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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꽃 이야기

 

 

올해는 수국꽃이 늦게 출발합니다. 작년 이맘때는 꽃이 제법 피었는데 올해는 지금 꽃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올봄에 상순이 많이 죽어 잘라주어 수국꽃은 작년만 못하지, 합니다.

 

이유야 있겠지만 식물이 말은 못 하고 주인장이 다만 짐작만 할 뿐입니다. 지난 겨울나면서 날씨가 추워서 상순이 많이 죽었나 생각도 들고 자스민 꽃도 겨울 잘 버티고 꽃이 해마다 피었는데 올해는 가지는 다 죽고 뿌리만 겨우 살아 새순이 올라온 것을 보면 지난겨울이 추웠던 것 같습니다. 무주선원이 250고지 정도 되는데 아랫마을하고는 또 기온이 다릅니다. 식물이 살아가는데 물과 빛과 온도와 바람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온도라고 합니다. 사람은 온도 1, 2도에 무디지만, 식물들은 1, 2도에 죽고 산다고 합니다. 제주에 살면서 겨울은 더 추워지고 여름은 더 더워진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올해는 도량에 바람에 넘어간 아이들이 있어 베어내었는데 서부 해당화와 러시아 오가피입니다. 그동안 꽃도 잘 피고 잘 살았는데 나무가 커지면서 바람맞는 강도가 세어지고 뿌리가 버티지 못하니 넘어간 것인데 한 번 넘어진 아이들은 계속 넘어가니 미련 없이 베어내어야 합니다. 앞서도 바람에 넘어간 아이들을 베어낸 것이 여럿 있는데 제주도는 사람이나 꽃나무나 토박이가 아니면 살기 힘든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호남(湖南)에서 좋은 기억을 가진 꽃나무 목백일홍, 남천, 은서목 등을 심었지만 제주도에서는 뭔가 2% 부족합니다.

 

여기 와서 한가지 공부한 것이 식물은 고향을 떠나면 고생이지만 사람은 고향을 떠나야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객지는 다 고생이지만 사람은 고생해보아야 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이해심도 생기고 배려하는 마음도 배운다 생각합니다. 스님들도 주인 노릇(주지)도 해보고 객승으로도 살아보고 타 문중 가서도 살아야 마음이 확장되지 문중 울타리에서만 살면 마음이 옹색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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