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6. 참선의 바른 길

32. 육화경六和敬과 입중오사入衆五事

32. 육화경六和敬과 입중오사入衆五事

 

 

* 19871010일 태안사 3년 결사 중 하신 소참 법문입니다.

 

32. 육화경과 대중오사.pdf
0.24MB

 

믿는바 수행 따라서 정진 중에는 괜히 이 말 저 말 횡설수설하고 그러는 것이 모두가 한담희론閑談戲論이 되어서 공부에 도움이 안 됩니다. 그래서 될수록 말씀 안 하려고 생각했습니다마는 노파심에서 제가 몇 말씀하겠습니다.

 

자고로 삼종선三種禪이라 우리가 바로 못 나가는 삼종선을 가리켜서 말씀한 법문이 있는데 한 가지는 문자선文字禪이라 문자만 주로 헤아리고 문자만 따지고 참다운 실수실참實修實參이 없단 말입니다. 따라서 지혜는 좀 나가서 보다 나은 소리를 하지만 그렇게 아는 것은 하나의 문자선文字禪에 불과하고 참다운 깨달음이 못 되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문자는 아주 완전히 배제하고서 그때는 암중선暗中禪이라 그냥 한계도 모르고서 부딪혀서만 닦는다 말입니다. 범성凡聖과 미오迷悟의 차이가 본래에서 보면 둘이 아니지만 역시 아직은 범부凡夫라 닦은 사람 분상에서는 분명히 범부凡夫와 성인聖人의 차이가 있는 것이고 미와 오의 차이가 있는 것인데, 그걸 바르다고 해석한단 말입니다.

 

자기 공부가 어디만큼 갔는지 내가 지금 공부하는 것이 바로 나가는지 그것도 미처 모른단 말입니다. 그런 점검을 아무런 기초상식 없이 하는 것이 어둘 암[]자 가운데 중[]자 암중모색하는 암중선暗中禪입니다. 또 한 가지는 야호선野狐禪이라 들 야[]자 여우 호[], 여우란 놈은 위세를 많이 부리고 꾀를 많이 부립니다. 아닌 것을 그렇다고 하고 그런 것을 아니라고 하는 그런 행태를 많이 취합니다.

 

다시 말하면 미증未證을 증으로 하고 미처 못 증한 것을 증했다 하고서 미오迷悟를 오로 한다. 미처 못 깨닫고서 깨달았다 한단 말입니다. 이것이 야호선입니다. 이름하여 증상만增上慢이 그런 선이란 말입니다. 세 가지를 분명히 느끼고서 공부를 해야지 그렇게 못하면 세 가지 가운데 하나의 것을 범하기 쉽단 말입니다. 문자만 많이 외워서 지견만 늘어가지고 깨달았다고 한다던가, 그런 분들이 다분히 있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습니다.

 

또는 암중선이라 이것도 역시 법의 한계를 모르고서, 사실은 문자나 뭣이나 모두가 다 원래 둘이 아닌 것이고 원래 하나의 진여眞如 가운데는 문자도 포함되고 다 포함된 것인데 너무 지나치게 고집을 부려서 문자를 배제한단 말입니다. 그러면서 법의 한계를 모르고 닦는다 말입니다. 그런 암중선도 우리가 배제排除하고 떠나야 하겠고 더욱이 야호선野狐禪, 야호선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오류를 범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못 증하고 증했다 하면 그것은 증상만增上慢이 되어서 계행 가운데 망언 가운데도 대망언大亡言이라, 대망언을 범하면 그때는 우리 법의法衣를 빼앗기고서 축출당하는 것입니다. 그와 같이 그것은 큰 허물인 것입니다. 도인道人이 아니고서 도인이라 하고 못 깨닫고서 깨달았다 한단 말입니다. 이러한 것을 우리는 경계를 해야겠습니다.

