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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초기경전/2. 잡아함경

263. 응설경(應說經) 264. 소토단경(小土摶經)

잡아함경 263. 응설경(應說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류국(拘留國)의 얼룩소 치는 마을[雜色牧牛聚落]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알고 봄으로써 모든 번뇌가 다하게 되었다. 알고 보지 못한 것이 없다. 어떤 것을 알고 봄으로써 모든 번뇌가 다하게 되었고, 알고 보지 못한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인가? 말하자면 이것은 색이요, 이것은 색의 발생이며, 이것은 색의 소멸이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이것은 식이요, 이것은 식의 발생이며, 이것은 식의 소멸이라고 알고 보았다. 만일 방편을 닦고 그것을 따라 성취하지 못하고서 나의 모든 번뇌가 다하여 마음이 해탈하였으면 하고 마음으로 바란다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런 비구는 끝내 번뇌가 다한 해탈을 얻지 못할 것이다. 왜냐 하면 닦고 익히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어떤 것을 닦고 익히지 않았다고 하는가? 말하자면 염처(念處)·정근(正勤)·여의족(如意足)·근(根)·력(力)·각(覺)·도(道)4)를 닦고 익히지 않았다는 말이다.

 

비유하면 암탉이 많은 알을 낳고도 때맞춰 품어주지도 않고 온기(溫氣)와 냉기(冷氣)를 잘 맞춰주지도 못하고서, 병아리로 하여금 주둥이와 발톱으로 알을 쪼아 스스로 껍질을 깨고 아무 탈 없이 나오게 하려는 것과 같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병아리에게는 주둥이와 발톱으로 껍질을 깨고 아무 탈 없이 나올 힘이 없느니라. 왜냐 하면 그 어미 닭이 때맞춰 품어주고 온기와 냉기를 조절하며 그 새끼를 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비구도 부지런히 닦고 익히고 그것을 따라 성취하지 못하고서 번뇌가 다한 해탈을 얻고자 한다면 그것은 그리 될 수 없느니라. 왜냐 하면 닦고 익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닦지 않았다고 하는가? 염처·정근·여의족·근·력·각·도를 닦지 않은 것을 이르는 것이니라.

만일 비구가 닦고 익히고 그것을 따라 성취하면 설사 번뇌가 다해 해탈하게 하지 않으려 하더라도 그 비구는 저절로 번뇌가 다하여 마음이 해탈한다. 왜냐하면 부지런히 닦고 익혔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닦고 익혔다고 하는가? 염처·정근·여의족·근·력·각·도를 닦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마치 저 암탉이 그 새끼를 잘 길러 때맞추어 품어주고 온기와 냉기를 알맞게 조절해주면, 그 새끼들로 하여금 방편을 써서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게 하지 않으려 해도 그 여러 새끼들은 스스로 방편을 써서 껍질을 깨고 아무 탈 없이 나오는 경우와 같다. 왜냐하면 그 암탉이 때맞추어 품어주고 냉기와 온기를 알맞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비구도 방편을 잘 닦으면, 번뇌가 다해 해탈하려고 하지 않아도 그 비구는 저절로 번뇌가 다해 마음이 해탈할 것이다. 왜냐 하면 부지런히 닦고 익혔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닦고 익혔다고 하는가? 염처·정근·여의족·근·력·각·도를 닦고 익힌 것을 이르는 말이다.

비유하면 장인(匠人)이나 장인의 제자가 손으로 도끼자루를 잡을 때, 잡기를 쉬지 않으면 조금씩 점점 닳아 손가락 자국이 나타난다. 그러나 그는 도끼자루가 조금씩 닳아 손가락 자국이 나타나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와 같다.

 

이와 같이 비구가 열심히 노력하여 닦고 익히고 그것을 따라 성취하면 오늘은 얼마쯤 번뇌가 다하고 내일은 얼마쯤 번뇌가 다한다고 스스로 알고 보지는 못하지만, 마침내 그 비구는 번뇌가 다한 줄을 알게 될 것이다. 왜냐 하면 잘 닦고 익혔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닦고 익힌다고 하는가? 염처·정근·여의족·근·력·각·도를 닦고 익히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비유하면 큰 배가 바닷가에 묶여 있을 때 여름 6개월을 지내고 나면 사나운 바람과 땡볕에 등나무 밧줄이 점점 끊어지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비구가 열심히 노력하여 닦고 익히며 그것을 따라 성취하면 일체의 결박과 사(使)와 번뇌의 묶음에서 점점 해탈하게 된다. 왜냐 하면 잘 닦고 익혔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닦고 익힌다고 하는가? 염처·정근·여의족·근·력·각·도를 닦고 익히는 것을 이르는 말이니라."

