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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가짜와 진짜

 가짜와 진짜

 

 


 얼마 전 미시간 대학에 갔었습니다. 미시간 대학에는 몇 해 전부터 불교학생회가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 그리고 교환교수, 현지 재임 교수 등으로 학생이라기 보다는 지성인들로, 박사부부도 많고 가정을 이루신 분들도 많은 모임입니다.

 이 모임은 스스로 협의하고 지도하며 거의 자생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모임이기에, 소납도 미국에 와서 정말 반갑고 고마운 부처님은혜를 만난 일이라, 해마다 한번 씩 가서 격려하고 지원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욱 놀라운 일이 있었습니다. 모인 회원들이 가족과 함께 참여했는데 그 중에 중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오랜 시간에 질의하고 응답하는 과정에 나이어린 학생들이 꼼짝도 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보는데 감명스럽고 더구나 중학교 2학년이라는 여학생이 질문을 해도 되냐고 하더니, ‘스님도 직업입니까?’하였습니다.

 스님이 직업 일까? 물어본 여학생은 무슨 궁금증이 있을까 얼른 대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세상에선 직업이 없는 삶이 없는데, 스님도 직업에 들어가긴 하는데, 그러면서도 직업이라고 하기엔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하기야 한국에 오가면서 출입국신고서 직업란에는 승려라고 적고 있습니다. 하지만 못마땅해 왔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성직聖職이라고 자부하기도 했습니다. 직업이란 나에게 맡겨진 업이요 임무입니다. 그것이 성스러울 때 성직이 되고 하늘이 내려준 일이라 여길 때 천직이라 합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천직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먹고사는 생활의 한 방편으로 직업을 생각합니다.

 스님은 무엇일까? 우리불가에서는 재가在家와 출가出家를 이야기 합니다. 재가란 말 그대로 세상에 살면서 인생을 음미하는 것이요 출가란 세상을 초월하여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세상에서 바라는 가치관, 행복관이 다른 것입니다. 세상의 욕망을 버리고 새로운 가치관과 이상을 갖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좋다고 하는 것을 무상으로 보고 얽매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불교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에서 속알이 하는 문제가 ‘모든 성직자들이 너무나 세속화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세속을 지도하고 이끌어가야 할 입장인데, 세상에 따라가기 급급해 세상에서 좋다고 하는 것을 배우기에 바쁩니다. 나아가 세상에서는 하는 일들을 많이 알고 잘하는 분을 유능하다고 합니다.

 스님도 직업일까, 아닐까, 나이어린 중학생에게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쉬우면서도 어려운 대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어려운 질문이 있었습니다. ‘가짜스님과 진짜스님을 어떻게 구분합니까?’

 가짜와 진짜?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하면 우리가 사는 인생 자체가 가상이요 허상이라 합니다. 일장춘몽이라고 하며 전도몽상이라고 합니다.

 실상實相은 무상無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현실부정처럼 들립니다. 덧없이 변하는 현상을 현실이라고, 고집이라고, 변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의 집착 때문에 괴로움이 생긴다고 합니다. 인생무상을 알 때에 비로소 눈이 떠진다고 합니다.

 스님은 어떤 분상일까? 무엇 때문에 스님이 되었을까?

 그래서 재가와 출가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세상의 욕망과 세상의 가치관을 뛰어넘고자 출가를 했습니다.

 스스로를 돌이켜 봅니다. 나는 얼마만큼 벗어났을까? 나는 얼마만큼 본분에 충실한가? 모든 인생이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가상과 허상에 얽매여 사는 인생인가? 남의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닐까? 나의 참다운 인생은 무엇인가? 가짜와 진짜의 구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출처 : LA중앙일보


2005년 4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