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日會報 서기 1989년 12월 1일 제 108호
염불선③
禪 淨 雙 修
玄藏/송광사 스님
1. 자기 성품에 맞는 수행법을
우리 불가에 상근기는 참선하고 하근기는 염불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끼친 해독은 의외로 커서 염불수행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선수행만이 최상승이라고 자만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사람의 성품이 이성적인 사람을 위해서 지적인 수행법이 베풀어졌고 감성적인 사람을 위해서 신앙적인 수행법이 전해진 것이다. 근본불교의 오정심관(五停心觀)이나 요가의 여러 가지 수행법도 근기의 우열보다 각자 사람의 성품에 맞는 적합한 수행법이 있는 것이다. 앞에 제시한 세 종류의 선수행방식도 마찬가지다. 묵조선은 의지적인 사람에게 적합하고, 간화선은 지적인 사람, 염불선은 감성적인 성품의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한다.
수행법이 맞지 않으면 애말 쓸 뿐 평생을 그르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각자 자기 내면의 보배를 깨닫고 자기 성품에 맞는 수행법을 실천해가면 될 것이다.
2. 자아의식을 넘어서는 길
수행의 목적은 자아의식을 넘어서서 무아(無我)를 깨닫고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다. 불교수행의 근본도 자기를 얽어매는 족쇄에서 벗어나 열반을 성취하는 데에 있다. 자아의식은 이기심과 아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원성을 띠고 있다. 이원성의 자아의식을 가지고는 삼매에 이르지 못한다. 자신을 의식하는 한 자신 밖으로 한 치도 나가지 못한다.
자아의식을 넘어가기 위한 두 개의 중요한 길이 있으니 선수행과 염불수행이다. 선과 염불은 본질적으로 그 성격을 달리한다. 선은 자기 마음을 깨달아 스스로 부처를 이루고자 하는 자력수행이고, 염불은 부처님의 원력에 의지하여 정토(淨土)에 태어나고자 하는 타력신앙(他力信仰)이다.
그러나 지고의 통찰을 통해서 자아의식을 넘어서는 선수행이나, 부처님의 위대한 원력 앞에 자기의 모든 것을 내 맡겨 버림으로써 자아의식을 넘어서는 선수행이나, 부처님의 위대한 원력 앞에 자기의 모든 것을 내맡겨 버림으로써 자아의식을 넘어서는 염불수행이나 근본에 있어서는 다를 바가 없다.
탐욕과 아집이 사바세계라면 사랑과 자비의 마음은 바로 정토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본진리를 사무치게 깨달은 선사들에 의해서 염불과 선을 함께 닦는 선정쌍수(禪淨雙修)의 수행법이 베풀어져 온 것이다.
선정쌍수를 상징하는 경전의 말씀과 선사들의 어록을 살펴본다.
“모든 부처님은 법계(法界)를 몸으로 삼는 것이니 일체중생의 마음 가운데 들어 계시느니라. 그러므로 그대들이 마음에 부처님을 생각할 때 이 마음이 바로 부처이고 이 마음으로 부처를 이루느니라.”
정토종의 근본경전중 하나인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에 나오는 말씀이다. 반주삼매경(般舟三昧經)에 따르면 일주일 동안 용맹정진으로 부처님을 생각하고 염불하면 부처님이 자기 앞에 나타난다고 하였다. 일주일간의 기도방법은 매일 한번 이상 목욕하고 내의를 갈아입는다. 하루 식사는 점심 한 끼만 먹고 잠은 일체 자지 않는다.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하여 불상 주위나 불탑 주위를 합장하고 천천히 돌면서 염불한다.