 

바야흐로 가을인지라 우리 마음은 지금 설레고 있습니다. 어째서 그런가하면 이른바 천고마비란 말과 마찬가지로 역시 가을 되면 우리 마음은 살쪄옵니다. 특히 우리 수행자 마음은 바쁘기도 하고 살쪄옵니다. 모든 것이 근본으로 돌아가는, 자기 뿌리로 돌아가는 그런 때라 놔서 우리 개개인이 생각할 때 가을 되면 우리 마음이 이것저것 거두어서 우리 불심으로 가는 그러한 마음이 더 간절해집니다. 그러기에 가을이 되면 향수를 느낀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마는, 그래서 우리 공부도 우리가 사철 다 하는 것이지만 특히 삼동결제三冬結制, 삼동三冬 공부만은 우리한테 굉장히 소중한 때입니다.

 

따라서 특히 한국에서는 자고로 증오證悟했다는 분들 보면 보통은 다 겨울에 했습니다. 여름에 하면 더위라든가 여러 가지 주위 환경 때문에 마음이 분산이 되지만 겨울에는 마음이 함장函藏 되어서 공부가 잘 나가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딴 때도 물론 힘을 가다듬어서 해야 되겠지만 이 가을에 만반 준비해 가지고 겨울에는 그야말로 참 가행정진, 용맹정진해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두들 다 스님들께서 벼르고 있습니다마는 앞서도 말씀마따나 초발납자初發衲子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어제 우리 입승立繩 스님께서도 노파심에서 하마 규율에 어긋나고 각자 공부에 손해가 되고 불화합不和合 될까 봐서 말씀이 계셨습니다마는 내가 좀 더 부연해서 말씀을 하는 것입니다.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 승가의 화합의 기조는 육화경六和敬입중오사入衆五事란 말입니다. 육화경六和敬입중오사入衆五事가운데 우리 출세간 수행자의 화합 규칙 기준이 있습니다. 입중오사는 가끔 말씀드립니다마는 이것은 오부율五部律, 율장律藏사분율四分律, 오분율五分律, 십송율十誦律, 마하승기율摩訶僧祇律 그런 율장이 있습니다마는 실은 옛날의 선객들은 다 율장을 공부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분들은 자칫하면 이렇게 계를 막 받아 와 가지고 강원講院도 안 거치고 나온 분도 있고 강원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이 근래에는 율장을 따로 안 배운단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승가 행실에 관해서 아주 모호한 일이 많단 말입니다. 임제臨濟 스님이나 그런 분들도 어떤 때는 선기禪機 발동해서 업어치기도 했지만 그런 분들은 굉장히 율장律藏, 논장論藏, 경장經藏 다 공부하신 분들입니다.

 

그런 분상에서 선기 발랄해서 그런 일을 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율장도 안 배우고 마음의 지견도 없는 사람들이 함부로 그런 본을 내서는 큰 탈이지요. 그러면 결국은 승가의 화합을 깨뜨릴 뿐만 아니라 자기공부도 안 되는 것입니다. 입중오사入衆五事 이것은 일에 하심下心이란 말입니다. 그다음에는 자심慈心이라 우리가 일체중생이 평등하거니 마땅히 권위의식을 가지고 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이 많다고 권위의식을 부릴 것입니까, 좀 구참이라고 부릴 것입니까, 사미가 먼저 깨달아 버릴는지 그건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아쇼카왕 때도 십 칠세 되는 사미沙彌가 삼명육통三明六通을 다했단 말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자심慈心이라 역시 나이 많고 구참 스님들은 자심慈心으로 아래 분들을 인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경恭敬이라 역시 늦게 오신 분들이라든가 나이 젊으신 분들은 비록 승가의 차서次序로 법랍은 있다 하더라도 역시 한 살만도 더 먹었다면 응당 거기에 상응된 공경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지차제知次第라 알 지[]자 차례 차[]자 차례 제[]자 자기 차서次序를 안단 말입니다. 내가 이 회중會中 가운데 어떤 위치에 있는가 차서次序를 모르면 그와 같이 자기 법도를 넘어 버린단 말입니다. 법도를 넘으면 그와 같이 남의 빈축을 삽니다. 그다음에는 불설여사佛說餘事. 아니 불[]자 말씀 설[]자 남을 여[]자 일 사[]자 공부하는 것 이외에 딴말은 말아야 한단 말입니다. 자꾸만 딴말을 하면 자기도 공부도 안 될 뿐만 아니라, 우리 공부라는 것은 내내야 우리는 상수上首 수좌首座니까 산심散心을 거두고 정심正心에 들어가야 합니다. 산란스런 마음을 거두기 위해서는 자꾸만 개념 활동을 많이 하고 남의 말만 하면 그마만치 공부는 안 됩니다.

