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4. 청화 큰스님 법문집/12. 진리의 길

제 3편 게송음미(2)






 

부용(芙蓉)스님의 임운무애게(任運無碍偈)

 

부용도해(芙蓉道楷)스님은 중국 중세기 북송(北宋)때 조동종(曹洞宗)의 위대한 선사입니다. 이 스님은 청백하고 도행(道行)이 높아, 총림(叢林)에는 물론이요 도속(道俗)이 존경하므로, 당시 휘종(徽宗)황제가 자가사(紫袈裟) 즉 금란가사(金襴袈裟)와 당호를 하사했는데, 받지를 않고 되돌려 보냈습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자기가 유명한 선사라 하더라도 감격을 하면서 받아야 할 것인데, 몇 번 간청을 해도 사절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임금의 노여움을 사서, 그 벌로 귀양을 가게 되었습니다. 귀양도 참 별난 귀양이지 않습니까? 한 오 년 동안이나 귀양살이를 하였는데 그곳에 수 백 명의 학도들이 모여 스님 밑에서 공부를 하게 되니, 황제는 뉘우치고 화엄선사(華嚴禪寺)라는 절 이름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유명한 스님입니다.

 

*내 나이 이미 칠십육인데,

세상 인연 이제 모두 마치었도다.

살아서는 천당을 바라지 않고,

죽어서는 지옥도 두렵지 않네.

뿌리치고 삼계밖에 몸을 두니,

등등임운[걸림없는 경계]에 무슨 구속 있을 것인가?

 

任運無碍偈

 

吾年七十六

世緣今已足

生不愛天堂

死不怕地獄

撒手橫身三界外

騰騰任運何拘束

-芙蓉道楷-

 

* “오년칠십육(吾年七十六)인데, 세연금이족(世緣今已足)이라”, 내 나이가 벌써 칠 십 육인데, 세상 인연이 다 해서 더 바랄 것이 없이 이거로써 이미 만족을 한다는 말입니다. “생불애천당(生不愛天堂)이요, 사불파지옥(死不怕地獄)이라” 살아서는 참선 공부에만 애썼지 천상 같은 것은 바랄만한 틈도 겨를도 없었다는 말입니다. 오로지 정진만 했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또한 금생에 닦을 만큼 닦았으니, 죽음에 이르러서는 지옥을 두려워 할 것도 없다는 말입니다. “살수횡신삼계외(撒手橫身三界外)하니”, 살수는 손을 뿌리친다는 말로 그냥 모든 잡연(雜緣)을 다 뿌리치고 간다는 뜻입니다.

 

삼계 밖에 몸을 누인다는 말은, 공부를 했으니 삼계에 갇혀있지 않고 해탈을 했다는 뜻이 됩니다. 이제 손을 뿌리치고 해탈의 경계에 들어간다는 말입니다. “등등임운하구속(騰騰任運何拘束)이리요?” 등등임운(騰騰任運)은 아주 기운차게 법 그대로이니, 조금도 구속이 없이 당당하다는 뜻입니다. 등등임운이니 어찌 내가 구속 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게송입니다.

 

* “내 나이 칠 십 육세, 세상 인연이 다해서 가는 것인데, 서운할 것도 미련도 애착도 없고, 조금도 불평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살아서는 오직 내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였을 뿐이지, 천상이고 행복이고 그런 것을 바랄만한 겨를도 없었다. 바르게 살았으니 죽어서 지옥이 두려울 것도 없는 것이고, 잡연을 뿌리치고 삼계밖에, 해탈의 경계에다 몸을 두니, 등등임운하구속이리요?

 

이제 당당하고 활발발지(活鱍鱍地)라, 무엇을 두려워하고 꿀릴 것이 있을 것인가? 그저 의젓이 인연 따라서 자연의 법도에 따를 뿐”이라는 뜻입니다. 그야말로 임금이 주는 금란가사, 찬란한 가사를 보통 사람 같으면 못 받아서 한(恨)일 것인데, 그렇게 안 받다가 귀양살이까지 할 수 있는 청빈한 수행자의 귀감입니다.

 

* 청화 큰스님 사진은 무량님께서 보내주신 사진입니다.

저도 처음 보는 사진이라 함께 공유합니다. 무량님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