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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광전스님의 염불선 이야기

염불선이야기31-오종선(五種禪)

염불선이야기31-오종선(五種禪)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신기술이 개발되고 세상은 놀랍게 편리해져 가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허전하고 복잡해져만 간다. 마음 저 깊은 곳으로부터 필요로 하는 그 무엇에 이끌려서인지 현대인들은 불교의 참선을 비롯한 명상(冥想)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아명상, 자비명상, 초월명상, 아바타, 요가, 단학, 피정 같은 명상과 불교의 참선의 차이는 무엇이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중국 당나라 때 스님인 규봉종밀(圭峰宗密)은 참선을 다섯 가지로 구분해, 외도선(外道禪) 즉 일반적인 명상과 불교의 선의 차이에 대해 불교적 가치관인 인과(因果)를 믿는가의 여부로 설명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는 외도선으로 인과를 믿지 않고 유루공덕(有漏功德)을 목적으로 하는 선이다. 즉 불교의 가치관인 인과를 믿지 않고 건강 같은 세간적(世間的)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선을 의미한다. 둘째는 범부선(凡夫禪)으로 불교의 가치관인 인과를 믿고서 유루공덕을 목적으로 하는 선을 말한다. 셋째부터 다섯째까지는 불법내(佛法內)에서도 해탈을 목적으로 하면서 불법에 대한 이해의 심천(深淺)을 구분해 소승선(小乘禪), 대승선(大乘禪), 최상승선(最上乘禪)으로 설명하고 있다.


종밀의 다섯 가지 분류에서 볼 수 있듯이 선의 분류의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목적(目的)에 따른 분류이다. 생사해탈(生死解脫)을 목적으로 하는 소승선, 대승선, 최상승선과, 건강 같은 유루의 공덕을 추구하는 외도선과 범부선의 구분이 그 예이다. 둘째로 불교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른 분류이다. 불교적 가치관, 즉 인과(因果)를 믿지 않는 사람이 닦는 외도선과 불교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닦는 범부선, 소승선, 대승선, 최상승선의 구분이다. 셋째로 불교내의 선중에서도 불법에 대한 이해의 심천에 따라 범부선, 소승선, 대승선, 최상승선으로 구분하고 있다.


불교 내의 선과 불교 밖의 명상의 차이점과, 같은 불교내의 선법(禪法)중에서도 그 차이를 들어 구분해 놓은 것을 보면, 종밀이 살았던 시대에도 현대사회처럼 다양한 종류의 명상과 선의 형태가 존재했었던 모양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피정, 자아명상, 자비명상, 아바타, 초월명상, 요가, 단학 등 수없이 많은 종류의 명상을 어떤 가치판단의 기준을 가지고 이해하며 받아들여야 할까?


규봉종밀의 다섯 가지 선법의 분류가 1200여년의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판단의 근거로써 활용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또 하나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종밀의 선의 대한 분류는 단순히 선을 어떤 판단의 기준을 가지고 분류할 것인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선인지에 대한 가르침도 함께 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말은 종밀이 선에 대한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한, 선을 수행할 때는 생사해탈을 목표로 해야 하고 철저한 불법에 대한 이해가 선행(先行)되어야 하며 불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올바른 선수행(禪修行)의 불가결한 필수요건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