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日會報
서기 1989년 10월 1일 제 106호
염불선①
염불하는 그 마음이 부처님의 마음
玄藏/ 송광사 스님
1. 자기관리 하는 일
얼마 전 태안사를 찾아온 학생들과 나눈 대화 한 토막이 생각난다.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입니까?” 한참 생각하던 한 학생이 대답하였다.
“제 자신 관리하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모두 공감하는 눈빛이었다. 학생의 답변에 나는 세 가지로 요약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첫째, 자기관리를 위해서는 자기가 먹는 음식의 양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활동량에 비해 음식섭취가 많아 남는 에너지가 자기 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영양과잉 상태에서 우리의 이식은 내면보다 밖을 향하기 때문이다.
둘째, 자기 생활의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질서가 없으면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움직이기 쉽다. 자기 방과 주변을 늘 청결히 하고 정돈하는 습관을 기른다. 자기 환경은 자기 마음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셋째, 자기 마음의 속성과 변화를 바로 알아야 자기 자신을 효과적으로 콘트롤하고 다스릴 수 있다. 먼저 자기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 등을 객관적으로 항상 관찰하여 흐트러지지 않도록 자기가 자기를 지켜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성격은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서 향상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가고 난 뒤에 그 학생의 답변을 곰곰 생각해 보았다. 그 고1 학생의 고민은 바로 모든 사람의 고민이요, 인간 삶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다른 사람을 다스리기는 쉬워도 자기 자신을 다스리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현대인들은 하늘에 있는 달과 별들의 형태와 변화는 관찰하면서도 자기 마음의 세계에는 캄캄하다.
사실 자기 관리를 바로 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현인의 삶이요, 성자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성자들의 가르침 또한 자기 마음의 성품을 바로 보아 마음의 주인이 되라는 것이다. 마음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생명의 참모습을 자각해야 한다.
2. 생명의 참모습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장례의식으로 49재를 지낸다.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 천도법문을 해주는 의식인데 그 의식 중에 다음 같은 염불 구절이 있다. 이 내용은 우리 마음의 근본과 생명의 참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법문이다.
나무다보여래(南無多寶如來)
영가(靈駕)시여!
이제까지 애써 모은 재물과 재산에 대한 집착을 버리시고 본래 갖추어진 풍성한 보새로 큰 행복을 누리십시오.
나무묘색신여래(南無妙色身如來)
영가(靈駕)시여!
육신의 몸은 병들고 늙어서 결국 죽고야 마는 허깨비입니다. 신령스러운 광명의 몸 진여자성을 바로 보시고 육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십시오.
나무광박신여래(南無廣博身如來)
영가(靈駕)시여!
이제 허깨비 같은 육신의 몸을 벗어 버렸으니 허공과 같은 걸림 없는 자유의 몸을 얻은 것입니다.
나무리포외여래(南無離怖畏如來)
영가(靈駕)시여!
이제 두려워 할 게 없습니다. 근심걱정 불안공포 모두 떠나서 열반의 기쁨을 누리십시오.
나무감로왕여래(南無甘露王如來)
모든 영가(靈駕)시여!
이제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하는 몸뚱이 일을 모두 잊어버리고 지금 넘쳐나는 생명의 감로수로 영생(永生)의 대 안락을 얻으십시오.
위 내용은 이 세상을 하직하고 떠나가는 영혼들에게만 일러주는 법문이기에 앞서 얽매임 없이 살아가고 싶은 우리 모두가 가슴깊이 새겨야 할 골수법문이다.
3. 마음의 평화를 얻는 일
모든 부처님과 깨달은 성자들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자기 안에 본래 있는 보배를 스스로 보도록’ 하는 것이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은 항상 고향을 그리워하듯이 모든 사람들은 행복과 자유를 그리워한다. 그것은 큰 행복과 죽음조차 본래 없는 대자유야말로 모든 중생들의 본래 고향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부처님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스스로 인간고뇌에서 벗어나 대안락에 이르셨고 그 길을 낱낱이 밝혀주셨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다양한 성품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이익과 행복에 이르는 문을 열어 주셨다. 감각적인 욕망이 치성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육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도록 부정관(不淨觀)을, 생각이 많고 번뇌가 많은 사람을 위해서는 호흡에 의식을 집중하는 수식관(數息觀)을, 성냄이 많은 사람에게는 자비관(慈悲觀)을,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인연관(因緣觀)을, 감성적인 사람에게는 부처님을 그리워하는 염불관(念佛觀)을 수행하여 집착과 번뇌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얻도록 하였다.
