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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초기경전/2. 잡아함경

270. 수경(樹經) 272. 책제상경(責諸想經)

잡아함경 270. 수경(樹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欲愛)17)·색애(色愛)18)·무색애(無色愛)19)·뽐냄[掉慢]20)·무명(無明)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농부가 늦여름 초가을에 땅을 깊이 갈고 풀뿌리를 뽑고 풀을 베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비구들아,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비구들아, 사람이 풀을 베어 손으로 그 끝을 잡고는 털털 털어 마른 것을 다 떨어뜨리고 그 긴 것만을 취하는 경우와 같나니, 이와 같이 비구들아,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암라(菴羅) 열매가 나무에 달려 있을 때 거센 바람이 가지를 흔들면 열매가 다 떨어지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누각의 중심이 튼튼하면 모든 재목의 버팀목이 되어 그것들을 거두어 받아들이고 흩어지지 않게 하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일체 중생들의 발자국 중에서 코끼리 발자국을 제일 크다고 하는 것과 같나니, 능히 다른 것들을 거두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염부제(閻浮提)의 모든 강이 다 큰 바다로 달리는 것과 같나니, 그 큰 바다는 가장 으뜸이 되어 다 거두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해가 뜨면 능히 모든 세계의 어둠이 사라지는 경우와 같나니, 이와 같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모든 작은 왕들 중에서 가장 으뜸이고 가장 훌륭한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어떤 것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닦아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는가?

비구들아, 만일 텅 비고 드러난 곳에서나 혹은 숲 속에서 바르게 잘 사유(思惟)하여 '색은 무상한 것이다, 수·상·행·식도 무상한 것이다'라고 관찰하고 이와 같이 사유한다면,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왜냐 하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은 능히 나라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이룩하여 세우기 때문이다. 거룩한 제자는 나라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머물러 마음의 아만(我慢)을 여의고 거기에 순응해 열반을 얻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272. 책제상경(責諸想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대중들 가운데 조그만 다툼이 있자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을 꾸짖으셨다.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시고 공양을 마치고 성을 나와 가사와 발우를 두고 발을 씻은 뒤엔, 안타(安陀)숲으로 들어가 한 나무 밑에 앉아 홀로 고요히 사유하셨다.

'대중들 가운데 사소한 다툼이 있어 나는 대중들을 꾸짖었다. 그러나 그 대중들 중에는 출가한 지 아직 오래지 않은 승랍(僧臘)이 적은 비구들이 많다. 그들은 스승을 보지 못하면 혹 후회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근심하며 즐거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미 오랜 세월 동안 모든 비구들에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가져왔다. 나는 그들을 가엾이 여겨 이제 다시 돌아가 그들을 거두어 바로잡으리라.'

 

이 때 대범왕(大梵王)이 부처님께서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것을 알고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아주 짧은 시간에 범천에서 사라져 부처님 앞에 나타나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善逝)시여, 모든 비구들을 꾸짖으신 것은 사소한 다툼 때문이었습니다. 그 대중들 중에는 출가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승랍이 적은 비구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스승을 뵙지 못하면 혹 후회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근심하며 즐거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오랜 세월 동안 가엾이 여기시는 마음으로 대중들을 거두어 받아들이셨습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지금 곧 돌아가시어 모든 비구들을 거두어 주소서."

그러자 세존께서 이미 마음으로 범천을 가엾이 여겼기 때문에 잠자코 허락하셨다. 이 때 대범천은 불세존(佛世尊)께서 잠자코 허락하신 것을 알고 부처님께 예를 올린 뒤에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갑자기 사라졌다.

 

그 때 세존께서 대범천왕이 돌아간 지 오래지 않아 곧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오셨다. 니사단(尼師檀)을 펴고 몸을 거두어 바르게 앉아, 얼굴빛을 조금 움직여 모든 비구들로 하여금 감히 와서 뵙게 하셨다.