이 법을 말씀하셨을 때, 60명의 비구들은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264. 소토단경(小土摶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선정에 들어 사색[思惟]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혹 영원하고 변하여 바뀌지 않으며 정녕코 머물러 있는 그런 색(色)이 있을까? 이와 같이 영원하고 변하여 바뀌지 않으며 정녕코 머물러 있는 그런 수·상·행·식이 있을까?'

 

이 비구는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선정에 들어 사유하다가 '혹 영원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으며 바르게 머무르는 색이 있을까? 이와 같이 영원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으며 바르게 머무르는 수·상·행·식이 있을까?' 하고 그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제 세존께 여쭈옵니다. 혹 영원하고 변하여 바뀌지 않으며 정녕코 머물러 있는 그런 색이 있습니까? 이와 같이 영원하고 변하여 바뀌지 않으며 정녕코 머물러 있는 그런 수·상·행·식이 있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 손으로 조그만 흙덩이를 집어 들고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 손안의 흙덩이가 보이느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보입니다. 세존이시여."

"비구야, 이와 같은 조그만 흙도 나는 얻지 못했다. 만일 내가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영원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으며 바르게 머무르는 법일 것이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내 스스로 전생[宿命]을 기억해보면, 나는 오랜 세월 동안 복을 닦아 훌륭하고 미묘하며 사랑할 만한 모든 과보(果報)를 다 얻었었다. 일찍이 7년 동안 자애로운 마음[慈心]을 닦고 익혀 7겁의 성겁(成劫)과 괴겁(壞劫) 동안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았었다. 7겁 중 괴겁일 때는 광음천(光音天)에 태어났고, 7겁 중 성겁일 때는 범천의 세계에 다시 태어나 하늘 궁전에서 대범왕(大梵王)이 되어, 이길 자도 없고 위도 없는 이로써 1천 세계를 다스렸었다.

 

그 뒤로 다시 36번이나 천제석(天帝釋)이 되었었고, 다시 백천 번은 전륜성왕이 되어 4천하를 거느리면서 바른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고 7보(寶)를 두루 갖추었으니, 이른바 윤보(輪寶)·상보(象寶)·마보(馬寶)·마니보(摩尼寶)·옥녀보(玉女寶)·주장신보(主藏臣寶)·주병신보(主兵臣寶)였으며, 1천 명의 아들을 갖추고 있었는데 모두 용맹스럽고 건장하였다. 4해(海) 안의 땅은 편편하였고 어떤 독한 가시도 없었으며, 위협하지도 않고 핍박하지도 않고 법으로써 다루어 항복 받았느니라.

 

관정왕(灌頂王)의 법에 8만 4천 마리 큰 코끼리[龍象]가 있었다. 모두 온갖 보배로 장엄하고 꾸몄으며 보배 그물로 그 위를 덮고 보배 깃대를 세웠는데, 포살상왕(布薩象王)5)이 그 우두머리가 되어 아침과 저녁 두 차례 스스로 알아서 궁전 앞에 모였었다. 그 때 나는 생각하였다.

'이 많은 코끼리 떼가 날마다 두 차례를 왕래하면서 무수한 중생들을 밟아 죽이니, 4만 2천 코끼리들은 백 년에 한 번만 오게 했으면 좋겠다.'

그러자 곧 소원대로 8만 4천 코끼리 중 4만 2천 코끼리는 백 년에 한 번씩만 오게 되었느니라.

관정왕의 법에는 또 8만 4천 마리의 말이 있었다. 또한 순금으로 온갖 탈 기구를 만들었고 금 그물을 그 위에 덮었는데 바라마왕(婆羅馬王)이 그 우두머리였느니라.

 

관정왕의 법에는 8만 4천 대의 네 가지 보배 수레가 있었으니, 금(金)수레·은(銀)수레·유리(琉璃)수레·파리(頗璃)수레였다. 사자·호랑이·표범의 가죽과 갖가지 색깔의 흠바라(欽婆羅)6)로 그 덮개를 만들었는데 발구비사야난제(跋求毘闍耶難提) 소리가 나는 수레가 그 우두머리였느니라.

관정왕의 법에는 8만 4천 개의 성을 가졌었다. 그곳은 안온하고 풍성하고 즐거워 인민들이 들끓었는데 구사바제성(拘舍婆提城)이 그 우두머리였느니라.