우리나라에 전해지는 여러 가지 수행법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염불과 참선이다.
찬란한 불교문화의 꽃을 피운 우리나라의 불교가 오늘날 사회적으로 외면당하고 쇠퇴한 근본원인도 바른 수행으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다. “절 집안에 북강쇠 염불소리가 끊어지면서 쌈박질이 시작됐다.”는 노스님들의 말씀이 있다. 바른 수행을 통해서 계율과 교법이 되살아나고 바른 수행을 통해서 잔잔한 삶의 기쁨과 법의 기쁨이 확산되어야 한다.
태양의 밝음도 한 밤의 어둠은 밝히지 못하듯이 부처님의 지혜광명도 불자들의 정진에 의지하여 구석진 곳까지 비춰지는 것이다. 불법의 진리는 경전 속에 묻혀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꽃피어나야 한다. 영가법문에서 다섯 부처님의 명호가 나오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들 참 성품의 무한공덕을 부처님의 명호를 빌어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염불을 할 적에 입으로만 하거나 마음 밖의 부처를 향해 기도하는 것을 칭명염불(稱名念佛)이라고 한다. 그러나 생명의 참모습을 자각하고 실상자리를 여의지 않고 염불삼매에 이르는 것을 실상염불(實相念佛), 또는 염불선(念佛禪)이라고 한다. 어떤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세상살이가 있는 것이다.
우리 중생의 눈으로는 차별세계 밖에 보지 못한다. 부처님께서 모든 이치를 환하게 밝혀 놓으셨으니 우리는 부처님의 깨달음에 의지하여 닦아 나가면 되는 것이다. “중생의 마음이 부처의 마음과 조금도 차별이 없다.”고 하셨으니 그 이치를 믿는 마음으로 염불하는 것이다. 염불하는 그 마음이 부처님의 마음이요 염불하는 그 마음으로 부처를 이룬 다는 것, 그 이치를 4조 도신대사는 이렇게 노래했다.
염불중에 있을 때가 부처님의 마음이요 망념 중에 있을 때가 범부중생 마음이네
⦗念佛心是佛 妄念是凡⦘ -四祖道信-
4. 부처님께 바쳐라.
미국에서 모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가 사람들의 근심걱정의 내용들을 조사해서 분류해 놓은 것이 있다. 거기에 보면 40%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다. 30%는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고 20%는 자기 일이 아닌 남의 일이라는 것이다. 나머지 10%는 병과 건강문제인데 아직 생기지도 않은 병을 걱정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의 속성만 바로 통찰해도 우리는 자아(自我)의 무거운 짐을 벗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밖에서 들어온 것은 자기 보배가 될 수 없다.” 이것은 재산과 명예, 지식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의 마음 속에 있는 온갖 궁리, 근심걱정 등을 말한다. 근심 걱정의 내용들을 하나하나 잘 살펴보면 내 안에 본래부터 있던 것은 하나도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자기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도둑이 된다.
염불할 때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모든 생각들을 부처님께 바쳐 버리면 된다. 그곳에 기쁨과 행복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염불수행의 근본이다.
우리가 108염주를 돌리며 염불을 할 적에 다른 생각이 들어오면 바로 알아 차려야 된다. ‘지나간 일, 오지 않은 일, 고마운 생각, 미운 생각, 감각적인 느낌 등’ 생각의 내용들을 바로 알아차리면 망상은 사라지고 다시 염불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렇듯 자기 것이 아닌 것은 부처님께 다 바쳐버리면 부처님이 우리를 보호해 주고 우리의 참 성품이 보호를 받게 된다.
맑게 흐르는 시냇물에서 빨래를 하면 탁한 물이 한참 흐르다가 시냇물의 자정(自淨)작용에 의해 다시 맑은 물이 되살아나듯이 산란한 마음에 염불을 오래하면 우리의 몸과 마음에 고요와 기쁨이 샘솟게 된다. 그것은 번뇌 망상으로 시달리던 참 성품이 보호받아 깨어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고 불교 안에도 여러 가지 수행법이 제시되어 있지만 염불수행만큼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보편적인 신앙은 찾아보기 어렵다.
염불수행만으로도 자기 마음을 정복하여 자기관리를 할 수 있다. 염불수행만으로도 삶의 온갖 속박과 구속에서 벗어나 참된 기쁨과 삶의 행복을 누릴 수가 있을 것이다.
다음은 염불과 참선을 함께 닦는 염불선(念佛禪)에 대해서 알아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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