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녁에 문자가 와서 보니 “생일을 축하합니다.” 하는 메시지. “엉 잘못 왔나” 하고 다시 확인하니 속가 누님이 보내신 메시지라 “내 생일이 언제지” 하고 확인하니 그 다음 날입니다. 출가사문이 생일은 별의미가 없지만 누님은 해 마다 문자라도 주어서 알려주시는데 사문이라 해도 태어난 날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지론입니다.
제가 사바세계 와서 몇 가지 인연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생일입니다. 밖에서는 요즘 말로 흙 수저 쥐고 태어나 끼니를 걱정하는 집에 생일은 의미 없고 서울 올라와서는 홀로 객지생활 오래하니 별 의미 없이 살았고 절집에서는 생일이라는 문화가 없지요. 송광사 큰 절에 6년 살면서 누구 생일이라는 소리는 못 들어 보았고, 은사스님께서도 백장암에 계실 적에 상좌와 신도님들이 환갑날 상 차린다고 분주하니 당신께서는 말씀은 못하시고 아침에 슬그머니 나가시더니 바닷가에 계시다가 저녁 깜깜해서야 돌아 오시였다고 합니다. 당신 생신이 12월인데 추운 바닷가에서 하루 종일 보내시느라고 고생하시였는데 그 후로는 누구도 생신이야기를 못 꺼냈다고 합니다.
사실 태어난 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죽는 날이 더 중요합니다. 죽는 날을 알아야 방 청소라도 하고 가는데 죽는 날도 모르고 덤벙거리며 살다가 말년에 병고에 시달리고 뒷정리도 못하고 떠나는 것을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집착과 망상이 다 떨어지어야 가는 날을 아는데 방법은 한눈팔지 않고 정진하는 것 외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초심시절 객으로 경남에 있는 절에 갔는데 부도탑과 비가 있어 읽어보니 60년대 세운 것이라 한문과 한글 혼용이라 읽을 만 한데 내용이 스님께서 주지 소임 보면서 늘 “나무아미타불”을 하시였다고 합니다. 당신께서 불사도중 곧 사바세계를 떠난다고 하면서 주변정리를 다하고 원적하시였는데 화장터에서 사리가 8과가 나와서 신도님들이 정성을 모아 탑과 비를 세웠다고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그 후 그 절에 도반스님이 총무소임을 보고 있어 객으로 갔더니 부도탑 주변에 속인들이 있어서 총무스님에게 물어보니 부도탑 주인스님의 후손이라고 합니다. 당시는 대처, 비구시절이라 가정을 가지신 스님 이였고 그 날이 제삿날이라 후손들이 오시였다고 하는데 1년에 한 번식은 꼭 온다고 지나가는 말로 그 스님은 참 잘사신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가정이 있고 없고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진실하게 살았는가.” 중요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