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귀(三歸)와 오계(五戒)와 십선(十善)은 집에 있으면서 부처님을 믿는 제가불자들이 지켜야할 계율이다.
삼귀는 삼귀의(三歸依)를 말한다. 첫째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둘째는 불법(佛法: 가르침)에 귀의하며, 셋째는 불법을 수행하는 스님들께 귀의한다. 귀의란 귀착(歸着)하여 의탁(依託)한다는 뜻이다. 돌아가 의지하며 구원을 청하는 것이다. 일단 부처님께 귀의하면 부처님을 스승으로 모시는 것이므로 오늘부터 이 목숨이 다하도록 천마(天魔)나 외도(外道)나 삿된 귀신(邪鬼)에게 귀의해서는 안 된다. 즉 이교도(異敎徒)에 귀의해서는 안 된다.
오계는 다섯 가지의 계율이다. 첫째 산목숨을 죽이지 아니하고, 둘째 도둑질하지 아니하며, 셋째 배우자 아닌 이와 간음하지 아니하고, 넷째 거짓말하지 아니하며, 다섯째 술 마시지 아니하는 다섯 가지의 계율이다.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 싫어하는 것은 목숨이 있는 것이면 다 똑같다. ‘내가 살고 싶은데 다른 목숨 있는 것은 어찌 죽기를 원하겠는가?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떻게 생명 있는 것을 죽일 수 있겠는가?’ 일체 중생이 오래도록 육도(六道)를 윤회하면서 서로 부모 자식이 되어왔다. 그리고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불성이 있다. 미래 세상에는 그들도 부처가 될 것인데 어찌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생각하면 살생하지 않게 된다.
도둑질하지 않는 것은 얻음을 보고서 의로운지 생각하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주지 않으면 갖지 않는다.’ 는 것이다. 이 계율을 상세히 따지자면 공물(公物)을 사적인 데 쓰거나 남한테 각박하게 굴어 자기 이익을 취하거나 나라의 세금을 포탈하거나 세력과 지위를 이용하여 재물을 모으거나 급한 재난을 당할 때 재빨리 구원하지 않아서 남의 목숨과 건강을 위협하거나 겨우 책임만 모면할 정도로 일하는 시늉만 내어 남의 재산에 손해를 끼치거나 하는 등은 남의 재물을 필요이상으로 축내는 것이라 모두 도둑질이나 다름이 없다.
배우자 아닌 이와 간음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기 아내나 남편 이외의 사람과 정을 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니, 자기 배우자끼리도 지나치게 탐닉하면 또한 삿된 음행[邪淫]이 되어 죄가 된다.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말이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보았는데도 안 보았다고 하거나 안 보았는데도 보았다고 하거나 있는데도 없다고 하거나 없는데도 있다고 하는 것 따위와 같다. 속마음과 겉말이 서로 맞지 않고 남을 속이려는 말이면 모두 거짓말이 된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은 술이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지혜종자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 정신이 혼침하거나 광란해져서 못된 짓을 함부로 하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신 것이다.
⟪바사론(婆娑論)⟫에는 이런 얘기가 있다.
옛날 한 우바새(優婆塞: 불교를 신봉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품성이 어질고 오계를 잘 받아 지니면서 범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멀리 여행을 갔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집에는 사람이 없고 목이 무척 말랐다. 그릇 안에 있던 술을 물로 잘못 알고 많이 마셨다. 그래서 ‘술 마시지 말라[不飮酒]’는 계율을 범하고 말았다. 그런데 마침 그때 이웃집 닭 한 마리가 모이를 주워 먹으면서 그의 집으로 들어왔다. 술김에 그는 몰래 그 닭을 잡아먹어 버렸다. 그래서 그는 다시 ‘도둑질하지 말라[不偸盜]’는 계율과 ‘산목숨을 죽이지 말라[不殺生]’는 계율을 범하고 말았다. 그때 또 이웃집 닭 주인이 닭을 찾아 들어오자, 그 여인을 붙잡아 겁탈을 하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간음하지 말라[不邪淫]’는 계율까지 범하였다. 강간을 당한 여인의 고소로 관청에 불려가서는 바른대로 진술하지 않고 부인하면서 거짓말을 하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거짓말하지 말라[不妄語]’는 계율까지 범하였다. 그래서 그는 술을 먹은 탓으로 이제까지 잘 지켰던 오계를 한꺼번에 다 범해 버리고 말았다. 이 때문에 부처님은 술을 마시지 말라는 계율을 말씀하신 것이다.
