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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당 청화(淸華)큰스님/5. 청화 큰스님 수행처

사 성 암 四聖庵

 청화큰스님의 수행처를 찾아서


사 성 암 四聖庵


사진 ․ 김동현/ 글 ․ 정진백


사성암四聖庵 가는 길, 마치 한 줄기 비가 뭇초목을 두루 적셔서 자라게 하였음(猶如一雨潤衆草皆悉榮)인가. 황사가 씻기어진 섬진강의 말간 얼굴이 눈부시다. 진달래 벚꽃이 활짝 핀 꽃길을 따라 달리는 감흥 또한 신선하다. 자연의 아름다운 생명력이 우주의 섭리 안에서 실감되는 시절인연이리라.

옛 시에서는 말했다.


 나무는 나무마다 새 잎을 틔우고

 꽃이란 꽃은 다투어 가지에 피네

 고향천리 기꺼운 소식

 오늘에야 훤히 알았도다.

 樹樹皆生新歲葉

 花花爭發去年枝

 故鄕千里喜消息

 今日明明的的知


 사성암에 관련된 내용은 『신증동국여지승람』이나 송광사 제6세인『원감국사집』에 기록되고 있다. 문화재 자료로 지정되었고, 마애여래입상과 53불(현존 35불)이 있다.
사성암이 있는 오산鰲山은 큰 산은 아니지만 옛 성인들께서 일대사인연의 수행처로 삼으신 터답게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금강의 형상이다. 정상에 오르니 오산을 안고 도는 섬진강의 고운 강물이 더욱 장관이다. 지리산 백운산과 당당하게 이어지는 산세 또한 헌걸차다. 가히 활연대오豁然大悟의 경계다.

 사성암이 있는 자리는 오백삼십일미터 봉峯이고, 그 남동쪽으로 이백미터 정도를 더 나아간 지점이 오백사십이미터 정상이다.

 사성암은 연기 ․ 원효 ․ 도선 ․ 진각 등 여러 성인들께서 오랫동안 닦아오신 청정한 덕업이 한량없는 곳이다. 근래에는 청화큰스님께서 물러섬이 없는 법륜法輪을 굴려 불퇴전지不退轉地에 드셨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청화큰스님께서는 일천구백육십년대에 이곳에 주석하시며 “안 자고 안 눕고 하루 한끼만 드시고” 결정신심으로 몸을 던져 공부하셨다. 사성암에서 보이신 큰스님의 초인적인 용맹정진은 오늘날까지도 눈물로 연결되는 애조哀調의 전설로 살아 숨쉬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별한 일화 한 대목을 소개하면 이렇다.


 암주보살께서 한밤중에 기척을 느끼고 올라가 보면, 한겨울 바위틈에서 나오는 찬 샘물을 받아 큰스님께서 아주 천천히 머리에서부터 붓고 계시더란 것이다. 죄스러워 혼비백산으로 내려와 멀리서 냉수붓는 소리를 들으면서 암주보살은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독하신 어른, 천하에 강하신 어른, 삼십년을 이 암자를 지키고 살았어도 저렇게 하루도 안빼고 찬물 부으며 공부하시는 스님은 처음 뵙는구나…” 하고 경탄하면서 얼마나 추우실까 생각해서 소리내 울면서 내려갔다고 한다.


 세월의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아득한 고풍古風이지만, 이 말을 들으면서 감읍感泣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 청화큰스님께서는 사성암에 찾아오는 청정대중을 향하여 이렇게 당부하셨다. “삶과 죽음이 가장 큰 일인데(生死事大), 덧없는 세월은 빨리 가버리니(無常迅速), 짧은 시간도 한껏 아끼며(寸陰可惜), 방심하고 게으르지 말라(愼勿放逸).”

 옛글에 “평소에 마음을 아주 고요한 곳에 머물게 하는 것은 단지 시끄러운 가운데에서 사용하기 위할 뿐이다(平時留心靜勝處正要鬧中用)”하였다. 청화큰스님께서는 “삼매에 든다는 것은, 오로지 마음이 하나의 처소에 딱 모아져서 흔들리지 않아야 삼매다. 그렇게 들어가야 참다운 진여불성을 스스로 깨달아 버린다. 그렇게 되면, 마음에 들어 있는 무량공덕, 상주부동常主不動하고 영생불멸하고 또는 만덕萬德을 갖추고 있는 그런 공덕을 스스로 수용해 쓴다”고 하셨다.

 끝으로, 부처님께서 무량수불(아미타불)의 공덕을 밝힌 게송을 정토삼부경(청화큰스님 옮김)에서 소개한다.


 목숨은 오래 살기 어려운 일

 부처님 만나 뵙기 더욱 어렵고

 믿음과 지혜 갖긴 또한 어려워

 바른 법 들었을 때 힘써 닦으라.

 법문 듣고 능히 잊지 않으며

 뵈옵고 공경하면 큰 경사 되니

 그는 바로 나의 착한 친구라

 그러므로 마땅히 발심할지니

 온 세계에 불길이 가득하여도

 반드시 뚫고 나가 불법을 듣고

 모두 다 마땅히 부처가 되어

 생사에 헤매는 이 구제하여라.  金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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