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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청화 큰스님 법문집/12. 진리의 길

진리의 길.18(2)

 

 

* 우리가 공부하는 방법도 부처님 법문에 의지하면, 어려운 문과 쉬운 문이 있습니다. 난행문難行門과 이행문易行門, 제이의 석가라는 용수보살이 그런 문의 체계를 세웠습니다. 어려운 문은 우리가 경을 배우고 선방에 들어가서 참선을 하고, 모든 힘을 다해서 받들어 가지고 한 단계씩 올라갑니다. 그러나 쉬운 문은, 경을 외우지 말라 또는 참선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도 소중하나 그러한 어려운 작업을 안하더라도 가는 문입니다. 팔만장경을 누가 다 볼 수가 있습니까? 또 좌선해서 삼매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오십년 이상 참선을 했지만, 아직도 공부를 끝내지 못했습니다.

 

* 쉬운 문(易行門)은 별로 어렵지가 않으니, “자기 마음이나 모든 우주의 존재가 오직 하나의 생명이요, 하나의 부처다” 그렇게 믿고서 부처님 이름을 외우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가장 공부하기 쉬운 것이 염불입니다. 이것이 쉬운 문인데, 제이의 석가 용수보살이 그 체계를 세웠습니다. 그것이 제일 쉽습니다.

 

* 내가 부처고, 또는 우주 본래의 자리, 우주의 생명이 바로 부처이거늘, 부처의 이름을 외우는 것같이 더 쉽고 절실한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우리 불자님들 마음에다 우주의 훤히 열린 그런 불을 밝히시길 바랍니다. 우리 마음은 바로 부처이기 때문에, 한도 끝도 없이 우주를 다 비추고 있습니다. 자기가 미처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김씨라는 마음도 우주를 비추고 있고, 박씨라는 마음도 마찬가지이고, 어느 분의 마음도 모두가 다 끝도 가(邊)도 없이 조금도 거리낌이나 장애를 받지 않고(無障無礙) 우주를 비춥니다.

 

* 우주는 본래로 일원론이라, 하나의 진리라는 말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진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생명 자체이기 때문에 부처입니다. 그런 부처님을 우리가 뭐라 불러야 되겠는데, 가장 절실한 이름이 이른바 관세음보살이나 나무아미타불ㆍ지장보살ㆍ약사여래 등입니다. 그러나 총 대명사는 바로 아미타불입니다. 그래서 경전에서도 나무 본사 아미타불이라고 읽습니다.

 

* 신라 때 원효스님도 마을에 다닐 때, 표주박을 때리면서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그렇게 많이 불렀습니다. 고려 초기에 대각국사 의천도 그렇게 했고, 또 보조국사 지눌도 염불 주문을 보면 그렇게 했고, 나옹대사ㆍ태고대사 다 그렇습니다. 그런 분들은 될수록 복잡한 것을 다 합해서, 하나의 진리로 마음을 향하게 했습니다.

 

* 그래서 우리 불자님들도 아미타불로 하시고, 거기다가 나무(南無)는 아미타불에 “귀의한다”, 우리 모든 생명이라든가 역량 모두를 아미타불로 “귀의한다”는 뜻입니다. 내가 본래 아미타불인 것이고, 또 아미타불이 되어야 하는 것이니까, 그쪽에다 자기의 온 정력과 정성을 다 바쳐야 될 것입니다.

 

* 중요한 문제는 아미타불에 대한 관념입니다. 어떠헥 무엇을 생각하면서 아미타불을 부를 것인가? 그냥 이름만 부르면, 우리 마음이라는 것이 여태까지 익히고 배우고 습관을 들여 놔서, 자꾸만 잡스러운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렇기에 우리 마음의 소재를 어디다가 둘 것인가? 그것이 중요한데, 아미타불은 사람 같은 모양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나 소박한 단계에서는 부처님 상호를 관찰해도 무방합니다. 왜냐하면, 부처님 모양 상호는 만덕을 갖춘 삼십이상 팔십수형호라, 부처님 얼굴은 조금도 흠절이 없습니다. 지혜로 보나 덕으로 보나 또는 능력으로 보나, 만능의 상징으로 부처님의 상호가 나왔습니다.

 

* 불경에 보면, 부처님께서 삼아승지겁이라는 무수한 세월 동안 몇 천 번도 넘게 자기 몸을 일반 중생한테 희생하고 순교했습니다. 한 겁도 무량 세월인데, 백 겁 동안 삼십이상 팔십수형호라는 그런 근본 상호를 이루기 위해 모든 복을 지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부처님의 원만한 상호가 나왔기 때문에, 우리가 부처님 상호를 보면서 나도 그렇게 닮아야 하겠구나 하고 염불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아직 상을 덜 떠난 염불인 것이고, 부처님의 참다운 법신은 우주 어디에나 언제나 무엇이나 충만해 있는 하나의 생명의 광명입니다. 그것이 이른바 무량 광명 아닙니까? 아미타불 별명 가운데 무량광불도 있습니다.

