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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미타행자의 편지

검정고무신


자성원에 주지소임 맡아서 들어가는데 자성원신도분들이 새로 부임하는 주지스님에 대해서 꽤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자성원이 문중 절이라 해도 저도 앞 주지스님을 모르고 앞 주지스님 역시 본연스님을 모르고 그 때 까지 만해도 객지로만 돌아다니며 정진하고 살아서 문중스님들도 문중 신도 분들도 본연스님을 잘 몰랐습니다. 50만원에 구입한 중고승용차에 묘목(苗木)을 가득 실고 헐렁한 승복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처음으로 자성원 마당에 들어가 차에서 내리는데 새로 오시는 주지스님에게 기대 반, 궁금 반하던 신도분들에게 낡은 차에 검정고무신 신고 내리는 새로 부임하는 주지스님에게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모양입니다.(나중에 이야기 하는데) 검정고무신이 신도님들 사이에 화재거리가 되고, 제주유일의 검정고무신 신는 주지스님으로 자랑거리도 되었다고 합니다.


강원 4년을 빼고 곧 줄 애용한 검정고무신은 궁상떠는 것은 아니고 편해서 신는데 어쩌다가 한 번씩 닦아만 주어도 좋습니다. 하 하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녀서 덕도 보는데 한 번은 차 좀 손보려고 카 센터에 갔더니 주인장님이 신발을 한참 보더니 “진짜스님이 오셨군요.” 하며 수리비가 저렴한데 그 인연으로 단골이 되었습니다.


그 옛날 검정고무신과 흰 고무신이 가격차이가 얼마나 지는지 모르지만 부모님이 꼭 검정고무신을 사주어 싫다고 울면서 던지기도 했지만 그 때 정이 들었는지 검정고무신이 편합니다. 가난한집 막둥이다 보니 새것은 없고 위로부터 항상 물려받다보니 모든 것 책, 필통, 가방, 옷 등 항상 중고품입니다. 그 당시는 항상 그것이 불만 이였지만 돌아보면 그 때 업이 많이 녹았다 생각합니다.


중 노릇 하면서도 그 때 그 가난으로 녹인 업으로 무엇이던 새것 보다는 헌 것이 편합니다. 강원시절 도반스님이 입던 헌 누비를 물려받아 아직까지 입고 있는데 올 겨울 나면서 명이 다했다 생각하고 “태울까.” 하다 다시 꾸려 놓았습니다. 기우고 기운 누비 이제는 대중처소에서는 상(相)내는 것 같아서 못 입고 혼자서 정진 할 적에 입는데 참 편안 합니다. 초심부터 신심을 가지고 정진하면서 정든 누비, 이 누비를 걸치는 것만으로도 신심이 장한 초심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행복합니다.


언제인가 기도하며 부모님제사가 돌아오는데, 이렇게 중노릇 할 수 있는 은혜, 가난을 일러준 부모님께 눈물을 흘리며 사무치게 감사한 적이 있습니다.

 

                “어제의 가난이 가난이 아니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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