십선은 첫째 산목숨을 죽이지 않고, 둘째 도둑질하지 않으며, 셋째 삿된 음행을 하지 않고, 넷째 거짓말하지 않으며, 다섯째 음란한 말을 하지 않고, 여섯째 이간질하지 않으며, 일곱째 험악한 말을 하지 않고, 여덟째 간탐을 부리지 않으며, 아홉째 성을 내지 않고, 열째 삿된 소견을 가지지 않는다는 이 열 가지의 착한 행위이다.
이 가운데 처음의 세 가지는 몸으로 짓는 행위[身業]요, 그 다음의 네 가지는 입으로 짓는 행위[口業]이며, 마지막의 세 가지는 뜻으로 짓는 행위[意業]이다.
첫째의 산목숨을 죽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넷째의 거짓말하지 않는 것까지는 오계에서 이미 설명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고 나머지만 간단하게 해설하면, 음란한 말[綺語]이란 쓸데없이 달콤한 말로 음욕에 관한 말을 지껄이거나 남에게 삿된 소견을 불러일으키는 말이요, 이간질하는 말[兩舌]이란 이 사람에겐 이렇게 말하고 저 사람에겐 저렇게 말하여 두 말로 서로의 좋은 사이를 떨어지게 하는 말이며, 험악한 말[惡口]이란 말이 거칠고 험악하여 남의 마음을 찌르는 말이다.
간탐을 부린다 함은 인색하고 탐욕심을 내는 것이니, 자기 재물은 남에게 베풀지 않으려고 아끼기만 하는 것이 인색이고 남의 재물을 자기 소유로 차지하려는 것이 탐욕이다. 성을 낸다 함은 흥분하여 노여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며 곧 화를 내는 것이다. 삿된 소견이란 인과응보의 법칙을 믿지 않고 원인도 없고 결과라는 것도 없으며 전생도 후생도 없는 것이라면서 성인의 말씀을 모독하고 불경을 비방하는 것 등의 잘못된 소견이다.
이 열 가지를 범하지 않고 잘 지키면 십선(十善)이 되고, 지키지 않고 범하면 십악(十惡)이 된다.
이 삼귀 ∙ 오계 ∙ 십선은 주로 재가불자들이 지키는 계율이다. 출불자인 스님들이 지키는 계는 사미계, 비구계 등 참으로 지키기 어려운 많은 계율들이 있으나 여기서는 논의로 하고 불음주(不飮酒)에 대한 짤막한 설화 한 토막을 들어본다.
중국의 송나라 소흥(紹興)때 회음 땅에 어떤 사람이 딸이 죽고 한식이 지나도록 천도하지 못함을 찬탄하여 그의 어머니가 머리카락을 잘라 판 돈 6백 냥으로 법사를 청하여 불사를 지으려 하였다. 때마침 스님 다섯 분이 문 앞을 지나가므로 맞아들여 불사를 청하였더니, 그 가운데 한 스님이 허락하고 ⟪금강명경(金剛明經)⟫을 외워 회향하고 떠나가다가 길에서 먼저 간 네 분을 만나 술집에 들어갔다.
별안간 문 밖에서 소리 내어 부르기를 “경 읽은 스님은 술을 마시지 마십시오” 하였다. 스님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저는 스님이 금강명경을 독송해 주신 집 딸로 오랫동안 어두운 곳에 빠졌다가 법사의 독경한 공덕으로 죄업을 벗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법사께서 만약 술을 먹어 재계를 파하면 나는 영영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하곤 어디론가 가 버렸다. 그 스님들은 이 말을 듣고 마침내 계행을 잘 지니고 수행하여 도를 크게 이루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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