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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수행자료/남호 송성수님의 100일 염불수행

29일 서쪽을 향하여 앉다

 


아미타 부처님을 염하는 사람은 아미타 부처님이 계시는 서방정토를 그리면서 염불을 해야 한다. 아미타 부처님이 계시는 서방정토를 향하여 염불하는 것은 보다 간절한 마음을 내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방극락세계에 아미타 부처님이 계시므로 몸을 서쪽으로 향하여 예배하면서 공경하며 염불하면 그 마음이 더욱 간절하고 진실해질 것이다.


⟪무량수경⟫에서 부처님이 아난에게 “법장보살은 이미 성불하여 지금 서쪽에 계시는데, 그 나라는 여기서 십 만억 국토를 지나서 있고 그 부처님의 세계를 안락(安樂: 極樂)이라 하느니라.”고 말씀하셨으며, ⟪아미타경⟫에서는 부처님께서 장로 사리불에게 “여기서 서쪽으로 십 만억 불국토를 지나서 한 세계가 있는데 그 이름을 극락이라 하느니라. 거기에 부처님이 계시는데 그 명호를 아미타불이라 하며 지금 현재도 그 극락세계에서 설법하고 계시느니라.”고 하셨으며, ⟪관무량수경⟫에서는 위제희 부인이 부처님께 아뢰기를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에 다른 모든 중생들이 어떻게 해야 아미타불이 계시는 극락세계를 볼 수 있겠나이까?” 라고 하자, 부처님께서 그 볼 수 있는 방법으로 16관(觀)인 첫 번째의 일상관(日想觀)을 말씀하시면서 “부인이여, 그대와 중생들은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을 한 곳에 집중하여 서방을 생각하시오. 그리고 서쪽을 향하여 단정히 앉아서 해를 똑똑히 보도록 하시오.”라고 하시어 모두 서방에 극락세계가 있고 아미타불께서 현재 거기서 설법하고 계신다고 하셨으므로, 아미타불을 염하며 서방극락세계에 왕생하고자 하는 이는 서쪽을 향하여 염불해야 할 것이다.


예로부터 서쪽을 향하여 염불하고 서쪽을 향해서는 다리를 뻗지 않는다는 것 등이 이 때문이다. 사료간(四料簡)을 말씀하신 영명연수(永明延壽)선사가 앉을 때는 언제 어디서나 서쪽을 향하여 앉고 누워도 서쪽을 향하여 눕고 앞으로 걸어갈 때도 얼굴은 서쪽을 바라보고 걸었다는 일화들이 있다. 선사가 영명사에 계실 때는 스님의 덕행과 공부와 신심이 놀라웠던 까닭에 언제나 대중이 몇 천 명이었고 제자들만도 1백 명이 들끓었다는 것이다.


스님은 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기 위해서는 당신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루 종일 예불하고 독경하고 동시에 제자들에게도 그와 같이 시켜서 잠시도 노는 틈을 주지 않았다.


제자들 가운데에 서은(西隱)이 있었다. 그는 처음 왔을 때는 연수 스님의 가르침을 고분고분 잘 받고 대중의 규칙도 잘 지켰다. 그런데 차츰 반발심을 일으키고 연수스님의 하는 일이 모두 허식이요 위선적이라며, 참선을 하다가 타락한 스님이라 비방하고 제멋대로 하면서 대중의 규칙도 지키지 않았다. 유나 스님이나 입승스님이 몇 번이나 서은을 불러서 타일러도 듣지 않고 대중까지 분열시키고 서로 싸우게 하였다. 그래서 고요하던 대중까지 불안하게 만들어 모든 이들이 골치를 앓고 있었다. 총림규칙에 의하여 이런 경우 쫓아내면 그만인데, 대중이 서은의 허물을 들어 방장 화상인 연수 스님에게 고하면 “그러한 악인을 우리가 선도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그럴수록 가르쳐 보고 타일러 보게. 소와 말도 가르쳐서 부리고 곰도 재주를 가르쳐서 재주를 피우게 하는데, 사람이야 그보다는 나을 것 아닌가?” 하고, 번번이 허락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그대로 두고 볼 수밖에 없었으나 그의 만행은 갈수록 더하여 대중까지 살 수 없게 되었다. 대중은 서은을 쫓아내자고 결의를 하고 연수 선사에게 결재를 구하였다.


