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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청화 큰스님 서적/5. 원통불법의 요체

원통불법의 요체(81)

원통불법의 요체(81)

 

2에 신원지信願地, 신심과 원력을 세우는 경지입니다.

증전證前에는 미신迷信이요, 증후證後에는 정신正信이니, 사실 견성오도를 못할 때는 항시 회의가 남습니다. 자기 스스로 불성을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을 안다고 해도 마음속에는 의심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도 미신에 근거하면 속인의 원이오, 정신에 입각하면 도인의 원이며, 비록 정신正信의 발원이라도 소법小法에 그치면 소승이요, 다시 대원을 발하여 동요가 없으면 대승이니, 신과 원에 있어 그 참뜻을 터득하여 거듭 성취해야 합니다.

 

성문 십지에 있어 초수삼귀지初受三歸地가 곧 초 삼귀지며, 2 신지信地와 제3 신법지信法地가 곧 신원지信願地와 등하나, 이것은 각 계위를 회통하여 대비한 것입니다. 신법信法에 있어서 생멸사제生滅四諦나 무생사제無生四諦에 국집하지 않고 무량사제無量四諦 또는 무작사제無作四諦를 신하여 장의 사교의四敎義를 회통會通하여 이 자리에서 회삼귀일會三歸一의 이를 달하고, 구경성취를 목적하여 먼저 신심과 원력을 성취하여야 합니다.

 

3은 습인지習忍地,

복인伏忍, 신인信忍, 순인順忍 무생인無生忍, 적멸인寂滅忍 등 오인五忍 중 전 사인四忍에 각각 상, , 하 삼품三品이 있고 후 일인一忍에 있어 상, 하 이품二品이 있으니 특히 복인伏忍에 있어, 복인은 번뇌를 다 끊은 것이 아니라 번뇌를 눌러 억제하는 경지입니다. 따라서 범부지에서는 강인하게 번뇌를 억제해야 합니다. 요사이 개방주의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렇게나 보는 대로 자유롭게 하려고 합니다만 그래 버리면 수행도 못하고 불교가 안 되어 버립니다. 마땅히 부당한 것은 버리고 눌러야 합니다.

 

복인에 있어 상을 도종인道種忍 을 성인性忍, 를 습인習忍이라 칭하는 바, 복인을 이렇게 셋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상품은 도종인 으로서 이미 도의 종자가 심어져서 범하려고 해도 안 되는 것입니다. 고기를 먹으려 해도 먹을 수 없습니다. 중품은 성인性忍이라, 성품에 종자가 깊어가는 것이고 하품은 습인習忍이라, 습인은 강한 의지로 공부를 익혀가는 것입니다.

 

성문승의 제4 내범부지內凡夫地 곧 오정심관五停心觀을 닦는 자리나, 5 학신계지學信戒地 곧 삼학三學 성취의 자리에 속하고, 연각승의 제1 고행구족지苦行[昔行]具足地 곧 계행을 닦는 자리 제2 자각심심십이인연지自覺甚深十二因緣地 곧 십이인연의 관법을 닦는 자리 제3 각료사성제지覺了四聖諦地 곧 사제관을 닦는 자리 등에 속하나, 습인지란 소승의 수법修法에 국집하지 않고 무량법문으로써 근기에 따라서 잘 익혀 편안하게 감내하는 경지를 성취하는 것입니다.

 

보통 초심 수행자는 습인지에 있습니다. 기회를 만들어 근본불교도 공부하고 율장도 공부를 해야 합니다. 자기 스승이 말했다고 해서 꼭 한 가지만 생각하고 말아버리면 그만치 국량이 좁아져서 법집法執하기 쉽습니다. 불교란 천지 우주를 통섭通攝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마음을 확 열어서 좋은 것은 모조리 받아들여 조도助道로 삼아야 합니다. 특히 조선시대 때는 불교가 중국과 교류되지 못하고 고려말高麗末 불교 그대로 산중에서 국집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815 해방 뒤에도 제대로 발전하지는 못하였습니다.

 

4에 가행지加行地, 어느 수법修法이든지 득정得正하면 곧 본체를 여의지 않고 정당성을 얻으면 되는 것이며, 습인을 성취한 후 법대로 결제結制하고, 동안거冬安居가 절호絶好합니다. 인도 지방은 우기雨期가 있으므로 하안거夏安居이지만 동북아시아 지방은 겨울이 되어야 훨씬 긴장도 되고 잡연雜緣도 적게 됩니다. 경험자의 외호外護 지도하에서 정진하는데 역시 스승이 있어야겠지요. 마장 때문에 공부가 막히거나 무슨 경계가 나와서 산란할 때는 적절한 지도를 못 받으면 안 됩니다.

