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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광전스님의 염불선 이야기

염불선이야기. 1-응병시약

염불선이야기. 1-응병시약


신종플루라는 병(病)이 전 세계적으로 극성을 부려, 감염자가 생긴 학교가 휴교하고 예정된 집회가 취소되는 등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신종플루는 우리가 흔히 앓는 감기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변종이 생겨난 경우라고 한다. 이렇게 변종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마다 기존의 약(藥)이 듣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해내야 한다. 부처님 가르침을 응병시약(應病施藥) 또는 대기설법(對機說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말은 중생의 근기에 맞추고 중생의 병의 증상에 맞춰 부처님께서 중생에게 약을 베풀듯이 설법하고 구제하신다는 뜻이다. 공간적으로는 부처님이 계셨던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시간적으로는 2500여 년이 넘는 오랜 세월동안 염불, 진언, 간경, 선, 관법, 계율, 위빠사나에 이르는 다양한 수행법이 제시되어 왔고 또 교단이 형성됨에 따라 그 교단의 흥망성쇠와 함께 수행법 또한 부침(浮沈)을 같이 한 것도 역사적인 사실이다.


부처님 가르침이 작게는 개인으로부터 크게는 사회나 국가에 이르기까지 그 개인이나 사회가 처한 상황이나 극복해야할 현실에 맞게 수행법과 가르침이 제시되어 왔고 그 상황과 현실이 바뀜에 따라 수행법과 가르침 또한 자연스럽게 변화되어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적 사회적 고찰 없이 ‘어느 한 수행법만을 모든 상황의 모든 이에게 제시한다’는 것은 환자의 병(病)에 대한 고찰 없이 모든 이에게 한 가지 약(藥)만을 만병통치약처럼 처방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오래전 광고문구가 생각난다. “약 좋다고 남용 말고 약 모르고 오용 말자.”


요 근래 몇 년 사이에 절집 소임을 보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 “염불(念佛)이면 염불(念佛)이고 선(禪)이면 선(禪)이지 염불선(念佛禪)은 뭡니까?”라는 질문과 “염불선(念佛禪)은 청화(淸華)스님께서 만드신 수행법입니까?”라는 두 가지 질문이다. 사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 두 가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염불과 선의 정의에서부터 염불선의 역사적인 유래에 이르기까지 꽤 오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본의 아니게 불교신문사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고 많이 망설였지만 염불선에 대한 관심이 고마웠고 또 이런 기회를 통해 염불선에 대해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싶어 부족하지만 연재에 응하게 됐다. 될수록 딱딱하지 않게 염불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글은 나의 은사 청화스님이 말씀하신 염불선을 내가 이해한 만큼 여러분에게 전달하는 글임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열반한 은사스님은 “나태한 생각이 들 때마다 그 옛날 인도로 떠난 구법승의 행렬을 생각한다. 고비사막을 지나고 파미르 고원을 넘어 앞서 간 이의 해골을 이정표 삼아 길을 떠났던 구법승의 행렬을 생각할 때마다 모골이 송연해져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었다”는 말씀을 했다.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진 편리한 세상에 사는 우리의 게으름을 다시금 반성하면서 이 글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