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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특이한 인연(因緣)

 

그 옛날 성공하겠다는 한 생각만 가지고 아무 반연(攀緣) 없는 서울에 빈손으로 올라와 처음 인연 맺고 시작한 곳이 꽃 재배 농장입니다. 이렇게 시작한 서울 생활 진학하지 못한 한은 독서로 풀면서 주경야독(晝耕夜讀),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책을 붙들고 꽃과 인연이 세속에서 이십 년이 이어진 것입니다. 농사라는 것이 기본이 부지런과 성실입니다. 특히 시설원예, 비닐하우스 온실을 짓고 그 속에서 꽃 재배하는 것은 끝없는 노동, 부지런함과 성실 그리고 세심한 지혜도 필요합니다.

 

짐승은 본인이 좋아하는 자리로 이동하고 소리를 내어서 불만을 표하지만, 식물은 움직이지를 못하고 소리를 못 내기에 주인장이 내준 자리에서 불만을 잎과 꽃으로 표현하기에 세심한 관찰로 보살펴야 하는 지혜도 필요한 것입니다. 또 농사라는 것은 거짓이 통하지 않습니다. 포인세티아라는 꽃은 단일성 식물, 해가 짧아져야 꽃을 피우는데 하루 14시간 밤을 정확히 만들어 주면 35일 만에 꽃이 나오는데 밤의 길이가 들쑥날쑥하면 꽃 또한 나오다 말다 합니다.

 

주인장의 마음과 행위가 그대로 작물에 반영되기에 말 그대로 콩 심은 곳에 콩이 나오기에 정직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을 노동과 성실함으로 몸과 마음을 조복 받아 가며 그렇게 보냈습니다. 꽃과 나무를 심는 업은 출가 이후에도 이어지어 잠시 머무르는 도량이라도 꽃과 나무를 심어놓았습니다. 송광사 강원 시절, 불사 과정에서 벚나무가 뿌리째 뽑혀 버려진 것을 주워다가 적당한 곳에 심어놓았는데 이번에 송광사에서 오신 스님 이야기가 지금은 그 벚나무 꽃이 한 인물 한다고 합니다.

 

변방, 제주도 항파두리 토성 자락에 무주선원은 나의 한 생의 업이 녹아 있습니다. 수많은 책을 읽은 독서의 내공으로 은사 스님의 방대한 법문을 정리 교정보고 법공양 출판하였고 젊은 시절 노동과 성실로 몸과 마음을 조복 받은 내공으로 홀로 도량을 꽃과 나무로 가꾸며 기도 정진하면서 지내는 것입니다.

 

해가 넘어가는 저녁, 마당에 서서 도량을 바라보며 문득 무슨 인연으로 이 자리에 서 있는가 참 특이한 인연이다.”라는 생각이 들고 인연이 있어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고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는 것이지 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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