 

일심지一心支라 한 일[]자 마음 심[]자 지탱할 지[], 일심지에 들어가야 삼매에 들어갑니다. 이른바 무간수無間修라 없을 무[]자 사이 간[]자 닦을 수[], 사이 없이 닦아나가야 삼매에 든단 말입니다. 삼매에 못 들면 그때는 법을 못 증 하는 것입니다. 물론 도인 기준 되어서 일언지하一言之下에 철저하게 깨달은 분들도 없지 않아 있는 것이지마는 보통은 다 오랫동안 닦아서 구구순숙久久純熟이라 오랫동안 닦아서 삼매에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습기를 녹이고 증한단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될수록 공부하는 말, 우리 살림에 꼭 필요한 말 외에는 될수록 말이 적어야만 산심散心을 거둔단 말입니다.

 

산심散心을 거두고 정심定心에 들어가서 법의 진상을 체험하는 것이 우리 수좌가 할 일 아닙니까. 그러기에 지관타좌只管打坐 신심탈락身心脫落이란 말입니다. 덮어놓고 앉아라, 지관타좌란 말입니다. 오랫동안 앉다보면 그때는 신심탈락이라 그때는 몸과 마음이 쑥 빠진단 말입니다. 이 몸뚱이, 사대四大, 오온五蘊 분별 시비하는 마음, 응심凝心이 간 곳이 없단 말입니다. 그래 버려야 지견智見도 그때는 바른 지견이 나옵니다.

 

사대 오온이 텅 빈 것을 못 맞닿아 놓으면 내내야 거기서 맴돌아 버리는 것이지 바른 지견이 못나오는 것입니다. 사대 오온을 훤히 뚫어서 마치 밑이 없는 독같이 딱 빠져버려서 나라는 관념이 이렇게 사라져버려야 비로소 바른 지견이 나오는 것이니 그렇게 하려면 아까 말씀마따나 지관타좌只管打坐라 오로지 앉아야 하거든요. 따지고 분별하면 그렇게 못 되는 것입니다. 앉다 보면 마치 흐린 물을 가만두면 앙금이 가라앉아서 바닥이 보이듯이 앉다 보면 차근차근 사대 오온은 떨어진단 말입니다.

 

그러기에 조주趙州 스님께서도 십 년 이십 년 닦아서 못 통하면 내 목을 베어가라 그런 말씀도 안 하셨습니까. 그리고 육화경六和敬, 아까 말씀드린 입중오사入衆五事는 일에 하심下心하고, 에 자심慈心으로 해서 자비심 부리고, 에 공경심을 내고, 에 자기 차서次序를 알고, 에 필요 없는 공부에 유익되는 말 아닌 그런 실언失言 같은 걸 하지 말고 제가 볼 때는 사실은 경 말씀도 실언인 것입니다. 실언을 자꾸만 하면 자기도 공부 손해되고 남도 방해를 치는 것입니다.

 

육화경은 대체로 아시는 분은 아시지 않습니까마는 신화동주身和同住라 자기 몸은 역시 대중과 더불어서 자기가 자는 처소가 특별히 좋으면 안 됩니다. 저 같은 사람도 혼자 저쪽 조선당祖禪堂에 있으니까 항시 가책을 받습니다만 억지로 맡겨주어서 그냥 있습니다마는 항시 송구한 마음이 있습니다. 또는 구화무쟁口和無諍이라 자기 입으로는 항시 청정한 말, 우리 공부에 유익한 말, 또는 상을 떠난 체에 입각한 말, 그런 말만하고서 부질없는 말은 않는단 말입니다. 그래야 피차 옥신각신 서로 다툼이 안 됩니다.