이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처소를 찾아가 부끄러워하는 얼굴로 세존의 앞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출가한 사람은 마음을 낮추고 겸손하게 생활해야 한다. 머리를 깎고 발우를 가지고 집집마다 걸식하며 혹 천대를 받기도 한다. 그래도 그렇게 생활하는 까닭은 훌륭한 이치를 구하기 위해서이고,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건너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모든 선남자(善男子)들아, 너희들은 왕이나 도적이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요, 빚진 사람도 아니며, 두려움 때문도 아니요, 생활이 궁해서 출가한 것도 아니다. 바로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해탈하기 위해서이니, 너희들은 이것 때문에 출가한 것이 아니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정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이와 같이 훌륭한 이치를 위해 출가하였는데, 어떻게 그 중에 아직도 어리석은 범부가 있어, 탐욕을 일으키고 몹시 물들어 집착하며, 성내고 사나우며, 게으르고 못나서, 바른 기억을 잃어 안정되지 못하고, 모든 감관을 어지럽게 하느냐? 비유하면 어떤 사부가 어둠에서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컴컴한 곳에서 다시 컴컴한 곳으로 들어가며, 뒷간에서 나왔다가 다시 뒷간에 떨어지고, 피로써 피를 씻으며, 모든 악(惡)을 버리고 떠났다가 도로 악을 취하는 경우와 같다. 내가 이 비유를 들어 말한 것은 어리석은 비구도 또한 이와 같기 때문이니라.

 

또 비유하면, 시체를 태우는 장작은 화장터에 버려져도 나무하는 사람이 주워가지 않는 것과 같다. 내가 이 비유를 들어 말하였는데도, 어리석은 범부같은 비구는 탐욕을 일으키고 몹시 물들고 그것을 집착하며, 성내고 사나우며, 게으르고 못나서, 바른 기억을 잃어 안정되지 못하고, 모든 감관을 어지럽게 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비구들아, 세 가지 착하지 않은 지각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하는 지각[貪覺]·성내는 지각[恚覺]·해치는 지각[害覺]이다. 이 세 가지 지각은 생각[想]에서 일어난다.

어떤 것이 생각인가? 생각에는 한량없는 여러 가지가 있으니 탐하는 생각[貪想]·성내는 생각[恚想]·해치는 생각[害想]이 그것이다. 모든 착하지 않은 지각이 이로부터 생기느니라.

 

비구들아, 탐하는 생각·성내는 생각·해치는 생각과 탐하는 지각·성내는 지각·해치는 지각 및 한량없는 갖가지 착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해야 완전하게 소멸하여 다 없앨 수 있는가? 4념처(念處)에 마음을 잡아매고 무상삼매(無相三昧)에 머물러 닦고 익히고, 자꾸 닦아 익히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은 이로 인해 다 소멸하고 남김없이 영원히 다할 것이다.

바로 이 법으로써 선남자와 선여인은 믿음을 내어 즐겁게 출가하여 무상삼매를 닦고 익히며, 닦아 익히고 자꾸 닦아 익히게 되면 감로문(甘露門)에 머물고 나아가 마침내는 감로열반(甘露涅槃)을 이룰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감로열반에 대해서 세 가지 소견을 의지하는 자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명(命)이 곧 몸[身]이다'라고 이와 같이 말하는 일종의 소견을 가진 이도 있고, 또 '명이 다르고 몸이 다르다'라고 하는 이와 같은 견해를 가진 이도 있으며, 또 '색(色)이 곧 나로서 둘도 아니고 다름도 없으며 영원히 존재하고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다음과 같이 사유한다.

'이 세상에 취할 만하면서도 죄나 허물이 없는 법이 하나라도 있을까?'

이렇게 생각한 뒤에, 취할 만하면서도 죄나 허물이 없는 법을 하나도 보지 못한다.

'내가 만일 색(色)에 집착하면 곧 죄와 허물이 된다. 만일 수·상·행·식을 집착하면 곧 죄와 허물이 된다.'

 

이렇게 알고 난 뒤에는 곧 세상에 대해서 취할만한 것이 없게 되고, 취할만한 것이 없게 되면 곧 스스로 열반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나의 생(生)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쳤으므로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