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자비의 힘
자비를 행하면 스스로 얻는 바 이로움이 많은 것은 더 말할 여지도 없이 분명하다. 안녕, 건강, 마음의 평화, 밝은 모습 그리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받는 사랑과 선의 등이야말로 자비관을 닦아서 얻게 되는 크나 큰 인생의 행복이다. 그러나 더욱 경이로운 것은 자비가 주위환경과 다른 존재들에게 미치는 효과이다. 이 자비의 영향을 받는 존재에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물과 천신들까지도 포함되며, 이를 입증하는 기억해둘만한 얘기들이 빠알리경과 주석서에 실려 있다.
한번은 부처님께서 비구들과 탁발에서 돌아오는 중이셨다. 그들이 감옥 옆을 지나치려하자 부처님의 사촌인 야심 많고 마음씨 고약한 데와닷따에게 매수당한 사형집행인이 범죄자들을 처형할 때 쓰는 사나운 코끼리 날라기리를 풀어놓았다. 흥분한 코끼리가 흉포한 소리를 내지르며 돌진해오자 부처님은 그 코끼리를 향해 강력한 자비의 염을 방사하셨다. 부처님의 시자인 아난다 존자가 부처님의 안전을 걱정한 나머지 자신의 몸으로 부처님을 보호해보려고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러나 부처님은 자비의 방사만으로 충분하니 옆으로 비켜서라고 분부하셨다. 부처님의 자비방사의 효과가 어떻게나 빠르고 세었던지 코끼리가 부처님 근처에 다가왔을 때는 마치 술주정뱅이가 주문의 마력에 의해 갑자기 술기운에서 깨어나듯 완전히 온순해져 있었다. 코끼리는 마치 서커스에서 하듯이 엎드려서 부처님께 절을 했다고 한다.
<청정도론>은 빠딸리뿌드라(현재의 빠뜨나)에 살았던 위싸카라는 부유한 장자의 일화를 그리고 있다.
그는 스리랑카 섬이 수많은 사원과 탑묘로 덮여있어 진실로 불법의 낙도라고 들은 모양이며, 기후는 온화하고, 사람들은 매우 정의로워 커다란 열의와 진실성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축복받은 곳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위싸카는 스리랑카로 가서 그곳에서 수도승으로 여생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막대한 재산을 처자들에게 다 넘겨준 다음, 금화 한 닢만을 지닌 채 집을 떠났다. 그는 항구도시 담라리삐(현재의 땀루끄)에서 배를 기다리며 달포를 묵게 되자 그 동안 사업수완을 발휘하여 금화 천 냥을 벌었다.
마침내 그는 스리랑카에 도착하여 수도 아누라다뿌라로 갔다. 거기서 유명한 대사(大寺, mahaavihaara)로 찾아가 주지 스님에게 승단에 들고 싶다고 허락을 구했다. 그가 수계식에 참석하러 본당으로 안내받아 가던 중에 허리춤에서 금화 천 냥이 든 지갑이 떨어졌다. "그것이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에 "예, 저는 금화 천 냥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승려는 돈을 한 푼도 지녀선 안된다는 말을 듣자 "저 역시 한 푼도 갖고 싶지 않습니다. 이 수계식에 오시는 분들에게 나누어 드릴 작정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지갑을 열어 온 마당에 뿌리면서 "위싸카의 수계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아무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고 말했다.
스승 밑에서 5년을 보낸 후 그는 신통력을 가진 도승들이 많이 사는 유명한 찔딸라빱바따 숲으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그는 찔딸라빱바따의 정글 사원으로 향했다. 도중에 갈림길을 만나게 되자 어느 길로 가야할까 망설이고 있었다. 그는 자비관을 열성껏 닦고 있던 중이었으므로 어떤 바위에 사는 신령이 손을 내밀어 자기에게 길을 가리켜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찔딸라빱바따의 정글 사원에 이르러 그는 한적한 초막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넉 달 동안 머문 다음, 내일 아침에 그곳을 떠나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흐느껴 우는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누구시오?"라고 묻자 포행 길 끝에 있는 마닐라 나무에 사는 신령이 "존자님, 저는 마닐리야입니다(즉 마닐라 나무에 속하는 자라는 뜻)."라고 대답했다.
