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장이란 악업에 의한 장해(障害)를 말하는 것인데 다시 말하면 전생이나 금생에 지은 악업에 의한 과보입니다.
그러나 출가 사문이라도 누구든지 크던 적던 악업은 있는 것이고 도를 크게 이룬 분들도 한때 정진하면서 곤욕을 치룬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아는 스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스님 토굴 사는 것도 복 있어야 합니다’. 하는데 그 스님도 토굴에서 정진하면 무슨 이유든 생기여서 떠나는 것을 몇 번 보았는데 지금은 업장이 다 녹았는가 한 곳에서 오래 정진하고 계십니다.
저도 어느 곳에서 정진하고 지네면 무엇인가 하나 불편한 점이 생기여서 걸망매고 자리를 옮기면 하나는 해결되는데 또 한 가지가 생기는 것입니다 흔한 말로 도량이 좋으면 주지스님이 고약하고 주지스님이 원만하시면 공양주가 사납고 이런 식이지요 하 하 (여담으로 주지스님보다 공양주보살님이 사나우면 더 살기 힘듭니다)
이곳 고내리 토굴도 공동묘지주변이라 시비 거는 사람 없고 조용해 좋지만 저도 업장이 남은 사람이라, 작년 이맘때는 어느 날 갑자기 굴착기를 동원하여 돌멩이를 굴려 올라오는 길을 막았습니다. 걸어 올라오는 것은 운동 삼아 좋다고 하지만 기름차가 못 올라와 말 통으로 보일러기름을 사다가 날랐습니다.
토굴에 올라오는 길이 공식적인 길은 아니고 두 집 땅을 거쳐서 올라오는 소위 맹지 땅인데, 자기 땅 자기가 막는다는 데 할 말은 없고 그냥 두었더니 어느 날 굴착기를 동원하여 돌멩이를 치우는 것입니다
올 해는 가을부터 물이 안 올라오는 것입니다 상수도는 아니고 농업용수가 올라와 그 물을 사용하는데 용량이 딸리는가? 아무튼 다른 곳에서 물 호수 네 개 깔아서 얻어다 먹는데 다행인 것은 물주는 주인장이 스님에게 호의적입니다 그나마 물도 못 얻어먹으면 떠나야 하는데 다행히 얻어먹는 물은 있으니 버티고 사는 것입니다.
보이는 현상으로 본다면야 시비(是非)가 있겠다마는 보이는 현상세계는 말 그대로 안개이며 이슬이며 언제인가는 사라지는 물거품입니다 보이는 현상계 이면은 아직 내 업장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한말에 안주상에 제비 똥 떨어지는 것 까지 맞추는 역술가가 있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안주상에 제비 똥 떨어지는 것 까지도 우연은 없다는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막히고 다치고 곤욕을 치르는 일 결국은 다 업장에 의해서 일어나는 현상이고 선업(善業)과 탐ㆍ진ㆍ치를 녹이는 수행으로 업장이 녹으면 녹은 만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것입니다. 삶에서 비오고 눈 오고 바람 불고 맑은 날씨에 마음 빼앗길 일이 없습니다. 비오면 비 맞고 눈 오면 눈 맞고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데로 묵묵히 마음공부 지여가면 업(業)이 다하는 날 화장한 봄날이 오는 것입니다.
무주선원 가족여러분 올 한해도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원만히 성취하시길 축원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미타행자 본연(本然)합장
* 제주 만냥금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