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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청화 큰스님 법문집/12. 진리의 길

제 3편 게송음미(3)


 

석옥(石屋)화상 임종게

 

* 임제종 전등(傳燈)법사요, 한국 조계종의 종조인 태고보우 선사의 스승 되는 석옥청공(石屋淸珙)화상이 읊은 임종게입니다. 다른 게송도 중요하겠지만, 도인들이 열반에 들 때 남겨놓은 임종게는, 우리에게 더욱 더 숙연한 감명을 줍니다.

 

* 청산은 냄새나는 시체를 받지 않는데,

죽어서 하필이면 땅에다 묻을 것인가?

나를 돌아보니 삼매의 불이 없구나.

앞에 있다 이내 사라질 장작더미뿐!

 

 

無火定偈

 

靑山不着臭尸骸

死了何須掘土埋

顧我也無三昧火

先前絶後一堆柴

-石屋淸珙-

 

* “청산불착시해(靑山不着臭尸骸)” 하니, 청산은 냄새 나는 시체를 받지 않으니, 붙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맑은 청산도 바로 본다면 하나의 생명인데 그런 맑은 청산이 나같이 참선공부를 좀 했더라도 죽으면 냄새 나는 시체이므로 붙이기를 싫어 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 “사료하수굴토매(死了何須掘土埋)리요”, 죽어서 가는 길에 어찌 하필 땅을 파고서 시체를 묻을 것인가? 속인들처럼 매장을 할 것인가 하는 말입니다. 청산도 냄새를 풍기는 시체를 붙이기 싫어하는데, 그 땅에다 냄새나는 시체를 무슨 필요로 묻어야 할 것인가? 그러니까 자기 시체를 매장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지요. 그러나 “고아야무삼매화(顧我也無三昧火)라”, 그렇다고 해서 과거 위대한 조사들처럼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들어서 자기 몸을 태우면 좋은데, 그럴만한 법력도 없다는 한탄입니다. 나를 돌아다보니 삼매의 불이 없다는 말입니다.

 

* 출가사문이 되어서 참선수행을 하는 우리 수행자들이 저나 여러분이나 임종 때에 이런 한탄이 안 나오리라고 장담을 하겠습니까? 부처와 나와 둘이 아니고, 달마와 나와 둘이 아닌데, 그런 분들은 화광삼매에 들어서 삼매의 불로 자기 시체를 태워서 사리(舍利)를 남겼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