연수선사는 서은을 불러 말하였다.

“내가 부덕하여 자네 하나를 올바로 인도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물러가게 하니 가슴 아픈 일일세. 그러나 대중의 결의가 그러하니 어쩌겠나? 그러니 나보다 더 높은 덕망과 수행이 놀라운 선지식 스님을 찾아가 보게. 만일 나만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거든 다시 찾아오게. 대중이 허락만 하면 같이 있도록 하세. 그리 알고 자네는 오늘부터 내 곁을 떠나가게.”


연수선사는 이와 같이 부드러운 말로 퇴거 명령을 내리자, 서은도 하는 수 없이 영명사를 떠났다. 여러 곳의 총림을 찾아다니면서 이름난 선지식을 찾아보았으나 연수 선사와 같은 선지식은 만나 볼 수 없었다. 그들에게 비하면 연수 선사는 생불이었다. 막상 선사를 모시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제는 날이 갈수록 선사가 그리워졌다. 그리하여 회한의 눈물을 비 오듯 흘리면서 참회하였다. 그리고 그는 전단향 나무를 구하여 연수스님의 목상(木像)을 조각하여 그것을 바랑에 넣어 걸머지고 다니면서 때를 맞추어 예배도 하고 공양도 올리곤 하였다.


그런데 길을 가다가 전부터 서은의 존경을 받던 도반인 지선(智善)이라는 스님을 만났다. 서로 그 동안 지난 일을 주고받으면서 얘기를 하다 날이 저물었으므로 같이 자게 되었다. 그런데 서은은 바랑 속에서 무슨 목상을 하나 꺼내 놓고 예배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누구요?” 하고 물었더니, 연수스님이라는 것이었다. 서은은 지나간 경과와 추억을 말하며 영명사에서 나온 뒤로는 아주 개심을 하고 연수 스님을 잊을 수 없어서 조각을 하여 모시고 다니면서 참회하고 예배하고 공양을 올린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들은 지선은 크게 감격하여 말했다.

“지금이라도 다시 스님 회상으로 돌아갑시다.”

염치가 없어서 갈 수 없다는 그를 자기가 스님에게 잘 말씀드리겠다며 서은을 데리고 영명사로 돌아와서 연수 스님에게 그 동안의 일들을 이야기 하고 아주 개심하였으니 다시 있게 해 달라고 애원하였다.

선사도 감심하신 듯이 말했다.

“그렇다면 내 목상을 내놓아 보아라.”

서은은 기뻐하면서 목상을 꺼내 올렸다.

“아, 꼭 나를 닮았다. 기술면으로 보아서는 나무랄 데가 없으나 이것만으로는 신용할 수가 없네. 나는 자네가 알다시피 누워도 서쪽으로 눕고 앉아도 서쪽으로 향하여 앉고 걸으면서도 서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이 목상이 참으로 나를 위하여 조각한 것이라면 나와 같이 동향으로 앉혀도 서쪽으로 돌아앉고 남향을 향해 앉혀도 서쪽으로 돌아앉아야 과연 나를 위한 목상이라 할 것이니 어디 한 번 시험을 해보게나.”


스님의 이 말씀을 듣고 지선이나 서은은 청천벽력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속으로 축원하면서 조심조심 목상을 동쪽을 향하여 앉혔다. 그랬더니 목상은 껑충 뛰며 서쪽을 향하여 앉았다. 그리하여 남향으로 앉히고 북향으로 앉혀 보아도 역시 서쪽으로 돌아앉았다.


지선과 서은은 그것을 보고 등골에 땀이 흘렀다.

영명스님은 “목상이 돌아앉는 것을 보니 서은은 개심한 것이 분명하도다.” 하고 입승과 원주를 불러 “우리 대중에 이렇게 할 수 있는 이가 또 있겠는가? 사람은 한 때 나쁜 일을 했더라도 개심만 하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니 이 사람을 다시 대중에 들게 하라.” 고 훈시하였다.


서은은 그 뒤부터 대중의 모범이 되어 후일에는 연수 스님의 대를 이어 크게 불법을 선양하였다.


                               -⟪중국고승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