 

* 아미타불은 바로 낳지 않고 죽지 않는 우주의 생명 자체, 영생의 생명이기 때문에, 무량수불無量壽佛이라고도 합니다. 그런 부처님의 이름은 한도 끝도 없는 부처님의 공덕을 다 표현했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부처님을 생각하면서 부르는 이름 가운데 모든 것이 다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름과 더불어서 부처님 공덕을 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우선 한도 끝도 없이 잘 생긴 얼굴을 관상하면서 나도 닮아야 되겠구나, 하고 염불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나도 만덕을 다 갖추기 위해서는 모든 중생을 위해서 시시때때로 자기라는 관념을 줄이고 정말로 공평무사한 행동을 해야 할 것입니다.

 

* 언제 어디에나 한도 끝도 없이 빛나는 아미타불을 외우시면 좋습니다. 이것을 불교 용어로 말하면, 우주의 참다운 모습을 담아서 하는 염불이기 때문에, 실다운 실實자 모습 상相자, 실상 염불입니다. 또는 법신염불法身念佛이나 진여염불眞如念佛이라고 하는데, 실상 염불과 다 같은 뜻입니다. 그렇게 하면 철학적으로 염부을 하는 것이 됩니다. 우주의 도리 그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부처님 상호를 관찰하는 것은, 아직 상을 두어서 철학적인 염불은 못되고, 하나의 방편염불입니다. 그렇게 우리 마음이 모아져서 하나로 통일되면, 그때는 깊은 염불삼매라, 오직 부처님만 생각하고 다른 것은 거기에 낄 수가 없게 됩니다. 우리가 소박하니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부처님 이름만 외다가 우리 마음이 오직 하나로 통일되는 게 염불삼매입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으로 부처님의 원만 덕상을 상상하면서 염불삼매에 들어도 좋습니다.

 

* 여러 가지 교학도 많이 배우시고, “조금 철학적으로 정말로 우주의 실상에 맞게끔 염불해야 되겠구나” 그런 분들은, 실상염불ㆍ법신염불ㆍ진여염불을 하면서, “우주의 끝도 가도 없이 만덕을 갖춘 진리가 어디에나 충만해 있구나, 다만 우리 중생이 어두워서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이구나” 생각하면서 하면, 이것이 이른바 가장 고도의 철학적인 염불이 됩니다.

 

* 삼매에 들어야 우리가 범부심을 녹이고서 성자가 됩니다. 삼매에 들기 전에도 염불을 오래 하면 그냥 보통 재미가 아닙니다. 돈 주고서 하는 것도 아니며, 그렇게 애쓰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참 간단합니다. 우리가 안하려고 해도 우러나오는 염불이 얼마나 행복스러운지 모릅니다. 머리도 맑아지고 가슴도 시원하고 말입니다. 마음이 맑아지면 동시에 피도 맑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으로 보나 무엇으로 보나 최적의 법입니다.

 

* 염불을 계속하면 마침내 그 부처님의 광명, 빛나는 부처님이 앞에 훤히 보이게 됩니다. 미신도 아니고 맹신도 아닙니다. 부처님은 우주의 진리이고 그 자리는 만물의 자리이기 때문에, 우리 중생이 부처님 같은 그런 광명이 빛나는 모습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에는, 우리 마음이 청정해짐에 따라서 꼭 앞에 나옵니다. 그것 보고 불교 말로는 부처 불佛자 설 립立자, 부처가 앞에 서 보이는 불립삼매佛立三昧라고 합니다. 그러면 모든 의심이 다 풀리고 마음에 막힘이 없게 됩니다.

 

* 중생염불불환억衆生念佛佛還憶이라, 원래 우리가 부처거니, 우리가 부처를 부르면 부처도 역시 우리를 굽어 본단 말입니다. 따라서 부처님의 가피가 분명히 있습니다. 거기다가 염념상속念念相續이라, 생각생각에 끊임없이 염불을 한다고 생각할 때는 염불삼매에 들고, 염불삼매까지는 미처 못 간다고 하더라도, 우리 마음은 부처님이라 염불을 안해도 저절로 염불이 나오게 됩니다.

그렇게 느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느끼시면, 정말로 매일매일 신묘한 멜로디를 들으면서 공부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꼭 금생에 염불삼매에 들어서, 우리 본래의 고향 땅에, 본래 들어가야 할 그 자리에 금생에 꼭 가셔야 하겠습니다.

 

[2001년 신춘, 성륜사 천도재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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