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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일 년에 한두 번, 가장 먼 길 제주도 동쪽에서 서쪽 무주선원에 오시어서 잡초를 매어주시던 보살님이 계시었는데 한 2년은 오시지 않다가 올해 오시였습니다. 한눈에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고 담담히 그동안 못 오신 사연을 이야기하는데 서울에 사는 큰아들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하직하고 그 충격으로 마음고생과 병고에 시달렸다고 하시면서 아직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당신의 슬픔과 고통을 온전히 느껴집니다. 아들이 보통 아들은 아니고 제주도에서도 가장 척박하다는 동쪽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제주시 명문 고등학교와 서울대 그리고 영국 유학까지 다녀왔다고 하는데 넉넉한 집안도 아닌데 오직 본인의 영민(英敏)함으로 걸어온 길입니다. 이런 아들이 부모는 얼마나 자랑스럽고 대견했으며 가족은 얼마나 든든했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바세계를 하직했으니 . 보살님의 마지막 말이 다시는 아들을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슬픔이라고 하였습니다.

 

보살님이 가시고도 슬픈 여운이 남아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자식을 잃은 슬픔과 하루아침에 가진 것을 모두 물로 쓸어버린 슬픔, 어느 것이 더 무거운가? 잠시 생각합니다. 그 옛날(84년 여름) 폭우로 서울 천호동 일대가 물에 잠길 때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 빈손으로 시작하여 용맹정진으로 이룬 천 6백 평의 꽃 농장이 물에 잠기고 몇 달만 지나면 출하하는 수만 본 바이올렛 꽃이 23일 비에 속절없이 떠내려가는 슬픔, 그 억울함과 슬픔에 오랜 세월 마음 고생했는데 .

 

그러나 전 재산 잃은 것이야 이론상으로 재기(再起)하면 된다고 하지만

잃은 자식은 돌아올 길이 없습니다.

사바세계의 가장 큰 슬픔은 자식을 잃은 슬픔입니다.

옛말에 부모를 잃으면 청산에 묻고

자식을 잃으면 가슴에다 묻는다고 하였습니다.

 

나무아미타불

슬플 적에 나무아미타불염송은 처진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기쁠 적에 나무아미타불염송은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는

부처님이 자비심으로 일러주신 부사의 명호 나무아미타불입니다.

 

나무아미타불을 도반 삼아, 스승 삼아 함께하며

고통의 이 언덕에서 저 언덕(彼岸)으로, 극락세계 왕생하는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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