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공양간 하던 방을 북 카페로 만들기 위해 도배 다시하고 책장을 더 구입하여 그 동안 흩어져 있던 책을 한 곳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책을 정리하면서 옛 책들을 만지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한 권 한 권 사서 읽고 박스에 담아두고 망실되기도 하고 남은 손 때 묻은 책들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것도 천성(天性)이겠지요. 그 옛날 홀로 서울에 올라와 외롭고 어려운 시절 책이 나의 스승이었습니다. 첫 번째 만난 책이 “샘터”였는데 지금도 나오나 모르겠으나 샘터는 창간호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샘터라는 작은 잡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만날 수 있었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일러주는 것입니다 그 때 법정스님도 최인호씨도 글을 연재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음에 만난 잡지가 “뿌리 깊은 나무”였는데 진보적인 잡지에서 사회를 보는 안목이 넓어지고 이 잡지가 폐간되고 “마당”이라는 잡지가 나왔는데 “마당 잡지는 제 책장에 있습니다. 당시 동가숙 서가숙 하던 시절이라 어느 때 반 지하에서 살았는데 아직도 좀 아쉬운 것이 장마 비에 모아둔 ”뿌리 깊은 나무“잡지와 파란만장한 33개월 군대시절을 대학노트 6권 일기로 회향한 것이 모두 물속에 다 잠겨 버린 것입니다.
군대에서 읽은 “죽음의 포로수용소”에서 마음이라는 것에 눈이 떴고 두어 번 독파하고 좁은 방카 속에서 생활하는 부대원들의 마음을 읽는 경지도 보았고 제대해서 읽은 “제3의 물결“에서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해간다“를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노동하면서도 늘 손에서 책은 안 떨어지였고 제대할 적에 좀 과장되게 책을 따불 백으로 하나는 지고 나온 것 같고 공사판 함바에서도 책을 보고 있으니 대학생이 알바 나온 줄 아는 것입니다.
공자님이 가죽 끈이 떨어지도록 읽었다는 주역도 몇 번을 읽었고 성경도 몇 번을 읽었습니다. 80년대 정신세계사에서 나온 달라이 라마 자서전이 처음 나왔는데 그 책을 읽고는 눈물이 흘렀고 그 후로는 티베트 관련 서적은 거의 읽은 것 같습니다. 불교서적은 읽으면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이 가슴으로 적시여 오는 것이 전생에 인연이 깊다 하는 생각이고 특히 티베트하고는 인연이 더욱 깊다 생각하면서도 가보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책은 잡식성으로 읽어야 합니다. 과학, 자연, 종교, 사회, 역사 등 나의 모르는 세계를 전문가의 안목을 읽는 것이고 다양한 독서는 사바세계 시야를 넓혀줍니다. 책이 현재의 본연스님을 만들었고 척박한 곳에서 살아가는 내공은 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많은 책을 섭렵하면서 내린 결론이 모든 현상의 근본은 마음에 있고 마음가운데 최정상에는 자비심입니다. 자비심만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이웃을 행복하게 한다고 생각하고 이웃을 위하여 염불하고 자비관하면서 삶을 가꾸는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과 행위를 일치시키기에는 아직 머나먼 길이기에 지금도 신심이 나태해질 적에 옛 어른스님들의 삶을 읽고 자책하는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