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선이야기35-선지식(善知識)
마냥 어린 나이에 어른 스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살다가 세월이 지나 어른 스님이 열반하시고, 어느덧 내 자신이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처지에 놓이고 보니 어른 노릇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게 된다.
우리가 부처님 가르침에 들어선 후 부딪히게 되는 어려움 중 하나가 ‘어떤 분을 스승으로 모셔야 하는가.’라는 문제이다. 율장(律藏)에서는 대승(大乘)에서 ‘스승의 조건’을 세 가지 덕목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세 가지 중 첫째는 ‘계율(戒律)에 의지해 자기 마음을 조복(調伏)시킨 사람’이고, 둘째는 ‘선정(禪定)으로 산란한 마음을 다스린 사람’이며, 셋째는 ‘지혜(智慧)로서 아상(我相)을 없앤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인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을 실천해 깨달음을 얻은 사람을 스승으로 삼아야 함’을 말하고 있다.
또 천태지의(天台智懿)스님은 <마하지관(摩詞止觀)>에서 세 가지 형태의 선지식을 말하고 있다. 첫째는 ‘교수선지식(敎授善知識)’이다. 우리를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이끄는 분으로,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선지식의 의미이다. 둘째는 ‘동행선지식(同行善知識)’으로 우리와 함께 수행하는 도반(道伴)을 말한다. 셋째는 ‘외호선지식(外護善知識)’으로 우리가 공부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물질적 정신적으로 후원하는 선지식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선지식이란 ‘불법(佛法)을 사무치게 깨달아 후학들에게 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깨달음이 행동과 일치해 다른 이의 모범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더불어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교수선지식 뿐만 아니라 우리와 함께 수행하는 도반도, 우리의 주변에서 물질적 정신적으로 후원하는 외호대중도 우리의 수행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열반하신 은사 스님의 연세가 마흔 무렵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스님께서 광주 추강사란 절에 머무실 때 한 제자가 말썽을 피우자 스님께서는 호된 꾸지람과 함께 그 제자를 절에서 쫓아내셨다고 한다. 그 제자가 절에서 나가면서 은사 스님께 편지를 남기고 떠났는데 그 편지의 내용이 “은사 스님은 저희에게는 바다와 같은 존재이신데 도랑물이나 시냇물 같은 저희를 깨끗하지 못하다고 거부하고 받아주시지 않으면 저희는 어디로 흘러가야 합니까?”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 편지를 읽으신 은사 스님께서는 부끄러운 마음에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훗날 나에게 이야기해주셨다. 그 이후로 연세가 드신 후에는 스님께서는 항상 제자들을 대할 때 엄격하시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비로운 모습을 보여주셨다.
오늘, 서산스님의 게송이 유난히도 마음에 와 닿는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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