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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수행자료/남호 송성수님의 100일 염불수행

책을 내면서

 

 



돌이켜보건대 약관 전 (1950년)에 생사대사를 결단한답시고 해인사 총림 선방에서 한 철 지난 뒤에 생각하기를 ‘아직 나이가 어리므로 지금부터 참선 공부를 시작하는 것보다 우선 경전이나 글공부를 한 뒤에 참선 길로 들어서는 것이 낫겠다.’고 하고 잠시 화두를 접어 둔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0여 성상의 세월이 속절없이 흘러버렸다.


 군(軍) 생활에 허비하고 오욕을 동경(憧憬)하여 번둥거리기도 했으며, 다시 부처님시하로 들어와 역경사업에 종사하는 등, 자기 자신의 마음공부는 하지 않고 그 동안 남의 일에 고용되어 남의 재산만 관리하며 이렁저렁 다 넘겼다. 이제 늦게나마 제 정신으로 돌아와 나 자신의 공부를 해보려 하니 섣달그믐(죽을 날)이 지척에 다가와 있고 염라노자와 대면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몸은 망그러져 부서진 수레라 잘 나가지도 않고[破車不行] 활력 넘친 젊은 날도 다 지난지라 수행한다는 것이 몹시 힘들어졌다.[老人不修] 그러나 이 목숨이 다하기까지는 생사윤회를 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되겠기에 이리저리 다니며 힘을 써 보기는 하였으나 마장(魔障)만이 많고 뜻은 관철하지 못하면 서 또 5~6개 성상을 훌쩍 넘겨 버렸다.

 

 그러다가 마침 강원도 홍천 땅 홍천강가에 빈집이 있기에 몇 개월 빌려 거기서 이번만은 반드시 끝마치겠다고 결연한 의지로 임해 보았으나 역시 여의치도 않고 번뇌만 더 하였으므로 아무리 해도 금생에는 앉아만 지내면서 성불할 그릇이 되지 못할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이젠 쓸모없는 일생을 마칠 것 같아 혼자 비통해하며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스스로 한탄하다가 불현듯 ‘참선 아니면 염불을 하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떠올라서 이제부터 우선 ‘업장부터 녹여야겠구나.’ 하고 ‘아미타불’의 명호를 백만 번 부르기로 마음먹고 나무아미타불의 염불을 시작하였다. 염불을 시작한지 반달쯤 지나자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염불의 묘미에 법열(法悅)이 생기고 마음도 안정되었다.

 

 경전에서 ‘이 말세에는 아미타불 염불의 법 한 문밖에 없다’고 하셨는데 과연 그렇구나하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백만 번을 다 채운 뒤에 이제부터는 참선보다 염불을 겸하여 닦으면서 이 생(生)을 마치려고 마음을 돌렸다.

 이젠 나 혼자만이 아니라 이생을 마치는 날까지 인연되는 이들에게 염불도 권하며 살고 싶어졌다. 그러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생각하다가 무엇보다 나의 신심부터 다지고 남들에게도 권하면서 혼자든 여러 사람이든 간에 염불수행을 하되 백일 동안의 기일을 정하여 염불할 것을 가정(假定)하여 백일로 정하면서 그 백일 동안 하루하루의 염불에 신심을 더욱 북돋아 줄 수 있는 읽을거리가 있었으면 하는 뜻에서 백 개의 글제를 설정하였고 이를 책으로 내면서 이름을 ‘100일 염불수행’이라 붙였다.


 염불수행의 기일을 정하는 것은 염불을 잘하는 이도 때로는 방일하여 중도에 그만두거나 흐지부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기일을 정하면 적어도 그 기간 동안만은 끊이지 않고 계속 하기가 훨씬 쉽다.

 경에서는 <무량수경>이 일생동안의 염불수행을 권하였고, <아미타경>이 1일 부터 7일의 수행을 설하였으며, <관무량수경>이 일념(一念)도 왕생할 수 있다하여 그 설이 일정치는 않다. 천태대사가 90일 동안의 기일을 정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백일로 정하기로 하였다.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그 기일을 만일, 천일, 백일, 49일, 21일, 7일, 3일, 1일로 정하여 많이 시행하고 있다. 만일이면 27년하고 다섯 달이요, 천일이면 2년하고 아홉 달이며, 백일이면 석 달하고 열흘이다. 그 중에서도 백일이면 길지도 짧지도 않다. 알맞은 기한이라 여기며, 그리 길지도 않은 기간에 자주 회향하여 마치고 새로 입제하면 언제나 새로운 날이 될 것 같아 백일로 정한 것이다.

 

 수행자 중에는 정토교(淨土敎)에 대해 잘 아는 이도 있겠지만 나와 같이 잘 모르고 무관심했다가 처음 염불을 시작하는 이도 있을 것이므로 경전이나 논에서의 말씀과 또 정토를 찬탄한 스님들의 말씀이며, 그리고 정토수행인들의 왕생 영험담 등을 다시금 보고 듣고 하게 되면 이제까지의 신심이 한층 더 돈독해질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염불을 하면서 틈틈이 이 책을 써 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백 개의 글제(百題)는 알기 쉽고 간략하게 짤막짤막 적어 보았다. 이 글은 정토교의 지식을 취득하게 하기위한 것이 아니고 신심을 북돋아 주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날짜를 명시하기는 했어도 대충 처음 부분은 정토교에서의 교학상의 문제들을, 중간 부분은 정토교의 법문에 관계있는 성현들을, 마지막 부분은 정토수행자들의 영험담을 정토 경론과 정토서에서 뽑아 엮었으므로 반드시 차례에 얽매일 것은 없다. 하루에 어느 글제이든 하루 한 글제씩만 염불 또는 참선 수행하는 여가에 시간 나는 대로 읽고 또 음미하면 될 것이다.

 

 또한 전 수행기일을 회향하여 마치고 다시 입제할 적에도 먼저와 마찬가지로 이 백 개의 글제에서 일일일제(一日一題)씩 되풀이 하여 읽기를 권한다. 그러면 모르는 결에 이 글의 내용이 다시금 새로워지고 친근해지면서 마침내는 나 자신의 지식이 되고 나의 몸에 동화 되면서 나의 건전한 정신으로 변하고 나의 올바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어 염불수행에 큰 이익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바라는 것은 ‘100일 염불수행’을 읽고 음미함으로써 참선만 하던 이는 염불을 겸하여 같이 수행하게 되고, 염불만 수행하는 이도 본래의 신심이 조금이라도 더하게 되어 다 같이 서방극락정토에 반드시 왕생하여 불퇴전(不退轉)의 지위에 올라 함께 성불하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한다.


  원컨대 이 공덕이             願以此功德

  온갖 것에 두루 미치어        普及於一切

  우리들과 일체 중생이         我等與衆生

  장차 극락세계에 나서         當生極樂國

  같이 아미타불을 친견하옵고   同見無量壽

  다 함께 성불하여지이다.      皆共成佛道

 


   나무아미타불

                                2008년 4월 30일

                               남호 송 성수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