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전 세상 사람들이 불쌍해서 출가하였습니다.
어느 날 대로에 꽉 막힌 차량을 바라보면서 그랜저 타고 다니는 사람이나 티코 타고 다니는 사람이나 그도 저도 없이 일반 버스 타고 다니는 사람이나 이익 다틈에 골몰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불쌍하다”는 생각이 저 깊은 의식에서 올라오고 그 다음부터는 나의 삶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 시절 술을 싸게 먹으려면 가락동 농수산부 센터로 갑니다. 회 도매 집에서 낮에는 도매하고 저녁에는 간단하게 탁자 놓고 소주와 회를 파는데 그 후 한 번 친구들과 어울려 갔더니 전에는 별 문제가 없는데, 그 날은 보살이 살아있는 바닷장어 머리를 못에다 팍! 박는데 내 가슴에 박는 느낌이 들고 또 꼬리를 못에다 팍! 박는데 또 가슴에 박는 느낌이 들고 껍질을 벗기는데 내 몸에 껍질을 벗기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아파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는데,
스물아홉에 조계사 처음 나가기 시작하여 “언제인가는 출가할 것이다” 하는 시절인연이 돌아온 것입니다. 그 당시가 서른일곱 벌려놓은 업(業)을 정리하기 시작하여 서른아홉, 흔한 말로 늦깎이로 출가한 것입니다 처사 시절 저 밑에서 올라오는 깊은 의식은 몇 번을 경험하였습니다.
깊은 의식에서 올라오는 연민심은 전생부터 쌓아온 업력, 그림자이며 한 번씩 경험할 적마다 삶이 바뀌는 것입니다. 출가 후 그 공덕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고자 비가 오나 바람 부나 법당에서는 일체중생을 위해서 기도하고 앉자서는 일체중생을 위한 자비관을 하면서 일과를 보내는 것입니다.
티베트의 한 성자는 눈길을 걷다 배고파 얼어 죽은 짐승을 보고 연민하는 마음을 일으켜 짐승의 혼을 극락세계 왕생시키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음이 증명되면 연민하는 마음으로 모든 중생들을 제도 할 수 있는 것인데, 현실은 전생에 인연이 있다고 선근이 있다고 공부가 순조롭고 삼매가 현현하는 것은 아닙니다. 청화 큰스님께서도 제자에게 말씀하시길 “생각같이 잘 안 되네”하시였다고 하는데 마음을 증명하기는 참 머나먼 길이며 다만 한눈팔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정리하였습니다.
국민소득 3만 불 시대 춥고 배고픈 불쌍한 중생보다 탐(貪)·진(瞋)·치(癡) 삼독심에 물들은 중생들이 더 불쌍한 것입니다. 전 이명박 대통령이 무엇이 부족하여 뇌물을 받고 천년고찰 방장이 무엇이 부족하여 총무원에 올라와 종단에 상처를 주고 내려갑니까? 재물이 많던 권력이 있던 내 분상에서는 불쌍한 중생일 뿐입니다. 재물과 권력처럼 무상한 것이 있습니까? 이들에게 비난에 앞서 그 부질없는 탐욕에 연민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채워서 행복을 얻으려면 밑도 끝도 없지만 비워서 행복을 얻으려면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다겁생의 업력으로 채우는데 온 마음을 다 받치고 고통 받고 결국 떠날 적에는 빈손으로 가는 것이고 떡고물 많이 남겨 놓아야 저승에서 후손들 떡고물 싸움만 바라보는 것이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모든 중생들이 고통을 여위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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