 

그다음에는 의화동사意和同事, 자기 뜻은 같은 일을 생각한다 말입니다. 같이 한집에 살면서 생각하는 각도가 달라버리면 그때는 화합이 못됩니다. 그다음에는 계화동준戒和同准이라 경계할 계[]. 계를 같이 지켜야지 한 편은 지키고 한 편은 안 지키면 또 화합이 안 됩니다. 한 편은 애쓰고 안간힘을 쓰고 한 편은 치고 갔다 왔다 하면 그때는 화합이 안 됩니다.

 

그다음에는 견화동해見和同解, 볼 견[]. 우리 견해가 같이 정도를 지향해야 합니다. 엉뚱하게 세간에서 배운 습기나 있어 따지고 그런 것이나 말하면 그때는 안 되는 것입니다. 마땅히 부처님께서, 불조佛祖가 말씀하신 청정행법淸淨行法 외에는 말 안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자기도 손해 안 보고 분위기도 그마만치 혼탁이 안 된단 말입니다. 견화동해라 우리가 불법에 대한 견해를 같이 똑바로 같이 정당하게 해석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이화동균利和同均이라 우리가 승가에서 수입이 있으면 같이 똑같이 써야지 어느 한 사람은 더 많이 쓰고 한 사람은 못쓰고 하면 그때는 또 못 먹고 못 먹는다거나 그러면 또 불화가 생깁니다. 이상 든 바와 같이 입증오사나 또는 육화경을 잘 지킨다면 그때는 화합이 안 될 까닭이 없습니다.

 

그러나 역시 세간에도 구세대와 신세대의 차이가 같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의견이 같아야 한다고 하지만 또 역시 삼십 년 몇 십 년 그렇게 연령의 층하가 있어 놓으면 우리 견해가 차이가 있단 말입니다. 부모지간에도 차이가 있거니 하물며 남남끼리 모여 있는 우리 승가僧伽에서는 그것을 면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같이 나이가 육십이 되어놓으면 사실은 옛날에는 계첩戒牒을 바치는 것입니다. 어째서 바치는가 하면 그때는 계행戒行을 잘 못 지킨다 말입니다. 마음은 지키려고 하지만 몸은 거기에 못 따라 줍니다.

 

보조국사普照國師 같은 분도 쉰네 살에 안 가셨습니까, 그런다고 생각할 적에 나이 육십쯤 먹으면 그때는 거의 덤으로 사는 것인데 말입니다. 우리는 삼 년 결사해서 벌써 이년 이상 지금 지났는데 이년 이상 동안이나 산문도 안 나겠다는 그런 간절한 생각, 이것을 생각할 때는 그야말로 눈물겨운 일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대로 해서 지금 젊은이들, 특히 지금 결사를 주도하고 같이 동참해있는 거룩하고 그야말로 참 고귀한 젊은이들을 이해해야 하고, 또 젊은이들 역시 우리는 지금 잘하려고 애쓰지만 아까 말씀마따나 역시 노인, 파거불행破車不行 노인, 노인불수老人不修라 역시 오랫동안 되어놓으면 몸이 그때는 허물어집니다. 한번 감기 들면 회복되기가 훨씬 더딘 것이고 피로가 오더라도 회복을 잘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서 피차 아까 제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입중오사라든가 육화경을 염두에 두고 지낸다고 하더라도 역시 각기 그들 세대의 차이, 그런 것을 이해를 못하시면 그때그때 거북한 일이 생깁니다. 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잘 이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또 한 말씀 부언附言 드릴 것은 무엇인가 하면 지금 이렇게 태안사같이 시설도 미비하고 수용도 적은 데도 좋은 스님들이 오셔서 참 과분하게 생각하고 있고 감사하는 마음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역시 선방禪房이 좀 좁아서 더욱더 미안한 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아무쪼록 아까 말씀드린바와 같이 입중오사入衆五事, 율본에 있는 대중에 들어올 때 화합하는 그런 기본 육화경六和敬에 있는 우리 불조佛祖의 간절한, 우리한테 드리운 그런 규칙을 염두에 두셔서 오는 삼동三冬, 그야말로 참 가행정진과 용맹정진을 위해서 대사를 마치시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씀 마칩니다.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나무석가모니불南無釋迦牟尼佛!

나무마하반야바라밀南無摩訶般若波羅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