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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초기경전/2. 잡아함경

80. 법인경(法印經) 81. 부란나경(富蘭那經)

잡아함경 80. 법인경(法印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거룩한 법인(法印)과 소견의 청정함을 설명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만일 어떤 비구가 '나는 공삼매(空三昧)에서 아직 얻은 바가 없지만, 모양 없음[無相]과 가진 바 없음[無所有]과 거만을 떠난 지견[離慢知見]을 일으킨다'고 말한다면, 그런 말은 해서는 안 된다. 왜냐 하면 만일 공(空)에서 얻은 바가 없으면서 '나는 모양 없음과 가진 바 없음과 거만을 떠난 지견을 얻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비구가 '나는 공을 얻어 능히 모양 없음과 가진 바 없음과 거만을 떠난 지견을 일으킨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은 말이다. 왜냐 하면 만일 공을 얻은 뒤에 능히 모양 없음과 가진 바가 없음과 거만을 떠난 지견을 일으켰다면 그것은 옳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거룩한 제자와 소견의 청정함이란 무엇인가?"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법의 근본이요, 법의 눈이며, 법의 의지처이십니다. 원하옵건대 말씀해 주소서. 모든 비구들은 그 설법을 들은 뒤에 그 말씀대로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가 공적하고 한가한 곳이나 나무 밑에 앉아 '색은 무상하고, 닳아 없어지며, 그것에 대한 탐욕을 떠나야 할 법이다'라고 관찰하고, 이와 같이 '수·상·행·식도 무상하고, 닳아 없어지며, 그것에 대한 탐욕을 떠나야 할 법이다'라고 관찰한다고 하자. '그 음(陰)이란 무상하고, 닳아 없어지며, 견고하지 않고,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라고 관찰하여 그 마음이 즐겁고, 청정하며, 해탈하면 이것을 공(空)이라 하느니라. 그러나 이렇게 관찰하는 사람도 아직은 거만을 떠나 지견이 청정해지지는 못하였느니라.

 

다시 바르게 사유하는 삼매[正思惟三昧]가 있어서 색의 모양이 끊어지고, 소리·냄새·맛·감촉·법의 모양이 끊어지는 것을 관찰하나니, 이것을 모양 없음[無相]이라 한다. 그러나 이렇게 관찰하는 사람도 아직은 거만을 떠나 지견이 청정해지지는 못하였느니라.

다시 바르게 사유하는 삼매가 있어서 탐하는 모양이 끊어지고, 성내고 어리석은 모양이 끊어지는 것을 관찰하나니, 이것을 가진 바 없음[無所有]이라 한다. 그러나 이렇게 관찰하는 사람도 아직은 거만을 떠나 지견이 청정해지지는 못하였느니라.

 

다시 바르게 사유하는 삼매가 있어서 '나[我]와 내 것[我所]은 무엇으로부터 생기는가'고 관찰하고, 다시 바르게 사유하는 삼매가 있어서 '나와 내 것은 보거나 듣거나 냄새 맡거나 맛보거나 접촉하거나 혹은 인식하는 데서 생긴다'고 관찰하며, 다시 '인(因)이나 연(緣)이 있어서 식(識)이 생길 때, 그 식의 인과 연은 항상한가, 무상한가'고 관찰한다.

 

다시 '인이나 연이 있어서 식이 생길 때, 그 인(因)과 연(緣)은 다 무상한 것이다. 또 그 인과 연이 다 무상한 것인데 거기서 생긴 식이 어떻게 항상하겠는가? 무상한 것은 곧 유위행(有爲行)이다. 인연을 따라 일어난 것은 곧 근심스러운 법이요, 소멸시켜야 할 법이며, 탐욕을 떠나야 할 법이요, 앎을 끊어야 할 법이다'고 사유하나니, 이것을 거룩한 법인과 지견의 청정함이라 한다. 이것이 '비구들아, 거룩한 법인과 지견의 청정함을 설명하리라'고 한 것으로서,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81. 부란나경(富蘭那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야리(毘耶離)의 미후지(獼猴池) 곁에 있는 중각강당(重閣講堂)에 계셨다.

그 때 마하남(摩訶男)이라는 리차(離車)족 사람이 몇 일을 걸어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왔다. 그 때 그 리차족 사람은 '만일 내가 세존께 일찍이 찾아간다면 세존과 내가 아는 비구들은 모두 선정에 들어 계실 것이다. 나는 이제 일곱 그루 암라(菴羅)나무가 있는 아기비(阿耆毘) 외도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는 곧 부란나가섭(富蘭那迦葉)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 때 부란나가섭은 외도들의 우두머리로서 500외도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높은 소리로 떠들면서 세속 일을 지껄이고 있었다.

 

그 때 부란나가섭은 멀리서 리차족 마하남이 오는 것을 보고 그 권속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분부하였다.

"너희들은 조용히 하라. 저 사람은 사문 구담의 제자 리차족 마하남이다. 저 자는 사문 구담의 재가 제자 중에 이 비야리에서 제일 우두머리인 자이다. 그는 항상 고요함을 즐거워하고 고요함을 찬탄한다. 그는 언제나 조용한 대중이 있는 곳으로만 간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조용히 해야 한다."

이 때 마하남은 그 대중들 가운데 있는 부란나에게 가서 서로 인사하고 서로 위로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 때 마하남이 부란나에게 말하였다.

