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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절집 살림살이는 마음입니다.

 

 

초파일 때는 훌쩍 커진 삼색병꽃이 오시는 분마다 찬탄을 한 몸에 받더니 요즘은 돌담에 기대어 입구 양쪽에 심은 능소화꽃과 도량에 수국꽃이 찬탄을 받고 있습니다. 도량에 꽃나무들이 작년하고 또 다르게 많이 자랐고 꽃도 풍성합니다. 요즘 더운 날씨에 법당문을 열어 놓고 사시기도 하는데 나무아미타불 염불 소리와 새소리가 어우러져 그대로 극락 도량입니다.

 

개원 십여 년을 새벽, 오전 정진 오후 울력을 수행 삼아 꽃나무 심고 물주고 풀 뽑고 거름 주며 정진한 결과가 도량에 드러나는 것입니다. 도량에 꽃나무는 옷과 같은 것입니다. 헐벗은 도량보다 적당한 꽃나무로 옷을 입힌다면 도량이 편안하고 좋은 것입니다. 주인장은 늘 도량에 지네니 못 느끼는데 선객(禪客) 한 분이 오시어서 도량이 어머니의 품과 같습니다. 하고 덕담도 하고 할아버지 따라다니며 풍수를 배웠다는 노 거사가 방문해서도 어머니의 품과 같이 편안하다고 찬탄하니 도량은 극락 도량은 이룬 것 같습니다.

 

법당과 마당을 오가며 틈틈이 은사 스님 법어집 정리하여 법공양 출판하면서 허튼 시간 없이 십여 년의 세월이 지나다 보니 무주선원이 풍성해지었습니다.

 

나를 보면서 부지런과 성실함은 타고난 것이고 건강 역시 척박한 환경에서도 건재한 것이 타고 낫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사바세계에 올 적에 이미 살림살이는 다 가지고 옵니다. 살면서 거기에 플러스알파해 보아야 별 차이는 없고, 복 까먹기 쉬는 배부른 말세에 가지고 온 살림살이 까먹지만 않아도 다행이다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온 살림살이를 진일보하기 위해서 수행하는 것인데 그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세속적인 살림살이는 재물과 이름이지만 절집 살림살이는 마음입니다. 마음이 옹색하면 살림살이가 옹색한 것이고 마음이 넉넉하면 살림살이가 넉넉한 것입니다. 탐진치 삼독심에 물들어 있으면 마음이 옹색한 것이고 수행을 통하여 삼독심을 털어내면 털어낸 만큼 마음이 확장되고 이름과 재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자비심이 충만해지는 것입니다. 수행법도 화두를 하든 염불을 하든 위파사나를 하든 각자의 기질과 인연에 있을 뿐이지 우열(優劣)은 없습니다. 다만 어렵다고 퇴굴심(退屈心) 낼 것 없고 다 했다고 자만심 낼 것 없이 마음 농사지어간다면 언제인가는 증오(證悟), 마음으로 깨닫고 몸으로 증명하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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