"왜 울고 있소?"
"존자님께서 이곳을 떠날 생각을 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여기 사는 것이 당신네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오?"
"존자님, 존자님께서 여기 계시는 한, 신령들이나 그 밖의 다른 비인간들이 서로를 친절하게 대합니다. 그러나 존자님이 떠나시고 나면 그들은 다시 말다툼을 벌이고 싸우기 시작할 것입니다."
"내가 여기 살아서 당신들 모두가 평화롭게 지낸다면 좋습니다."
그래서 다시 그곳에서 4개월을 더 묵었다. 얘기에 의하면 그가 다시 떠나려하자 그 신령은 또 눈물을 흘렸다 한다. 그러다 보니 이 장로는 그곳에 영주하게 되었고 드디어 그곳에서 깨달음을 성취, 열반을 증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비관 수행이 남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와 같으며,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존재들에게조차 그처럼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 유명한 얘기 중에 암소 이야기도 있다.
어느 숲에서 암소가 송아지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던가 보다. 그때 마침 어떤 사냥꾼이 그 암소를 잡으려고 창을 던졌는데 그 창은 암소의 몸에 부딪치자 종려 나뭇잎처럼 퉁겨 나왔다고 한다. 이처럼 자비의 힘은 강력한 것이다. 더구나 이것은 자비삼매를 닦아 이룬 사람의 경우가 아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는 단순한 식(識)의 예에 불과하다.
진실로 자비의 힘은 이루 다 말할 길이 없다. 빠알리 경전에 대한 주석서는 승려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오로지 비이기적 사랑인 자비의 힘만으로 무기나 독을 위시한 갖가지 위험을 극복해낸 얘기를 얼마든지 담고 있다.
자비를 단순한 정감으로 잘못 알아서는 안된다. 자비는 강자의 힘이다. 만일 사회 각계의 지도자들이 자비를 시험삼아 써보면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자비보다 더 효율성이 크고 결실도 잘 맺는 원칙이나 행동지침이 다시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매사가 다 사람하기 나름이다. 사람들이 행동방향을 공격과 악의 대신, 자비로 대체시키기로 결정만 하면 세계는 진정한 평화의 안식처로 바뀔 것이다. 이 세계의 평화가 진정한 것이 되고 또 지속적인 것이 되려면 사람들이 스스로 그 자신부터 평화로워지고 남들에게 무한한 선의를 품는 길 말고는 다른 어떤 길도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부 록
Kara.niiyaa Mettaa Sutta
1. kara.niiyam atthakusalena
yam tam santam padam abhisamecca
sakko ujuu ca suuju ca
suvaco c'assa mudu anatimaanii
2. santussako ca subharo ca
appakicco ca sallahukavavutti
santindriyo ca nipako ca
appagabbho kulesu ananugiddho
3. na ca khuddam samaacare ki~nci
yena vi~n~nuu pare upavadeyyum
sukhino vaa khemino hontu
sabbe sattaa bhavantu sukhitattaa
4. ye keci paanabhuut' atthi
tasaa vaa thaavaraa va anavasesaa
diighaa va ye mahantaa vaa
majjhimaa rassakaanukathuulaa
5. di.t.thaa vaa yeva aditthaa
ye ca duure vasanti aviduure
bhuutaa vaa sambhavesii vaa
sabbe sattaa bhavantu sukhitattaa
6. naparo param nikubbetha
naatima~n~netha katthacinam ka~nci
byaarosanaa pa.tighasa~n~naa
naa~n~nama~n~nassa dukkha iccheyya
7. maataa yathaa niyam puttam
aayusaa ekaputtam anurakkhe
evampi sabbabhuutesu
maanasam bhaavaye aparimaa.nam
8. metta~n ca sabba-lokasmim
maanasam bhaavaye aparimaa.nam
uddham adho ca tiriya~nca
asambaadham averam asapattam
9. ti.t.tham caram nisinno vaa
sayaano vaa yaavat'assa vigatamiddho
etam satim adhi.t.theyya
brahmam etam viharam idhamaahu
10. di.t.thi~n ca anupagamma siilavaa
dassanena sampanno
kaamesu vineyya gedham
na hi jaatu gabbhaseyyam punaretii'ti
Hymn of Universal Love
1. Who seeks to promote his welfare
Having glimpsed the state of perfect peace
Should be able, honest and upright
Gentle in speech, meek and not proud.
