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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미타행자의 편지

한담(閑談)

 

 

지난여름 참 더웠습니다. 하루하루 버티다 보니 어느 듯 가을이 되었고 가을 선선한 바람에 몸과 마음이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무주선원의 하루 일과는 변함은 없습니다. 덥고 힘든 날은 조금 정진시간을 줄여가며 버티었는데 큰스님 말씀대로 생각대로 잘 안 되는 것이 현실이고 업장 덩어리 몸뚱이 달래가며 정진하며 지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당에서 홀로 마지지어 올리며 기도 정진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니 주인장 마음이 더 편합니다.

 

나름대로 십년이 넘는 세월을 제주에서 더불어 수행하는 여법한 도량 가꾸어 보자 정성을 드릴 만큼은 해보았는데 여전히 토굴수준에서 나아질 기미는 없고 주인장이 사람을 모우고 불사를 하며 큰 판을 벌릴 팔자는 아니고 홀로 손수 공양 해결하며 정진이나 하면서 지넬 팔자 다 생각하니 그 동안 좀 서운한 일이 눈 녹듯이 다 녹아 버리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 깊은 산에 들어가 초가삼간 짓고 농사나 지으며 도()를 닦고 싶다는 아련한 생각이 내 운명이자 팔자인데 그 동안 헤매고 살다가 환갑이 넘어서야 생각이 정리된 것입니다. 중생이기에 멀리 돌아서 가는 것인데 멀리 돌아가는 것도 수행이며 하나의 망상을 터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혼자 살기에는 넓은 도량. 하루일과 가운데 마당에 두 세 시간은 투자하여야 하는데 도량관리와 정진이 빡빡합니다. 아 그래도 내 인생에 있어 아직까지 편하게 보낸 세월이 있느냐이것도 내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정진삼아 오후는 마당에서 보내는 것입니다.

 

탈 종교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수행자, 성직자는 3D 업종이며 물질적 풍요는 정신적 빈곤, 재물이 흔해지면 도()와는 멀어지는 것이 진리입니다.

 

구참스님께서 전하는 말이 60년대? 청화 큰스님 모시고 안거 한 철을 보내는데 점심공양이 끝나니 공양주 보살님이 스님 저녁쌀이 떨어졌는데요.” 하니 입승스님이 듣고 바로 탁발 나갑시다.” 하여 대중스님 모두 탁발을 나갔다고 합니다. 그 가난한 시절 결제 중에도 쌀이 떨어져 대중 스님네들이 탁발하여 돌아와 큰방에 앉자있으면 얼마나 간절한 마음이 일어나고 화두가 얼마나 성성했겠습니까? 그 시절은 어렵고 정진시간이 짧아도 진실한 수행자가 많이 나왔는데 .....

 

()는 배고픈 말세보다 배부른 말세가 더 무서운 것입니다. 다음 생에 오면 비구계 줄 곳이라도 있을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 여기 저기 기웃 거리며 남들이 논다고 따라 놀다 보면 다음 생을 기약 할 수가 없습니다. 금생에 만나 소중한 부처님 인연, “금생이 마지막이다생각하며 게으른 마음을 자책하며 몸과 마음을 다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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