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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광전스님의 염불선 이야기

염불선이야기32-선사들의 열반상(涅槃相)


염불선이야기32-선사들의 열반상(涅槃相)

 

본분사(本分事)에서는 나고 죽는 것이 본래 둘이 아닌지라 수행자의 삶에 있어서 죽음이 그다지 대수로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중생의 관점에서는 나고 죽는 일만큼 인생에 있어서 큰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예로부터 선사들의 오도의 기연(機緣)과 감흥(感興)을 표현한 오도송(悟道頌)과 임종시의 임종게(臨終偈)를 후학들은 귀감으로 삼았을 것이다. 중국 당나라 때 마조도일(馬祖道一)스님의 문하에 등운봉(鄧雲峰)이라는 스님이 계셨다.


하루는 제자들에게 역대 큰스님들의 열반상(涅槃相)에 대해 물으니 옆에 있던 제자들이 아는 대로 “아난존자는 허공중에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들어 스스로 다비(茶毘)하셨고, 어느 스님은 앉으신 자세로 좌탈(座脫)하셨으며, 또 어떤 스님은 부처님처럼 오른쪽으로 누워서 열반하셨고, 방거사(龐居士)는 친구인 고을 태수의 무릎을 베고 돌아가셨으며, 방거사의 아들은 밭에서 일하다가 아버지가 열반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밭에서 괭이에 의지해 선채로 열반하셨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 말을 들은 등운봉스님은 “나는 그 분들과는 다르게 물구나무 선 채로 가야겠다.”고 말씀하시고는 물구나무 선채로 열반에 드셨다.


 제자들이 장례를 치르기 위해 스님의 법구를 눕히려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스님의 법구는 요지부동이었다. 그 말을 전해들은 등운봉스님의 속가 누이인 비구니 스님이 와서 스님을 보고 하는 말이 “오빠는 평소에도 기괴한 짓만 하시더니 돌아가실 때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느냐”고 나무라고 손으로 쑥 미니 스님의 법구가 넘어져 염(殮)하고 다비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또 조계종의 중흥조로 추앙받는 태고보우(太古普愚)스님의 스승인 중국의 석옥청공(石屋淸珙)스님의 임종게인 “청산은 냄새나는 시체를 받지 않는데 죽어서 하필이면 땅에다 묻을 것인가. 나를 돌아보니 삼매의 불이 없구나. 앞에 있다 이내 사라질 장작더미 뿐”에서처럼 삼매(三昧)의 불(火), 즉 신통(神通)은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표현만이 아니라 깊은 선정(禪定)에서부터 발현되는 불성공덕(佛性功德)의 한 실례이자 중생제도를 위한 자비의 또 다른 표현인 것이다.


등운봉스님처럼 소문난 괴짜는 아니더라도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 기록된 가섭존자로부터 달마스님에 이르는 서른 세분 중 60%정도가 돌아가실 때는 화광삼매로 스스로의 몸에서 불을 내어 다비하였다고 하니, 이는 중생들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고자 하는 배려와 함께 신통을 보여 중생들의 강강한 마음을 조복(調伏)시키고 불법에 대한 신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자비로운 배려가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