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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인간이란 무엇일까

인간이란 무엇일까

 

 


 유사 이래 우리 인간은 만물의 영장답게 참으로 생각이 많았습니다. 지금 현대는 수없는 사상과 종교 그리고 다양한 문화가 특징이라고 합니다. 거의 3천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당시 사상이나 주의 종교 등 사람들의 견해가 62종이나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62종을 다시 정리 구분하면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첫째는 ‘범우조설’이라는 신의 창조론입니다.

 우주의 창조는 물론 이 세상 만물 그리고 그 안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절대자인 유일신에게 달려있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둘째는 ‘숙작인설’이라는 운명론 숙명론의 입장입니다.

 우주창조는 우리가 본 일도 없고 알 수도 없는 것이며 신 역시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주의 모든 것은 과거에 지은 바 결정되어진 것으로 기계적으로 나타날 뿐이라는 ‘결정론’입니다.

 셋째는 ‘무인무연설’이라는 우연론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아무런 원인 없이 발생하는 것으로 오직 물질들의 모임, 구성으로 존재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유물론 사상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또 쾌락주의도 여기에 속합니다. 높은 산에서 바위를 굴리면 나무나 돌에 부딪치면서 아래로 내려가다가 멈추면 그만이듯 우리 인생도 그런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생각은 어느 쪽으로 기울었을까요.

 “우리 생각 속에서 창조론을 비롯 숙명론, 우연론이 함께 깃들어 있다.”

 인간의 능력에 한계를 느끼고 어찌할 수 없을 때 어느 전지전능한 힘에 의존하고픈 생각도 많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신을 섬기고 그에 기대려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 인생을 운명으로 숙명으로 피할 수 없는 결정되어진 사실로 받아들이며 살고 싶은 심정도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사주팔자와 운수를 따집니다. 금년 운수는 어떨까 내 운명은 어떻게 결정되어 있을까 궁금해서 용하다는 점술가를 찾아 갑니다. 우리 불자님들은 이 입장에 많이 기웁니다. 인과응보다 인연이다 하는 법문을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연이라고도 합니다. 재수가 있었느니 없었느니 모두 우연이라고 가볍게 생각해버리고 ‘돈밖에 믿을 것이 없다.’고 합니다. 물질이 위대한 신이 되어버린 물질만능주의의 생각도 다분합니다.

 이 세가지 견해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조금씩은 다 깃들어 있고 더욱 깃들어 있는 것도 있습니다.

 부처님의 견해는 무엇일까?

『중아함 권3 도경』에서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만일 모든 것이 신의 뜻에 따라 발생된다고 하면 우리들이 나쁜 악행을 하는 것도 신의 뜻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해야 한다 이것은 해서는 안된다는 의욕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노력이라는 것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또 모든 것이 과거에 지은바 결정된 대로 발생된다고 하는 운명론이나 아무런 원인이 없이 우연히 일어난다고 하는 견해도 마찬가지로 우리들이 악행을 하는 것도 그와 같고 의욕이나 노력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세상의 견해들은 인간의 죄악이나 노력 등 현실적인 사실은 설명하지 못합니다. 신의 뜻에 의한 현상계가 전개되고 환멸되는 것이라면 모든 문제가 오직 신의 뜻에 따라 지배될 뿐 인간의 자유의지라는 것은 전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또 결정된 운명에 의해 이루어진 현실이므로 불가피한 것이라던가 우연한 것이라는 사상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자유의지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인가? 신의 뜻에 따라 움직이고 살아가는 한갓 꼭두각시인가? 운명의 노예인가? 우연히 살아가고 허망한 것인가? 그러나 분명히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사실인 것입니다.


 출처 : LA중앙일보


2005년 4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