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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광전스님의 염불선 이야기

염불선이야기39-임종공부

염불선이야기39-임종공부 


오래 전 어느 신도의 병문안을 갈 기회가 있었다. 그 신도는 병세가 위중해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연명(延命)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수발하던 보살님이 나에게 “스님 정말 아미타불을 열 번만 간절히 염불하면 극락세계에 왕생(往生)할 수 있나요?”라고 질문을 해왔다. 나는 “예. 정말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해 주었다. 대답을 들은 보살님은 나의 대답에 용기를 얻은 듯 얼굴에 편안한 미소를 띠우며 나에게 합장을 했다.


병문안을 마치고 절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나는 아까 병원에서 보살님이 했던 질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임종할 때 아미타불을 열 번만 간절히 염불하면 극락세계에 정말 왕생할 수 있을까?’ 내가 보살님께 자신 있게 대답을 한 이유는 언젠가 본 경전의 한 구절 때문이었다. <무량수경>에 아미타부처님이 법장비구시절에 세웠던 48대원 중 18번째 대원인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중생들이 저의 나라에 태어나고자 신심과 환희심을 내어 제 이름(아미타불)을 다만 열 번만 불러도 제 나라에 태어날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러한 서원(誓願)에서 볼 수 있듯이 부처님께서는 십념(十念)만으로 극락세계에 왕생할 수 있는 문을 열어 놓으셨다.


그러나 나는 다른 한편으로 어떻게 십념만으로 왕생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 의문에 대해 은사스님께 여쭈었더니 스님께서는 정말 망념(妄念)이 없이 사무치게 염불한다면 십념이 아니라 일념(一念)만으로도 왕생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며 선가에서 자성이 본래 청정한 이유로 한 생각에 몰록 돈오(頓悟)할 수 있듯이, 우리 중생은 본래 부처이고 죽는 순간 그 마음을 가지고 다음 생을 받으므로, 일념이나 십념만으로도 왕생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망념 없이 일심(一心)으로 십념은 쉬운 일이 아니며 전생으로부터 많은 선근(善根)과 수행의 공덕(功德)이 있어야 임종시 단말마의 고통 속에서도 십념이 가능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더불어 우리가 평상시 일상생활에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 30분정도 염불이나 참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그 이유는 우리가 염불이나 참선을 하다가 잠이 들게 되면 우리의 잠재된 의식 속에서 염불이나 참선이 지속되기 때문에 우리 인생의 3분의 1 내지는 4분의 1에 해당하는 잠자는 시간을 수행의 연장선상에서 활용할 수 있고, 수행이 익어지면 아침에 일어날 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염불하거나 참선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하시며, 같은 원리로 임종시의 염불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은 하루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말과 같은 의미이다. 태어나는 것에는 순서가 있지만 죽는 데는 순서가 없고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은 알지만, 언제 죽을지는 모르는 것이 우리 중생이 처한 한계상황이다. 따라서 임종시 십념을 위해서는 하루하루 부처님을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오늘 하루를 잘 사는 것이 내일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