관정왕의 법에는 8만 4천 개의 궁전이 있었다. 이른바 금·은·유리·파리로 만들어졌는데 마니유리로 된 유하(由訶)7)궁전이 제일이었었느니라.

 

비구야, 관정왕의 법에는 8만 4천 개의 네 가지 보배 평상이 있었다. 이른바 금·은·유리·파리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갖가지 비단 요에 모직물과 담요가 있었는데, 가릉가(迦陵伽)8) 침구를 그 위에 깔고 붉은 목침을 두었었느니라.

또 비구야, 관정왕의 법에는 8만 4천 벌의 네 가지 의복이 있었으니, 이른바 가시세(迦尸細)9)로 만든 옷·추마(芻摩)10)로 만든 옷·두구라(頭鳩羅)11)로 만든 옷·구첨바(拘沾婆)12)로 만든 옷이었느니라.

또 비구야, 관정왕의 법에는 8만 4천 명의 옥녀(玉女)가 있었다. 그들은 찰리 여자와 찰리에 가까운 여자들이었으니 하물며 다른 여자들이겠느냐?

또 비구야, 관정왕의 법에는 8만 4천 가지 음식이 있었으니 온갖 맛을 골고루 갖추었었느니라.

비구야, 8만 4천의 옥녀 가운데서 오직 한 여자에게만 시중을 들게 하였고, 8만 4천의 보배 옷 가운데 오직 한 벌만 입었으며, 8만 4천의 보배 평상 가운데 오직 한 평상에만 누웠고, 8만 4천의 궁전 가운데 오직 한 궁전에서만 살았다. 8만 4천의 성 가운데 오직 구사바제(拘舍婆提)라는 한 성에서만 살았고, 8만 4천의 보배 수레 가운데 오직 비사야나제구사(毘闍耶難提瞿沙)라는 수레만 타고 성을 나가 유람하였으며, 8만 4천의 보배 말 가운데 오직 털과 꼬리가 검푸른 빛깔인 바라하(婆羅訶)라는 말 한 마리만 탔고, 8만 4천의 큰 코끼리 가운데 포살타(布薩陀)라는 한 코끼리만을 타고 성을 나가 유람하였느니라.

 

비구야, 이것은 어떤 업의 과보로 이와 같은 위덕(威德)의 자재(自在)함을 얻게 된 것인가? 이것은 세 가지 업의 과보(果報) 때문이었느니라. 무엇이 그 세 가지인가? 첫째는 보시(布施)요, 둘째는 조복(調伏)이며, 셋째는 수도(修道)이니라.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범부는 5욕에 물들어 만족할 줄 모르지만, 성인은 지혜가 원만히 이루어져 언제나 만족할 줄 아느니라. 비구야, 일체의 모든 행은 과거에 소멸해 다하였고 과거에 변해 바뀌었으며, 그 온갖 기구와 이름들도 다 닳아 없어졌느니라. 그러므로 비구야, 영원히 모든 행을 쉬고, 싫어하여 여의며, 탐욕을 끊어 해탈해야 하느니라.

비구야, 색은 영원한 것인가, 무상한 것인가?"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상한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무상한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괴로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비구야,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거룩한 제자들이 과연 그런 것에 대해 '이것은 나다. 나와 다른 것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헤아리겠느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수(受)·상(想)·행(行)·식(識)은 영원한 것인가, 무상한 것인가?"

 

비구가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무상한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무상한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비구야,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거룩한 제자들이 과연 그런 것에 대해 '이것은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헤아리겠느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존재하는 모든 색(色)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다 나가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도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나가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비구야, 색에 대해서 마땅히 싫어해 여읠 마음을 내고 싫어해야 하며, 탐욕을 여의고 해탈해야 한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에 대해서도 마땅히 싫어하는 마음을 내고, 탐욕을 여의어 해탈해야 하며, 해탈지견(解脫知見)을 얻어 '나의 생(生)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알아야 하느니라."

 

이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는 언제나 흙덩이로 비유하여 가르치신 것을 기억하며, 홀로 어느 고요한 곳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사유하면서 방일(放逸)하지 않게 지냈다. 방일하지 않게 지낸 뒤에는 '선남자(善男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바른 믿음으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까닭은, 위없는 범행을 완전히 이루고 법을 보아 스스로 알고 몸소 증득하여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알기 위함이다'라고 사유하였다13)"

이 때 그 존자도 또 스스로 법을 알아 마음이 해탈하였고 아라한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