"제가 들으니, 부란나께서는 모든 제자들에게 '인(因)도 없고 연(緣)도 없이 중생들에게 때[垢]가 생긴다. 인도 없고 연도 없이 중생들은 맑고 깨끗해진다'고 설법하신다 합니다. 세간에 이런 주장이 있으니 당신은 이를 분명히 하셔야 합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헐뜯으려고 하는 말입니까? 세상 사람들이 하는 이 말은 옳은 법입니까, 그른 법입니까? 혹 세상 사람들이 이 문제로 찾아와 힐난하고 꾸짖지는 않았습니까?"

 

부란나가섭은 대답하였다.

"진실로 그런 주장이 있습니다. 그것은 세상에서 함부로 퍼뜨리는 말이 아닙니다. 나의 이 주장은 법다운 주장입니다. 내가 설한 이 법은 모두 법에 따른 것입니다. 그리고 내게 찾아와 그것을 힐난하고 꾸짖은 세상 사람도 없었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마하남이여, 나는 '인도 없고 연도 없이 중생들에게 때가 생긴다. 인도 없고 연도 없이 중생들은 맑고 깨끗해진다'고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 마하남은 부란나의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불쾌하여 그를 꾸짖은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는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머리 숙여 발에 예배하고는 물러나 한쪽에 앉아 조금 전 부란나와 논의했던 것을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리차족 사람 마하남에게 말씀하셨다.

"그 부란나의 부질없는 말10)은 말할 거리도 못된다. 부란나는 그처럼 어리석어 착하지 않고, 인(因)이 아니라는 것을 분별하지 못하고서 '인도 없고 연도 없이 중생들에게 때가 생긴다. 인도 없고 연도 없이 중생들은 맑고 깨끗해진다'고 말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인이 있고 연이 있어서 중생들에게 때가 생기고, 인이 있고 연이 있어서 중생들은 맑고 깨끗해지기 때문이니라.

마하남아, 어떤 인과 연이 있어서 중생들에게 때가 생기고, 어떤 인과 어떤 연이 있어서 중생들이 맑고 깨끗해지는가?

 

마하남아, 만일 색(色)이 한결같이 괴로운 것으로서 즐거운 것도 아니요, 즐거움이 따르는 것도 아니며, 즐거움이 자라는 것도 아니요, 즐거움을 떠난 것이라면, 중생들은 응당 그것 때문에 애착하는 마음을 내지는 않을 것이다.

마하남아, 색은 한결같이 괴로운 것으로서 즐겁지 않은 것이지만, 즐거움이 따르고 즐거움을 자라게 하며 즐거움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중생들은 색에 더러워져 집착하고, 더러워져 집착하기 때문에 얽매이며, 얽매이기 때문에 번뇌가 생기느니라.

 

마하남아, 수(受)·상(想)·행(行)도 마찬가지이며, 만일 식(識)이 한결같이 괴로운 것으로서 즐거운 것도 아니요, 즐거움이 따르는 것도 아니며, 즐거움이 자라는 것도 아니요, 즐거움을 떠난 것이라면, 중생들은 응당 그것 때문에 애착하는 마음을 내지는 않을 것이다.

마하남아,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은 한결같이 괴로운 것으로서 즐겁지 않은 것이지만, 즐거움이 따르고 즐거움을 자라게 하며 즐거움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중생들은 식에 더러워져 집착하고, 더러워져 집착하기 때문에 얽매이며, 얽매이기 때문에 번뇌가 생기느니라.

마하남아, 이것이 이른바 '인이 있고 연이 있어서 중생들에게 때가 생긴다'는 것이니라.

마하남아, 어떤 인과 어떤 연이 있어서 중생들이 맑고 깨끗해지는가?

 

마하남아, 만일 색이 한결같이 즐거운 것으로서 괴로운 것도 아니요, 괴로움이 따르는 것도 아니며, 근심과 괴로움이 자라는 것도 아니요, 괴로움을 떠난 것이라면, 중생들은 응당 색 때문에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않을 것이다.

마하남아, 색은 한결같이 즐거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괴로운 것이요, 괴로움이 따르는 것이며, 근심과 괴로움이 자라는 것이요, 괴로움이 떠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생들은 색을 싫어하여 떠나고, 싫어하기 때문에 즐거워하지 않으며, 즐거워하지 않기 때문에 해탈하느니라.

마하남아,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만일 식이 한결같이 즐거운 것으로서 괴로운 것도 아니요, 괴로움이 따르는 것도 아니며, 근심과 괴로움이 자라는 것도 아니요, 괴로움을 떠난 것이라면, 중생들은 응당 식 때문에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않을 것이다.

 

마하남아,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은 한결같이 즐거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괴로운 것이요, 괴로움이 따르는 것이며, 근심과 괴로움이 자라는 것이요, 괴로움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생들은 식을 싫어하여 떠나고, 싫어하기 때문에 즐거워하지 않으며, 즐거워하지 않기 때문에 해탈하느니라.

 

마하남아, 이것이 이른바 '인도 있고 연도 있어서 중생들은 맑고 깨끗해진다'는 것이니라."

이 때 마하남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여럿과 함께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지법(知法)과 중담(重擔)과

왕예(往詣)·관(觀)·욕탐(欲貪)과

생(生)과 약설(略說)과

법인(法印)과 부란나(富蘭那)에 대해 설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