2. Contented, he ought to be easy to support
Not over-busy, and simple in living
Tranquil his senses, let him be prudent
And not brazen, nor fawning on families.
3. Also he must refrain from any action
That gives the wise reason to reprove him
(Then let him cultivate the thought)
May all be well and secure
May all beings be happy!
4. Whatever living creatures there be
Without exception, weak or strong
Long, huge or middle sized
Or short, minute or bulky
5. Whether visible or invisible
And those living far or near
The born and those seeking birth
May all beings be happy!
6. Let none deceive or decry
His fellow anywhere
Let none wish others harm
In resentment or in hate
7. Just as with her own life
A mother shields from hurt
Her own son her only child
Let all-embracing thoughts
For all beings be yours
8. Cultivate an all-embracing mind of love
For all throughout the universe
In all its height, depth and breath
Love that is untroubled
And beyond hatred or enmity
9. As you stand, walk, sit or lie
So long as you are awake
Pursue this awareness with your might
It is deemed the Divine State here
10. Holding no more to wrong beliefs
With virtue and vision of the ultimate
And having overcome all sensual desire
Never in a womb is one born again.
The Loving Kindness Discourse
Trans. By Bhikku ~naanamoli
What should be by one skilful in good
So as to gain the State of Peace is this
Let him be able and upright and straight
Easy to speak to, gentle and not proud
Contented too supported easily
With few tasks and living very lightly
His faculties serene, prudent and modest
Unswayed by the emotions of the clans
And let him never do the slightest thing
That otherwise men might hold blamable
(And let him think) 'In safety and in bliss
May creatures all be of a blissful heart
Whatever breathing beings there may be
No matter whether they are frail or firm
with none excepted be they long or big
Or middle-sized or be they short or small
Or thick as well as those seen or unseen
Or whether they are dwelling far or near
Existing or yet seeking to exist
May creatures all be of a blissful heart
Let no one work another one's undoing
Or even slight him at all anywhere
And never let them wish each other ill
Through provocation or resentful thought'
And just as might a mother with her life
Protect the son that was her only child
So let him then for every living thing
Maintain unbounded consciousness in being
And let him too with love for all the world
Maintain unbounded consciousness in being
Above below and all round in between
Untroubled with no enemy or foe
And while he stands or walks or while he sits
Or while he lies down free from drowsiness
Let him resolve upon this mindfulness
This is Divine Abiding here, they say
But when he has no trafficking with views
Is virtuous and has perfected seeing
And purges greed for sensual desires
He surely comes no more to any womb.
편집 후기
숫따니빠따 의 번역은 불교 역경사업에서 난제 중의 난제라는 말이 정말인가보다. 최고의 권위에 도전하는 분들이 저마다 상이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
여기 자비경 의 번역도 그렇다. 보리수 잎 ·여섯 불교의 명상 말미에 소개했던 번역은 영국 출신 냐나몰리 스님의 영역을 그 저자가 수록했던 것이다. 축어적 번역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 영역에 근거하여 옮긴 것이었다. 그런데 독자들은 이 책에 실린 번역이 그것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단순한 표현상의 차이뿐만 아니라 해석상의 기본적 차이를 볼 수 있는 곳이 몇 군데나 된다. 좀더 정확한 해석여부를 판별하는 문제가 언어학적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불법(佛法)에 대한 안목의 문제인지, 아니면 그 둘 다의 문제인지 함부로 억단할 수가 없다. 그래서 빠알리 원문과 저자의 영역 그리고 냐나몰리 스님의 영역을 나란히 실어 관심있는 분들의 참고에 보탬이 되도록 했다.
