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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광전스님의 염불선 이야기

염불선이야기36-연기(緣起)적 역사관

염불선이야기36-연기(緣起)적 역사관


어제는 오늘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역사(歷史)는 끝없이 반복되고 어제의 역사가 오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옛일 속에서 오늘의 해법이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또 거꾸로 오늘의 현상을 잘 살펴보면 그 옛날 역사책에서 발견하지 못한 행간(行間)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떤 왕조(王朝)가 들어서든지 그 왕조가 안정기에 들어설 무렵 먼저 실행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자신들의 관점으로 역사를 조명하고 저술하는 일이다. 자신만의 사관(史觀)으로 역사를 저술하는 목적은 왕조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국가를 통치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절집 또한 사람이 사는 세상인지라 세속의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불교사(佛敎史)를 살펴보면 각기 그 종파나 집단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선가(禪家)에서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생각하는 마하가섭에서 육조혜능까지의 33조사(卅三祖師)설이 그렇고, 법을 전하는 상징으로 가사(袈裟)를 전했다는 전의설(傳衣說) 또한 그렇고, 각 계파마다 사자전승(獅子傳承)의 이야기를 자기의 계파에 유리하게 끌어다 붙여 경쟁적으로 선종사서(禪宗史書)를 저술한 것도 마찬가지다.


학계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33 조사설은 801년 저술된 <보림전(寶林傳)>에 처음으로 등장하고, 가사 전의설 또한 하택신회(670~762)의 창작으로 인정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33 조사설이나 가사전의설이 가치가 없다거나 모두가 날조된 사실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역사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주변 상황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진화되고 변화해가기 때문에 과거의 역사에 대한 오해나 편견이 지금 현재 우리의 불교에 투영되어 영향을 미치고, 또 편견과 오해에서 비롯된 오늘의 불교가 또 다시 내일의 불교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신중한 태도로 역사적 기록을 살필 필요가 있다.


우리가 불교사를 살펴 볼 때 흔히 관심을 두는 분야가 ‘역사적 진실’인가에 대한 부분과 ‘정통성’에 관한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은 ‘왜 무엇 때문에 그런 역사적 진실이 생겨났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33 조사설이나 가사전법설이 역사적 사실인지에 대한 고찰도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어떤 필요성 때문에 그런 전통이 생겼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고, 만약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면 그들이 무슨 이유로 그런 역사를 만들어 냈는지에 대한 고찰이 더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역사는 끝없이 변화하며 진화해나가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또한 그 자신이 주변에 영향을 끼쳐 역사적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진화해 나가기 때문이다.


종교도 인류 문화역사의 범주에 속한다. 그러기에 때론 진실이 아닌 것도 진실처럼 호도되기도 하고, 진실도 필요에 따라 묵살되기도 한다. 모든 것은 홀로 존재하지 못하고 연기(緣起)한다. 고로 주변을 살펴야만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