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선원의 변함없는 일과, 반복되는 일과.
새벽 3시 10분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저녁 9시 까지 홀로 법당과 마당을 오가며 지네고 있습니다. 무주선원은 어렵게 암자 급으로 불사해 놓았지만 오시는 분이 없다보니 토굴이 된 것입니다 제주말로 육지에서 자리를 폈으면 이 정도 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도 들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한 달에 한 번 법회와 어쩌다 오시는 분 있으면 차 한 잔 대접해드리고 울력도 정진이다 생각하며 정진과 울력으로 하루 일과 보내는데, 한 자리에 모여 정진한다는 것이 참 대단한 인연이고 회유한 일입니다.
말은 쉬워도 “토굴 살이” 혼자 정진하며 사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토굴 살이 하려면 첫 번째가 부지런입니다. 보통 부지런해서도 안 되고 최상급으로 부지런해야 합니다. 두 번째가 무엇이던 손수 다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현장 잡부는 기본이고 행자, 공양주부터 조실까지 역할을 모두 혼자 감당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는 정진에 재미가 붙어야 합니다. 출가사문이 삶을 반조(返照)하는 수행이 없으면 건달이 되는 것이지만 특히 토굴에서 정진이 없으면 그냥 산적(山賊)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회향하는 강인한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이 네 가지 조건을 다 갖추어서 토굴 살이 하시는 분들은 흔치는 않습니다. 대부분 몇 년 버티다 대중처소로 들어가든지 아님, 그냥 그렇게 살든지 인데, 어린 시절부터 야전에서 잡초처럼 살아온 공덕으로 하루일과를 원만회향하면서 잘 지네고 있습니다. 제가 보아도 성격이 많이 회석되었다고는 하지만 나의 딱! 딱! 부러지는 기질은 대중처소에서 사는 것 보다 힘들더라도 이렇게 온 몸으로 때우며 사는 것이 편하고 정진과 약간의 노동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합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현상은 주인장의 인연이며, 전생 습이 있으니 이렇게 독고다이로 사는 것이고, 어떻게 보면 최상의 복입니다. 사바세계 와서 어디에 구부림 없이 무주선원 울타리 안에서 극락세계 가꾸며 나답게 정진하고 사는 것에 만족합니다.
노후대책은 “마음 비우는 것”이고 잔병 걸리면 고치고 큰 병나면 죽으면 되고 남은 것은 정진뿐인데, 이렇게 정리해버리면 아무런 고민이 없습니다. 누구나 혼자 살다가 혼자 가는 것 아닙니까? 은사스님 법문에 은사스님과 인연 있는 스님께서 편지에 관세음보살을 염하기에는 한 생이 너무 짧다고 하였다고 합니다.
문경 도반 절에서 작은 능소화를 얻어다 무주선원 이름이 새겨진 돌에 기대어 심고 7년 이라는 세월이 지나서야 올해 제법 어우러지었습니다. 하나의 꽃나무도 자세 잡는데 7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는데 우리가 중생의 때를 벗는 데는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리겠습니까? 다만 쉼 없이 지어 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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