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타행자의 편지/광전스님의 염불선 이야기

염불선이야기38-출가자(出家者)의 길

염불선이야기38-출가자(出家者)의 길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 여름을 뒤로하고 추석이 지나니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머지않아 은행잎은 노랗게 물들어가고 시골 길가엔 코스모스도 흐드러지게 피어 가을이 한창임을 알릴 것이다. 추석명절을 맞아 우리 인구의 절반가량이 고향을 찾아 떠나는 바람에 온 나라가 교통 혼잡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런 세속의 번잡함과는 달리 절집의 추석은 한가하다 못해 고즈넉하기까지 하다. 도심에 있는 절이 아니면 차례를 모시러 오는 이들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설날 같으면 부처님과 스님들께 세배하러 절에 온다지만 추석에는 딱히 절에 올만한 이유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대체 우리에게 고향이란 무엇이길래 명절이 되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고향을 찾아 민족대이동을 하는 것일까?

 

불교에서는 우리 중생을 길 떠난 나그네로, 부처님을 우리 중생이 필경 돌아가야 할 고향(故鄕)으로 비유하곤 한다. 생사윤회(生死輪廻)의 고통에서 허덕이는 중생이 결국 돌아 가야할 곳은 부처님뿐이라는 이야기이다. 최근 몇 년째 출가행자의 수가 줄어들어 예전의 절반수준에 머물고 큰절에 행자가 몇 안 된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원인에 대해 현대사회의 탈종교화(脫宗敎化) 현상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승가(僧伽)집단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세인들의 출가수행자의 삶에 대한 그릇된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분석도 있다. 다양한 요인들 중에서 그래도 설득력 있어 보이는 것은 그들 눈에 비춰지는 출가자의 삶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출가자는 신도들의 공양물(供養物)에 의지해 수행생활을 하고 있다. 재가자는 출가자에게 공양을 올리며 크게 두 가지 형태의 기대를 할 것이다. 첫째로는 스님들이 수행을 잘해 본인들의 보시(布施)가 가치 있게 쓰일 것을 기대할 것이고, 둘째로는 스님들이 수행에서 얻은 힘으로 신도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전달해 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그런 신도들의 기대에 스님들이 부응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아마도 신도들의 시주가 줄거나, 심한 경우 다른 종교로 개종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출가자들을 배제한 재가조직이 활성화되어 재가종단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출가수행자는 신도들의 보시에 의지해 수행할 수 있음을 재인식해 신도들에게 고마움을 느껴야 함과 동시에 수행(修行)과 전법(傳法)의 의무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고, 재가자는 부처님의 법을 잇고자 수행하는 스님들을 물질적 정신적으로 잘 외호(外護)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스님들이 나태해지거나 삼보정재(三寶淨財)가 헛되이 낭비되지 않도록 점잖게 경책(輕責)할 의무 또한 있을 것이다. 모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이유도 우리중생의 한계상황을 극복해 영원한 행복, 즉 열반(涅槃)에 이르고자 하는 것일 것이다. 우리가 그 영원한 행복의 고향에 무난하게 도착하기 위해서는 출가자와 재가자의 상호간의 협조와 적당한 견제가 필요하다. 서로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고 서로 나태해지지 않도록 격려하고 견제할 때 불교중흥은 이루어지고 부처님 가르침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