 

일심불란一心不亂하여 삼밀三密을 지키며, 삼업三業을 본질적으로 삼밀이라 합니다. 용맹정진으로써 간단없이, 꼭 수행은 간단이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 습인도 성취가 되고 업장의 습기가 녹아지는 것이지 하다말다 하면 조금 나갔다가도 다시 후퇴해버립니다. 한 철 공부하고 나서 해제 철에 그렁저렁 방만해 버리면 공부 기운이 간 곳이 없게 됩니다. 가행정진加行精進하면 반드시 난위煖位에서 명득정明得定 곧 마음이 밝아오는 경지입니다.

 

그리고 정위頂位에서 명증정明增定으로 밝음의 정도가 증가되고 또 안 쉬고 닦아나가면 참으로 모두가 비었구나 이 몸뚱이도 별것이 아니구나나도 공하고 만법이 무상함을 사무치게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느끼면 함부로 망동할 수가 없겠지요. 이 자리가 인순정印順定입니다. 인위忍位에서 인순정印順定, 다시 세제일법위世第一法位에서 무간정無間定인데 이 자리는 세간에서는 제일 높은 자리입니다. 번뇌가 낄 간격이 없고 오직 청정한 정념만 지속되는 자리입니다. 이렇게 차례로 성취하는 것이니,

 

이를 오상성신위五相成身位 곧 단계로 공부해가는 밀교의 법상인 오상성신위에 배치한다면 명득정은 통달심通達心의 전상前相이요, 명증정明增定은 곧 제1 통달보리심위通達菩提心位, 명증정을 얻으면 마음이 밝아져서 무슨 경전이든 문자 해석만 되면 그 뜻이 술술 풀이가 되므로 통달보리심위라 합니다. 따라서 강원 교육을 받고도 참선을 못하면 제대로 소화를 못하는 것입니다. 강사가 되려는 분은 더욱 꼭 참선과 같이 병행해야 견성오도는 미처 못 한다 하더라도 통달보리심이 되어 경전을 바르게 지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순정印順定은 제2 수보리심위修菩提心位, 곧 통달보리심을 더욱 닦아 익혀지는 자리입니다. 무간정無間定은 제3 성금강심위成金剛心位, 아직 금강심을 확실히는 못 증한다 하더라도 금강심을 어렴풋이 증하니 곧 사선四禪을 통관한 일심지一心支로서, 일심지는 사선정을 통관합니다. 일심지一心支란 동요되지 않는 맑은 마음입니다. 그러니까 초선初禪 들어가나 이선, 삼선, 사선 들어가나 일심지는 그대로 지속이 되는 것입니다. 일심지가 안 되면 선정이 못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마음이 흐트러뜨리지 않는 경계입니다. 지금 세간에서 주체의식主體意識이라는 말을 하지마는 사실은 일심지一心支가 되어야 참다운 주체의식이 됩니다. 그전에는 항시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마음이 흘러가는 것입니다.

 

그 극점이 멸진정滅盡定이며 무간도無間道의 직후가 해탈解說입니다. 따라서 금강지金剛地부터는 모두가 해탈도에 들어선 것입니다. 그리고 명득정과 명증정에서 성인性忍을 성취하는데 이자리가 공십지共十地, 공십지는 성문연각보살 등의 계위階位를 다 합하여 이루어진 계위를 말합니다. 2 성지性地요 인순정에서 도종인을 성취하니 이가 공십지의 제3 팔인지八忍地인 동시에 성문승의 제6 팔인지八人地 곧 성문 견도見道의 자리인데, 성문 견도見道는 대승의 참 견도(견성)가 아니며 수자修者가 인순정印順定에 들어가면 마음이 밝아서 기분이 쇄락하고 지견知見이 발하여 일체 법을 헤아려 알듯 한 경계이므로 아만심을 내어 참 견성했다고 날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인性忍과 도종인이 아울러 연각승의 제4 심심이지지甚深利智地, 곧 심심의 무상지無相智를 생하는 자리와, 5 팔성도지八聖道地 팔성도를 닦는 자리와, 6 각료법계허공계중생계지覺了法界虛空界衆生界地, 삼계를 각료覺了하는 자리 등에 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