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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경전,법문자료/4. 인광대사의 가언록

화두 놓고 염불하세(70)

 

 

印光大師 嘉言錄(인광대사 가언록)

옮긴이 김지수(寶積)

 

 

6.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4)

 

진실로 여래께서 교화를 베푸신 까닭은, 비록 출세간을 위하셨다고 하나, 각자의 근기와 시절인연에 따라 중생을 순순히 잘 유도하심에 있었소. 그래서 세간을 경륜하는 도에서도, 또한 조그마한 선()이나마 남김없이 모든 것을 완전히 발휘하셨소. 부모에게는 자애를, 자손에게는 효성을, 형제에게는 우애를, 부부에게는 화목을, 각각 말씀하셨소. 일상 생활상의 모든 윤리 도덕이 유교의 가르침과 전혀 다름이 없다오.

 

다른 점이 있다면, 삼세(三世)의 인과법칙과 선악의 과보를 일일이 보이시어,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에 공경과 두려움을 간직하고, 감히 분수와 법도를 벗어나지 않으며, 비록 외진 구석과 깜깜한 방안에 혼자 있더라도, 늘 하늘과 부처님 앞에 나와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처신하도록 가르친 것이오.

 

설사 탐욕과 잔인포학으로 가득 찬 최하근기의 악인이라도, 비록 처음에는 전혀 신심이 없겠지만, 인과응보의 사리를 오래도록 계속 듣다보면, 그 마음에 원인을 두려워하고 결과를 무서워하는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오. 그러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은연중에 저절로 조복(調伏)되고, 그렇게 전처럼 아주 심하지는 않게 될 것이오.

 

예컨대, 춘추전국시대까지만 해도, 각국에서 산 사람을 죽여 제사 지내거나, 사랑하던 첩과 신하를 순장(殉葬)하는 풍속이 치성하였소. 걸핏하면 수십 또는 수백 명을 태연스럽게 생매장하고, 그 수가 많을수록 부귀와 영광을 상징한다고 여겼다오.

 

물론 주()나라 문왕(文王)의 어진 은택은, 땅 위에 나뒹구는 마른 해골에까지 미쳤다지만, 그 뒤로 몇 백 년이 채 못 되어 살인 순장의 악풍이 천하에 두루 퍼진 것이오. 비록 노자장자나, 공자맹자 같은 성현이 연달아 세상에 나왔지만, 그러한 퇴폐 악습을 그치게 하기에는 역부족이었소.

 

그러다가 불법이 중국에 전해진 뒤로, 생사윤회와 인과응보의 원리가 세상에 크게 밝혀지면서, 지방의 제후는 물론, ‘()’ 이라고 일컬으며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조차도, 감히 더 이상 순장을 계속할 엄두는 못 내었소. 설령 어쩌다 순장하는 자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수가 많을수록 영광으로 여기는 일은 결단코 없었소.

 

그러나 가령 생사윤회나 인과응보의 법칙이 없이, 단지 정심(正心)성의(誠意)의 학설만 가지고, 충서(忠恕)의 덕목에 따라 자기 마음으로 남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려, 순장을 그만두고 백성의 생명을 보호하라고 가르쳤다면 어떻게 되었겠소? 내 생각에는 아마도, 그렇게 권장하고 가르친 사람은 헛수고만 하고, 순장의 악습은 더욱 치성했을 것 같소.

 

하물며 후대의 유학자들은, 단지 바깥세상 다스리는 도(治道)에만 급급하고, 자기 마음 다스리는 수양은 외면한 채, 불법을 비방하고 배척하면서, 자기 학파를 세우고 이어 나가려고만 했으니, 오죽하겠소? 게다가 한결같이 말하기를 사람이 한번 죽으면 모든 것이 영원히 사라지고, 후세나 영혼 같은 것은 없다고들 주장했으니

 

만약 여래의 생사윤회와 인과응보의 가르침이 사람 마음에 흠뻑 적셔지지 않았다면, 후세의 중생들은 타고난 수명대로 살다가 평안히 죽는(善終) 사람조차 드물었을지 모를 일이오. 이것이 불법 가운데 가장 평범하고 기본이 되는 법문이지만, 오히려 잔인하고 포악한 살인의 풍속을 가라앉히는 특효약이 되었소. 하물며 지극히 심오하고 미묘하며 원만한 돈오의 대법문(圓頓大法), 세속의 지혜와 범부의 감정으로 어떻게 짐작하며, 또 그 이익을 만분의 일이라도 감히 헤아릴 수 있겠소?

 

이러한 까닭에, 부처는 시방 삼계의 위대한 스승이고 모든 중생의 자애로운 아버지이며, 성인 가운데 성인이며 하늘 가운데 하늘임을 알 수 있소. 격물(格物)치지(致知)부터 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에 이르기까지, 또 밝은 덕을 밝혀(明明德) 지극히 선한 경지에 다다르는 세간(유교)의 대학지도(大學之道), 부처님의 법문을 회통(會通)하면 더욱 쉽게, 절반의 힘으로 배 이상의 효험을 얻을 수 있다오.

 

그래서 역대로 수없이 많은 훌륭한 군왕과 현명한 신하나, 통달한 선비와 뜻있는 사람들이 계속하여 불교에 귀의하여 수행정진하면서, 불법을 보호하고 유통시키는 데 적극 앞장서 온 것이라오. 일체 모든 법이 마음을 근본으로 삼지만, 오직 불법만이 궁극의 이치까지 철저히 밝혀 가르치기 때문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