“걸음걸음 소리소리 생각 생각에 오직 아미타불만이 있게 하라” 「步步聲聲念念唯在阿彌陀佛」 걸음 걸을 때 한 걸음도 놓치지 않고 아미타불을 염하고 입으로는 아미타불 염불 외에는 성스러운 침묵을 지키며, 한 생각의 번뇌도 없이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만을 그리는 생각으로 일주일만 정진하면 부처님이 홀연 자기 앞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중국의 선도(善導)스님은 평생 동안을 한 달에 일주일씩은 반주삼매의 수행을 실천하였는데 그는 앉아서 아미타불을 친견하고 극락정토를 환히 보았으며 염불할 때는 입이 광명이 나와 도량이 빛으로 충만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선원에서 안거 중에 일주일간 용맹정진하는 풍습도 원래<반주삼매경>에서 유래한 것이다. 염불선의 형태가 형성되는 것은 초기 선사들에 의해서이다. 이미 4조 도신(四祖道信)은 염불을 통한 선수행의 이치를 <문수설 반야경>의 일행삼매(一行三昧)에 의거 전개하고 있다. 경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행삼매에 들어가려고 하는 자는 마음을 한 부처에 집중하여 오로지 한 마음으로 그 명호를 칭송하고 생각과 생각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면 그 생각 속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여러 부처님들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하여 부처님과 가르침을 생각하여 분별하는 일이 없게 되면 모두 유일한 진리에 올라타고 궁극의 정각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도신의 법을 이은 5조 홍인(五祖弘忍)은 그의 저술<최상승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처음으로 좌선을 배우는 사람은 <관무량수경>에 의거하는 것이 좋다. 눈을 감고 단정히 앉아 하나의 태양에 대한 생각을 만든다. 자기의 진실한 마음을 지켜 흘러가는 의식에 마음을 머무는 일 없이 호흡을 잘 조절하여야 한다.” 태양에 대한 생각은 관무량수경의 16관법 중 첫 번째인 일상관(日想觀)을 이야기한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황혼녘의 태양을 연상하여 서방극락고 아미타불의 모습을 생각하는 것을 자기의 진실한 마음을 지키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선정쌍수집요(禪淨雙修集要)에서 육조혜능(六祖慧能)은 “한 마디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는 것이 만세의 괴로움을 벗어나는 뛰어난 길이요, 부처를 이루고 조사가 되는 원인이 된다. 오직 아미타불 지니고 다른 생각 없으면 손가락 튕길 사이도 없이 서방극락 가리라”고 하였다. 오조 홍인의 10대 제자중 한분인 법지(法持)는 남산염불문선종(南山念佛門禪宗)을 세워 염불선의 종풍을 선양하였다.
3. 무상대사의 염불선
염불선의 입장을 고찰할 때 크게 주목되는 분은 무상(無想: 684~762)대사이다. 그는 신라 성덕왕(聖德王)의 셋째 왕자로 출가하여 중국선종사상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의 뛰어난 행적과 전기는 <송고승전>과 규봉종밀의 <원각경 대소초>에 전해지는데 금세기초 돈황에서 발견된 초기 선종사의 소중한 기록인 <역대법보기>의 출현으로 무상대사의 위치가 더욱 빛나게 되었다.
그의 법맥은 오조 홍인의 법을 계승한 지선(智詵)→처적(處寂)→무상(無相)→무주(無住)로 이어진다. 그는 선사이면서도 신통과 이적이 많아 송고승전에 신승(神僧)으로 분류하여 감통 편에 수록되어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한 번 좌선에 들면 5일간 삼매에 든 일, 호랑이를 타고 다닌 일, 성도(成都)의 현령이 대사의 도력을 시기하고 의심하여 20명의 사람을 시켜 그를 잡아 오도록 하였을 때 대사 앞으로 다가가자 그들은 모두 가슴이 떨리고 정신이 몽롱해 졌다. 그때 큰 바람이 몰아치면서 모래며 자갈이 관청 안으로 몰아쳤다. 현령이 이마를 땅에 대고 엎드려 사죄하니 그때사 바람이 잤다. 성도 현령은 그후 정중사와 대자사 등을 짓고 지극한 불자가 되었다.
무상대사는 속성인 김(金)씨를 따서 김화상이라고도 불렀는데 중국 지장보살의 성지인 구화산(九華山)의 육신보살 김지장과 동일인이라는 학설도 제기되고 있다. 또 규봉종밀의 <원각경대초소>에 의하면 마조도일(馬祖道一)은 원래 무상대사의 제자라고 한다. 그러나 마조 입적 후, 그의 제자들에 의해서 무상이 신라인이라는 이유로 마조의 비석을 세우면서 스승을 남악회양으로 변조하였다고 한다.
무상대사가 활동하던 성도, 혜의정사(慧義精舍)의 사성영당(四聖影堂)에는 무상, 무주, 마조, 서당의 순으로 최초에 무상의 진영을 안치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중국선종에서 그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무상의 명성은 그 당시 고국 신라에까지 널리 알려져 신라의 구법승들은 육조탑과 무상영당은 꼭 참배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티벳트에 최초로 선법이 전래된 것은 북종선계통의 마하연(摩訶衍)으로 알려져 왔으나 그 이전 무상대사에 의해 선법이 티벳트에 전래된 사실이 돈황본 자료인 역사서<바세>에 기록되어 있다.
무상대사의 선사상의 특색은 삼구법문(三句法門 )으로 무억, 무념, 막망(無憶, 無念, 莫妄)이 그것이다. 무억은 과거를 생각하지 않음이요, 무념은 현재를 생각하지 않음이고 막망은 망년되게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는 것이다. 여기에 계․정․혜 삼학이 구족하다고 하였으며 달마 이래 전해온 선법이라 주장하였다. 무상의 삼구법문은 중국조사선의 무심종지를 확립하였다.
그는 정중종(淨衆宗)을 창시하여 염불을 통하여 무념에 이르는 염불선으로 큰 교화를 떨쳤다. 앞으로 무상대사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보다 광범위하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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