메따를 자비로 옮긴 연유를 잠깐 언급해야겠다. 사무량심(四無量心) 에서 메따는 자(慈)를 의미할 뿐 자비로 옮길 용어는 아니다. 거기서 자비는 어디까지나 자(慈)와 비(悲, karunaa)의 합성어이며, 실제로 mettaa-karunaa란 용례도 있다.
그러나 이번 mettaasutta의 경우처럼 별도로 비(悲)에 대한 언급이 없는 채 메따만을 쓰고 있을 때, 이를 굳이 자의 뜻에 한정시킬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말에서 `자비'라는 단어가 갖는 함축이, 자 또는 자애(慈愛), 사랑이란 단어들보다 이 경우에 원어와 더 잘 부합된다고 보아 자비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즉 여기서 메따는 비의 뜻은 물론 희(喜)와 사(捨)의 뜻까지도 함축하고 있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한 것이다.
주 해
1) 까라니야메따경 : 원래의 경이름은 그냥 Mettaa Sutta 인데 남방에서는 일반적으로 경의 첫말인 kara.niiya(마땅히 해야하는)을 취해 그렇게 부른다. 여기서는 `필수(必修) 자비경'으로 옮긴다. ∥원문으로∥
2) 청정도론 : 오늘날 남방불교의 준거가 되는 백과사전적 교리서. 5세기 경 인도 바라문 출신 붓다고샤 스님이 스리랑카에 건너가서 그곳에 전승되어오던 자료들을 집대성하여 편찬했음. 저자는 상좌부 역사상 가장 걸출했던 논사(論師)로 삼장에 대한 주석서 등 광대한 저술을 남겼다.
3) 해탈도론 : 청정도론의 토대가 되었던 논서. 1세기 경 스리랑카의 고승에 의해 저술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빠알리 원본은 일실되고 6세기에 이루어진 한역본만이 전해져오던 것을 원래 일본의 헤하라 스님과 스리랑카의 소마 스님, 케민다 스님들이 공동으로 영역함으로써 남방에 다시 유포되게 되었다.
4) 무애해도 : 빠알리 삼장의 경장 소부경에 드는 경. 경장에 들어있긴 하나 논서적인 성격이 매우 짙은 경인데 <해탈도론>과 <청정도론>에 많이 인용되는 등 현재 남방불교전통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 ∥원문으로∥
5) 여기서 5백 비구는 많은 비구를 가리키는 상례적인 표현임.
6) 열 가지 복짓는 공덕행 : 보시(布施, 베풂), 지계(持戒, 계율을 지킴), 수행(修行, 마음을 닦는 일), 공경(恭敬, 남을 공손하게 받들어 대함), 봉사(奉仕, 남을 위해 헌신함), 회향(廻向, 자기의 공덕을 남에게 돌려줌), 수희(隨喜, 남이 공덕 쌓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함), 설법(說法, 법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알려줌), 문법(聞法, 귀 기울여 법문을 듣고, 알려고 애씀), 견해의 정정(訂正, 자신의 그릇되거나 치우친 견해를 고쳐 바로 잡을 때).
7) 상좌부 전통에서는 10가지 바라밀을 말한다. 보시, 지계, 출리(出離), 지혜, 정진, 인욕, 진실, 결의(決意), 자비, 평온[捨]. ∥원문으로∥
8) <소송경>의 제5경, <숫따니빠따> 2장 제4경. <길상(吉祥)경> 이라 옮김. 37가지의 길사(吉事)를 들고 있다.
9) 지은이의 고국인 인도나 활동무대인 미국이 모두 주(洲)로 이루어진 연방국임.
10) 중국 역경사에서 sattaa는 구역에선 중생으로, 신역에선 유정(有情)으로 옮겨졌다. 이 번역에서는 중생을 일반적 용도로, 유정은 감각, 지각력을 가진 존재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했다.
11) 보리수 잎·다섯 <거룩한 마음가짐―사무량심> 참조. ∥원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