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객승 한 분이 오시여서 3일 묵고 가면서 하는 말이 “요즘 스님처럼 사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신심 떨어지면 오겠습니다.” 했는데 아직 신심이 붙어있는가 두 번은 안 오네요. 예전에는 절에서 이렇게들 살았다고 합니다. 기도는 기본이고 오후는 대중전체가 조실스님까지 나오시어 울력하면서 자급자족 하면서 흔히 말하는 선농일치 시절이 있었는데, 현재는 전설의 고향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절에 주인장이 잡기하고 있으면 잡기 따라 신도가 모이는 것이고 염불 수행하면 염불 수행하는 분들이 모이는 것인데 아무튼 혼자서 마지 지어 올리며 법당과 마당을 오가며 지네고 있습니다. 이런 일과가 일 이 년이 아니라 제주에 인연 맺은 17년을 그렇게 지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인연도 흔치는 않는 인연입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GNP 3만 불 시대, 물질은 풍요하고 정신은 허약한 배부른 말세입니다. 이 놀기 좋은 시절에 출가사문도 법당 들어가기 싫어하는데 재가불자님들이야 오죽 하겠냐하는 생각입니다 춥고 배고픈 곳에서 도심(道心)이 자란다고 그나마 마지막으로 보릿고개, 배고픔을 경험한세대 이기에 김치하나 놓고 공양 해결하면서 무주선원에서 선농일치 흉내 내는 것입니다.
시절인연이 이렇게 변했다고 나까지 세류에 휩쓸릴 없이 이제는 다 놓고 내 신심(信心) 하나 가지고 내 세계 가꾸며 나답게 “혼자 살다가 혼자 가는 것”으로 생각을 정리하였습니다. “혼자 살다가 혼자 가는 것”으로 생각을 정리하니 또 하나의 짐을 덜은 것입니다. 예전에도 그렇게 살았지만 망상지어 전화하거나 찾아다닐 일 없고 찾아오시는 분 있으면 차 공양해드리고 적던 많던 재공양은 아껴 쓰고 남은 것은 법공양으로 회향하고 법당과 마당을 오가며 일행삼매(一行三昧) 일과를 지어가는 것입니다.
청화큰스님 법문에 “생명을 아껴 써라”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갈 적에는 선(先), 후(後)가 없으며 갈 적에는 마음, 업(業)만 가지고 가는 것입니다. 절집에 와서도 저보다 어린사문들이 먼저 가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얼마 남지 않은 생명, 어느 것이 의미 있게 아껴 써야할 것인가 사유(思惟)할 일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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