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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비빔밥 한 그릇

 

 

송광사 학인시절 송광사 암자 오도암이 비어 있어서 방학 중에 가서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송광사를 오갈 일은 있는데 오도암에서 큰길까지 걸어나와 지나가는 차를 손들어 얻어타고 송광사 입구 삼거리에서 내려 송광사를 걸어 다녔는데 그날도 큰길까지 걸어나와 손을 들고 차를 얻어타고 보니 차 안에 십자가가 있습니다. 속으로 교회 다니시는 분인데 차를 태워주었네 좀 미안한데생각하는데 차주님은 거사분으로 당시 연세가 저희 형님 세대입니다.

 

차 안에서 담담히 말씀하시는데 어릴 적에 부처님 오신 날이면 벌교에서 송광사까지 걸어가서 비빔밥 한 그릇 얻어먹었다고 하시는데, 벌교에서 송광사까지!!! 족히 반나절은 걸어가야 하는데 겨우 오도암에서 송광사까지도 못 걸어가 차를 얻어타냐 하는 것 같아 갑자기 제 얼굴이 뜨겁습니다. 송광사 입구 삼거리에서 세워달라고 해도 굳이 매표소까지 들어가 내려주었는데 당신께서는 당시 얻어먹은 비빔밥값 하신다고 매표소까지 태워주신 것 같습니다.

 

어린 나이에 송광사까지 걸어가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힘들게 송광사에 도착하여 수각에서 냉수 한 사발하고 절 구경하고 점심에 비빔밥 한 그릇 먹으면 얼마나 맛있었을까 그리고 다시 벌교 집으로 돌아가면 배는 다 꺼져있을 것이고..... 우리 형님 세대들 625 동란 전에 태어나 전쟁통에 살아남았고 지독한 가난을 몸으로 겪은 세대 지금의 노인 세대입니다.

 

그분들의 각처에서 용맹정진으로 대한민국이 배고픔을 넘었고 현재 대한민국의 퇴비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 인정은 메말라가고 차면 기운다고 이제는 정점 찍고 내려갈 일만 남지 않았는가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해봅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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