿음과 계를 갖추고

은혜로 베풀며 아끼는 탐욕 떠나

헤매는 길을 깨끗이 버리면

후세에 안락을 얻을 것이다.

 

만일 세속의 집에서 살며

이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고

존자의 말씀에서 진리를 살피고

등정각(等正覺)의 지혜를 살핀다면

현세를 살면서 안온을 얻고

현세를 살면서 기쁘고 즐거우며

후세에 가서도 기쁘고 즐거우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울사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잡아함경 92. 교만경(憍慢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拘薩羅國)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다가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祈樹給孤獨園)으로 가셨다. 그 때 사위국에는 교만한 바라문이 살고 있었다. 그의 부모는 두 사람 다 종성이 깨끗하여 흠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자들이었으며, 일곱 대를 내려오면서 모두 맑고 깨끗한 자들이었다. 그는 바라문의 스승이 되어 언론에 통달하고, 모든 논과 기록과 책을 만 가지나 분명히 알며, 법의 낫고 못함을 알고, 모든 글귀와 기설(記說)을 분별하였으며, 얼굴도 단정하였다. 그래서 그는 혹은 태생으로 거만을 떨기도 하고, 족성으로 거만을 떨기도 하며, 얼굴로 거만을 떨기도 하고, 총명함으로 거만을 떨기도하고, 재물로 거만을 떨기도하며, 부모도 어떤 존자도 스승과 어른도 공경하지 않았다.

 

그는 사문 구담께서 구살라국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다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오셨다는 소문을 듣고는 '지금 사문 구담께서 계시는 곳으로 가 보자. 만일 그가 무슨 말을 한다면 나도 같이 이야기할 것이요, 아무 말도 없으면 나도 잠자코 돌아오리라'고 생각하였다. 이 때 교만한 바라문은 흰 마차를 타고 여러 젊은 바라문들에게 앞뒤로 호위를 받으면서 황금 자루 일산을 들고 황금 병을 지니고 세존을 뵈러 갔고, 동산 문에 이르러서는 말에서 내려 걸어갔다.

그 때 세존께서는 여러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설법하시면서 교만한 바라문을 돌아보지 않으셨다. 그러자 교만한 바라문은 '사문 구담은 나를 돌아보지도 않는구나. 나는 일단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교만한 바라문의 생각을 아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교만한 이여, 이곳까지 찾아오고도

좋지 못하게 교만만 더하는구나

조금 전 도리로써 일부러 찾아왔으니

마땅히 그 도리를 더욱 더하라.

 

이 때 교만한 바라문은 '사문 구담은 이미 내 마음을 알고 있다. 가서 공경히 예배드리자'고 생각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교만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예배할 것 없다. 마음만 깨끗하면 이미 족하니라."

그 때 그의 여러 대중들이 제각기 큰 소리로 외쳤다.

"참으로 기이합니다. 세존께서는 큰 덕이 있고 큰 힘이 있으십니다. 이 교만한 바라문은 자기 태생을 믿고 교만을 부리고, 족성으로 교만을 부리며, 얼굴로 교만을 부리고, 총명함으로 교만을 부리고, 재물로 교만을 부리며, 그의 부모도 어떤 존자도 스승과 어른도 공경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사문 구담 앞에 와서는 스스로를 낮추어 겸손하게 발에 대고 공경히 예배하려고 하는군요."

그 때 교만한 바라문은 대중들 앞에서 소리치며 조용하게 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누구에게 교만한 마음 일으키지 말고

누구에게 공경하는 마음 일으켜야 하며

누구를 잘 위로해야 하고

누구를 잘 공양해야 합니까?

 

그 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모와 어른과 형님

화상(和尙)과 여러 스승들

존경할 만한 모든 사람들께

교만한 마음 내선 안되네.

 

마땅히 잘 받들어 공경하고

스스로를 낮추어 인사드리며

마음을 다해 받들어 섬기고

여러 가지 공양도 올려야 하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떠나

모든 번뇌 다한 저 아라한은

바른 지혜로 잘 해탈하였고

모든 교만한 마음 항복받았나니

이러한 어질고 거룩한 이들에게

합장하고 머리 조아려 예배하여라.

 

그 때 세존께서는 교만한 바라문을 위해 갖가지로 설법하여 가르치고 기뻐하게 하셨다. 그리고 모든 부처님과 세존들께서 차례로 설법하셨던 것처럼 보시와 지계, 하늘에 태어나게 하는 공덕, 애욕, 맛들임, 재앙, 번뇌가 청정해짐, 벗어나고 멀리 떠나게 하는 모든 청정한 분(分)을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자세히 설명하시자, 마치 때와 더러움이 없는 희고 깨끗한 옷이 빨리 물감을 받아들이듯이, 교만한 바라문은 그 자리에서 괴로움·괴로움의 발생·괴로움의 소멸·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四聖諦]를 이해하고, 빈틈없는 한결같음[無間等]을 얻게 되었다. 그 때 그 교만한 바라문은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법을 알고, 법에 들어가서 모든 의혹을 건너고, 남의 구제를 받지 않고, 바른 법 안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합장하고 여쭈었다.

 

"저도 이 바른 법 안에서 출가하고 구족계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교만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이라도 이 바른 법 안에서 출가하고 구족계를 받을 수 있느니라."

그는 곧 출가하여 홀로 고요한 곳에서 사유하였고, 선남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걸치고서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대로, 아라한이 되어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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