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사 한 분은 깜깜한 농촌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무런 희망 없는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저하고 갑장인 이분, 저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꿈을 가지고 서울로 무작정 올라온 것입니다 가난의 상징 보릿고개를 마지막으로 경험한 세대, 우리세대 대부분이 농촌에서 태어나 큰 꿈을 이루고자 서울로, 서울로 모이는 것입니다.
서울로 올라온 우리세대의 공통점이 있는데 하나가 일단 서울에서 눈 좀 뜨면 고향땅을 팔아서 무엇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 시절은 사장님이 길거리에서 치이는 자영업 천국시절이라 빵집을 하던 구멍가계를 하던 고향 땅을 팔아서 무엇을 하는데, 그러나 수많은 부비트랩이 설치되어 있는 서울 콘크리트 밀림 속에서 지뢰를 피해 성공하기는 그리 녹녹하지 않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함과 성실은 기본이고 마지막은 운(運)까지 받쳐 주어야 하는데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 성공하기는 열 명 중 하나입니다.
이 분이 차 한 잔 하면서 하시는 말씀이 말년에 고향에 살려고 내려와 보니 고향 땅값이 미쳐버려 고향 밭두렁, 논두렁에서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하며 막걸리 먹으며 버틴 친구들이 더 부자라는 것에 허탈감을 느끼는 모양입니다.
한 마디로 희망 없다고 집토끼 정리하고 산토끼 잡으러 나갔는데 결국 고생만 했지 집토끼 지킨 사람 보다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마지막 말이 “난 서울에 올라와서 사업이라고 하며 넓은 세상을 보았지만 고향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하는데 그 속에는 누구나 천일야화(千一夜話)가 있는 것이고, 넓은 세상 경험하는데 수업료가 많이 들어간 것입니다.
저도 고향에 땅 좀 있으면 팔아먹었을 것 같은데 팔아먹을 땅이 없다보니 몸뚱이로 버티며 넓은 세상을 본 것이고 서울 상경파라 그래도 남자로 태어났으면 넓은 세상에서 모험 한 번 걸어볼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약육강식(弱肉强食) 논리는 짐승세계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세계도 통하는 진리며 사실 인간도 양복입은 짐승에 불과한 것입니다. 콘크리트 밀림 속에는 양복입은 육식 짐승들이 호시탐탐 약자를 노리는 것인데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믿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남 믿고 일하다 낭패 본 사람을 하나 둘 본 것은 아니고 나는 자비심을 낼 수가 있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자비심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등을 보이면 칼을 맞는 것이 콘크리트밀림의 법칙입니다.
다양한 업(業)들이 모여 사는 넓은 세상 야전에서 생존하는 노하우를 터득하다 보니 모르고 속고 살지는 않는다 하는 생각입니다. 대부분 속고 살지 않습니까. 권력자가 권력 놓고는 교도소에서 지네는 것이나 바지 감투인 줄 모르고 올라왔다가 다 털리고 내려가는 것이 다 속고 산 인생입니다.
앞 파도는 뒷 파도가 치듯이 속고 속이고 사는 것이 사바세계의 속성인데 사바세계에서 속지 않고 살려면 깨어있어야 하고 직관(直觀)하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이제는 다 놓고 변방에서 묻혀서 잡풀 뽑아가며 정진하고 갈 준비하며 마음 가꾸고 사는 것이 사바세계에 와서 그나마 회향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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