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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한 생각

 

 

주변에 스님들이 한 둘씩 떠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냐는 한 생각이 일어납니다. 이 한 생각에 많은 시비(是非)를 놓을 수가 있고 더 많이 용서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는 말이 나이 들면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고 했는데 수행자는 재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살기에 입은 다물고 마음만 열면 됩니다.

 

절집에서 가장 시비하는 첫 번째가 수행법, 수행법은 우열을 논할 것도 없습니다. 각자의 인연에 따라 한 가지 법으로 목숨이 다할 때까지 한다면 공덕도 있고 성취도 있습니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고 도()를 이루는 문()은 수도 없이 많은 것입니다. 두 번째가 공부, 살림살이 이 또한 시비할 것은 없습니다. 부처님 공부는 가르쳐 주어서 깨닫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깨닫는 것입니다. 안다고 입으로 가르치려 든다면 부질없는 시비만 일어나고 잔소리일 뿐입니다. 옛글에 입으로 가르치려 하지 말고 몸으로 가르치라는 글이 있습니다.

 

이생이 얼마 안 남았고 공부 갈 길은 멀었는데 시비(是非)로 낭비할 시간이 있겠느냐 하는 한 생각이 쉬니 몸과 마음이 편합니다. 도량 지키며 도량에 잡초도 뽑고 마음의 잡초도 뽑으며 찾아 나설 것은 없고 방문객이 있다면 차 공양 대접해드리고 내 살림살이만 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죽을 날만 의미없이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제 안목으로 보면 사바세계는 온통 지뢰밭입니다. 그 지뢰밭에서 가진 자는 가진 것 지키고 확장하기에 골몰하는 것이고 없는 자는 하나라도 더 가지기 위해 골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나의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도처에서 업장(業障)이 터져 사고가 일어납니다.

 

목숨이 다 할 때까지 망상을 쥐고라도 지뢰밭에서 뛰어노는 중생들을 연민(憐愍)하는 마음을 일으키어 부사의한 부처님 명호 아미타불칭념하면서, 자비관으로 일체중생이 고통을 여의고 행복하시길 발원하고 합니다. 이렇게 말년 회향을 잘 지어가면 사바세계 잘 왔다가 잘 가는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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