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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미타행자의 편지

염불


옛 어른 말씀에 천일기도하고 선방에 가라는 글을 보고 선방가기 전에 천일기도를 했습니다. 그 시절은 초심이고 나이도 젊고, 그렇게 신심을 가지고 서너 시간 잠자면 기도하고 염불하고 천일을 하루 같이 보내며 회향했습니다. 천일을 회향하니 “아 잠자면서도 복식호흡이 된다.”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고 이래서 천일기도하고 선방에 가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선방에 몇 철 다니다. 두 번째 천일을 기도하며 염불하며 지냈습니다. 두 번째 천일기도에서는 염불이 일자 염불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른들 말씀이 “조계종 염불은 일자 염불이다.” 라는 것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신심만 가지고 고성 염불하니 염불소리가 들쭉 날 쑥인데 두 번째 천일을 염불해서는 마음이 쉬고 평정을 찾았기에 염불이 담담히 높지도 낮지도 않은 음성으로  “나무아미타불”하고 일자로 나오는 것입니다.


세 번째 천일을 또 했습니다. 아니 그냥 어림잡아도 천일은 넘지만, 세 번째 천일기도에서는 “아 내가 정성스럽게 염불한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선방에서 지네면서 기도 이력으로 추천받아 사시 때 사다라니를 하는데 하루는 구참스님이 “스님 참 정성스럽게 사다라니하시네요” 하며 덕담합니다. 어른스님네들의 말씀이 정성스럽게 염불하라는 말을 이해하는데 10여년 세월을 받친 것입니다. 그러나 염불은 내가하는데 뒤에서는 말이 무성합니다. “본연스님은 삼매에 들어서 염불한다.”는 극찬으로부터 “저것도 염불이냐” 하는 소리까지 “범어로 염불한다.” “중국스님이 염불한다.” “무슨 염불하는지 모르겠다.” 등 자성원 시절 칭찬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신도님들로부터 제주도 유일(唯一)의 자성원에서만 들을 수 있는 염불로 인정받고 자성원에서만 들을 수 있는 염불 소리에 빠져서 제주시에서 한 시간 거리를 눈이오나 비가 오나 일주일에 한 번씩 염불하러 왔습니다.


애월 고내봉 시절, 올래 길에서 길을 잘못들은 구참스님이 토굴까지 올라와 “이런 곳에도 정갈하게 사시는 스님이 있구나.” 하면 법당?에서 염불소리가 나는데 독특하다하며 한참 서서 듣다가 나중에 다시 와서 그 말을 하는데, 구참스님도 발걸음을 멈추고 경청할 정도로 특이하기는 특이한 모양입니다. 요즘 대세는 “본연스님은 범어로 염불한다.” 하는데 나는 또렷이 “나무아미타불”하는데 듣는 분들은 그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인생이라는 것도 그렇고 염불수행도 결국은 마음을 가꾸어나가는 것인데 이제 산을 넘고 개울건너 돌아온 마음은 정성(精誠)과 연민(憐愍)하는 마음입니다 염불을 정성스럽게 중생을 위하여 연민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고 이 마음으로 좌선도 하는 것이고 천도재도 지네는 것이고 이 마음으로 텃밭도 일구는 것이고, 어렵고 힘든 고통을 받는 중생들에게 대하는 것입니다 또 한 이 연민하는 마음으로 중생의 업이 녹는 것이고 나의 업을 녹이는 것입니다. 정성과 연민심을 일구는데 는 살아오면서 어디 염불수행뿐이겠습니까? 그 옛날 찢어질듯한 가난도 거름이 되였고 군 시절 발바닥이 물집 투성이가 되도록 행군한 마음도 거름이 되었고 억울하여 눈물도 마른 마음도 거름이 되었습니다.


나의 염불수행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정성(精誠)과 연민(憐愍)의 마음이 더욱 세월이 간다면 어떠한 마음으로 드러나려는지, 염불도 익어가고 마음도 익고 몸도 익어가면서 관세음 같은 마음, 고불(古佛)이 되어가는 것이 바람입니다.


* 10여 년 전 성륜사에 잠시 머무르면서 만 원 정도 주고 심은 능소화나무가 좋은 도반 같은 마음이 들어 함께 한 컷 했습니다 엄지정도 굵기를 심었는데 팔뚝 굵기가 되어서 한 여름 꽃으로 법당을 오가는 분들의 찬탄을 한 몸에 받으며 신도님들이 “이 나무는 본연스님이 심은 거여” 하며 덕분에 제 까지 찬탄을 받았으니 좋은 도반 아닙니까? 사진을 찍어서 열어서 나를 바라보니 네가 나를 길에서 만난다면 알아보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 아직도 마음은 풋풋한 청춘시절인데 내가 나를 못 알아 볼 정도로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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